🎬클리셰가 아니라 클래식!🎥

  영화는 주인공 로라가 귀가 후 남편에게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녀는 여느 때와 같이 기차를 기다리기 위해 휴게실에 앉아 있다. 특별할 것 없는 날이다. 기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 기차를 타기 위해 나갔을 때 먼지가 눈에 들어갔던 것뿐이었다. 그녀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고통에 휴게소로 돌아와 물을 달라며 도움을 청한다. 그때 로라가 자리를 뜨기 전 휴게소 안으로 들어섰던 한 남자가 그녀에게 와 자신을 의사라고 소개한 뒤 먼지를 빼 준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로라는 한 카페에서 그를 또다시 만나게 되는데, ‘마침’ 그녀는 일행 없이 혼자 왔고, 또 ‘마침’ 카페에는 남은 자리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로라를 알아본 그 남자는 합석해도 괜찮겠냐고 물어온다. 로라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둘은 매주 목요일마다 카페에서 만나 영화를 보고 기차역에서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굳이 말로 확인하지 않아도 둘은 이미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로라는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망설인다. 집에는 자신을 항상 챙겨주는 책임감 있는 남편이 있고, 내일 어디로 놀러 갈 것이냐며 물어오는 딸과 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제목이 ‘밀회’인 만큼 로라와 하비는 만남을 계속해서 이어간다. 로라는 하비와 마냥 행복한 시간을 보낸 뒤 집으로 가는 기차에서 늘 근심 걱정에 잠기지만, 목요일이 돌아올 때마다 하비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자신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

 

  로라와 하비는 이 만남의 결말을 상상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현실은 역시 현실이고, 어느 이야기든 끝은 있다. 둘은 이 인연이 시작되었던 기차역 휴게실에 다시 앉는다.

 

  불륜이라는 소재는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활용된다. 따분하고 지루했던 일상에 지겨움을 느낄 때쯤 갑작스레 순수하고 깊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점에서 그런 걸까. 수많은 불륜 소재의 영화 중에서도 영화 <밀회>는 좋은 영화로 손에 꼽힌다. 기교 없이 담백한 연출과 설정들,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로라의 나레이션과 함께 둘의 짧았지만 행복했던 꿈속을 들여다보자.

  1949년 폴란드, 빅토르는 폴란드 민요를 부르는 악단을 만들기 위해 곳곳을 돌아다니며 오디션을 진행한다. 시골 출신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오디션에서, 빅토르는 줄라를 만나고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동료로부터 줄라가 아버지를 살해해 감옥도 다녀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는 줄라에게 그 이유를 직접 묻는다. 줄라의 대답을 들은 빅토르는 그녀의 상처를 이해하고, 그렇게 두사람은 점점 가까워진다.

  악단의 첫 공연은 성황리에 마무리되며, 성공을 거둔다. 빅토르와 줄라의 사이도 연인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폴란드 공산당이 악단에 정치적 색채를 입히려 하자, 빅토르는 음악을 선전도구로 이용하려는 시도에 대한 반발로 1952년 파리로 망명한다. 파리로 떠나기 전, 줄라에게도 함께 떠날 것을 요구하지만 결국 줄라는 떠나지 않고 남았다. 그렇게 둘은 헤어지게 되었다.

  1954년 파리, 빅토르는 재즈 클럽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살아가고 있고, 연인도 생겼다. 빅토르는 줄라와 만나기로 한 카페에서 그녀를 기다리지만, 줄라는 카페가 닫을 때까지 나타나지 않는다. 이제 그만 포기하고 떠나려던 빅토르의 앞에 줄라가 나타나고, 두 사람은 그 간의 근황을 서로 교환한다. 서로에겐 이미 다른 연인이 있었지만, 이는 둘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서로를 만나 회포를 푼 두 사람은, 짧은 재회 후 다시 헤어진다.

  1955년 유고슬라비아, 1957년 파리, 1959년 폴란드. 두 사람은 계속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언젠가는 같이 살기도 하고, 서로에게 분노해 엇갈리기도 하며 시간은 지난다. 그렇게 두 사람이 다시 최종적으로 재회한 것은 1964년의 폴란드. 둘은 함께 폴란드의 시골로 내려가 폐허가 된 수도원에 들어간다. 빅토르와 줄라는 교회식으로 간단히 결혼식을 올린 후, 밖으로 나와 텅 빈 사거리의 벤치에 앉아 석양을 보다가 사라진다.

  둘의 결말은 우리가 알 수 없다. 하지만 빅토르와 줄라에게, 그리고 이 둘의 오랜 여정을 모두 지켜본 관객들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다. 길고 긴 세월을 돌아, 두 사람이 결국 함께하게 되었다는 것.

   안녕하세요, <클리셰가 아니라 클래식!>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고 돌아온 <휴대-영화>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의 영화들은, 현실적이고 열린 결말을 담은 작품들이 많답니다. 저는 클리셰가 많이 쓰인 영화들이라면 당연히 닫힌 결말에 해피 엔딩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조금 놀랐었어요.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현실적인 결말들이 마음에 더 진하게 남더라고요. 그래서 이 영화들이 클래식이라고 불리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참, 시네마떼끄도 중간고사로 인해 다음 주부터 2주간 쉬어갑니다. 모두들 시험 공부 화이팅하시고, 원하는 성적 꼭 받으실 수 있도록 응원할게요. 그러면 따사로운 여름의 햇살과 함께 5월에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