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두 번 태어난다📽️

  리메이크: 원작의 대중성 및 특성을 이용하거나, 원작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제작되는 ‘새로운 버전의 영화’

     

  당신이 좋아하는 그 작품은, 과연 하나의 시간선에만 놓여 있는가? 당신과 희로애락을 공유한 주인공들은 오직 한 가지 결말만을 맞이하는가? 아니, 애초에 사건을 겪는 인물은 당신이 아는 그들로 끝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것은, 당신이 사랑하는 영화를 최소 하나에서 어쩌면 서너 개까지 더 수집할 기회가 왔다는 뜻이다.

     

  소설, 그래픽 노블, 웹툰, 게임 등 다양한 매체가 영화의 ‘원작’이되는 시대. 어떤 작품은 또 다른 ‘영화’를 원작으로 삼는다. 이러한 리메이크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흥행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방편으로서 작용한다.

     

  그렇게 제작된 리메이크는 원작과의 벤 다이어그램을 이룬다. 배경 및 일부 설정에 변화를 주면서도 익히 알려진 아우라를 보존하려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무게 중심을 옮긴 파격적 각색으로 원작의 애호가, 더 나아가서는 온 세상을 술렁이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둘은 피가 섞인 작품으로서의 교집합을 갖는다. 

  물론 원작이 리메이크작의 완성도에 대한 완벽한 근거일 수는 없는 법. 오히려 작품 간의 비교로 서로에 대한 비난만 가중시키는 험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개중에는 부모를 이기는 자식이 있고, 시간이 지나도 자식 못지않은 명성을 자랑하며 회자되는 조상님(!) 역시 계신다. 

     

  그럼 이제, 짧게는 4년에서 길게는 81년의 간격을 두고 재탄생한 영화들─그 사이에 이미 몇 대를 더 걸친 작품도 있다!─과 함께 시공간을 넘나들어 보자. 

  언제 마지막으로 걱정 없이 웃어 보았을까? 언제 마지막으로 이 순간의 기쁨에 충실하게 살아 보았을까? 평생 사이좋게 지내자고, 어릴 적 각자가 지닌 꿈을 이루어 대성하게 되면 한 건물에 층을 나누어 같이 살자던 약속은 어디로 갔을까? 이제 와 다시 생각해 보면, 그때 함께 웃었던 친구들은 주변에 몇이나 남아 있을까?

  적당한 가정을 이루고 적당한 행동반경 안에서 정해진 일을 하며 살아온 나미는 어머니의 병문안을 갔다가 옛 친구 춘화를 마주친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춘화는 나미에게 고등학교 시절응 함께한 써니 멤버들이 그립다 말하고, 나미는 춘화의 소원을 등어주고자 장미와 함께 흥신소에 의뢰를 맡겨 흩어진 친구들을 찾는다. 좀처럼 표정이 없던 나미는 써니 멤버들을 하나 둘 찾으며 어느새부터인가 잃었던 순수한 웃음을 되찾고, 늘 똑같던 일상에서 벗어나 내 인생의 주인공은 자신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직장에선 상사에게 구박받고, 집안에서 누군가가 귀가하기만을 기다리며 천천히 메말라가고, 예전의 꿈은 그저 꿈일 뿐인 채로 이런 일 저런 일 뭐라도 해 가며 겨우 살아가고, 그렇게 너무 많이 변했더라도 소중한 시절을 함께 보낸 기억이 있다면 다시 아이처럼 웃을 수 있다. 그토록 무모하고 혼란했던 한 세월을 함께 겪은 기억으로 다시 그렇게 살아볼 수 있다. 나이나 시선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다시 함께 춤을 추며 노래할 수 있다. ‘친구가 왜 친구겠어?’ 작중 나미의 대사를 듣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공감의 미소가 살풋 지어질 것이다.

  1937년에 시작된 〈스타 이즈 본〉의 두 번째 재부활. 2018년 리메이크작은 스토리뿐 아니라 사운드트랙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감독과 주연을 맡은 브래들리 쿠퍼는 물론, 사운드 트랙의 총괄 겸 쿠퍼의 상대역이었던 레이디 가가 모두 본인의 능력치를 또 한 번 증명해 보인 셈이다.

  이미 히트 곡을 보유한 가수 잭슨 메인(브래들리 쿠퍼 분), 노래 부르기에 대한 적성과 열정을 모두 갖추었음에도 식당 주방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앨리(레이디 가가 분). 〈스타 이즈 본〉은 둘의 만남에서 출발한다. 바에서 앨리의 노래를 들은 잭슨이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자신의 공연에 세우며 인생 2막을 같이 열어 준 것이다.

  함께 투어를 다니고, 사랑에 빠지고, 인생을 즐기는 것도 잠시. 잭슨의 삶은 갈등과 술과 약에 찌들어 망가지기 시작하고, 빛나기 시작한 앨리와의 관계도 소원해진다. 잭슨의 침잠은 급기야 그녀의 신인상 수상 순간까지 완전히 망가뜨리고 만다. 이 영화는 그럼에도 서로를 사랑하는 두 음악가의 시간을 끝까지 담아 간다. 그 끝이 어떤 이별로 치닫을지 또는 나아갈지를 우리는 음악과 함께 지켜보게 된다.

  〈스타 이즈 본〉은 어쩌면 흔한 스토리일 것이다. 원작과 리메이크 사이에 수많은 예술가들의 전기 또는 전기를 가장한 영화가 제작되었고, 우리는 해당 작품들에서 비슷한 점들을 쉽게 짚을 수 있다. 이야기는 늘 파묻혀 있던 원석을 알아보는 누군가에 의해 시작되기 마련이고, 정상에 오른 이는 자만하거나 추락하며, 그때까지 스타를 바라보던 자는 그의 삶을 이전만큼은 아니더라도 ‘괜찮은 인생’이었다고 복기할 수 있도록 되살려 준다. 익숙한 줄거리의 영화들 사이 〈스타 이즈 본〉이 20세기와 21세기 모두를 풍미한 이유는 스토리가 품은 진정성 덕이 아닐까. 또한 쿠퍼와 가가는, 어쩌면 이 흐름이 현실이고 세상의 진리임을 선율 사이로 들려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휴대-영화>입니다! 여러분은 평소 리메이크 영화를 즐겨 보시나요? 리메이크 영화를 본다면, 원작 영화도 보는 편이신가요? 저는 어떤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 관련된 건 모두 찾아보는 편이라 원작이 있으면 그 영화도 보는 것 같아요. 저와 같은 성향을 가지신 분들은 이번 기획이 잘 맞으실 것 같네요.

  그리고 영화가 다른 나라, 다른 문화에서 리메이크될 때, 어떤 부분이 바뀌었는지에 주목해 보시면 더욱 흥미롭게 감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같은 이야기라도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풀어낸다는 점이 리메이크 영화의 큰 매력 아닐까요? 그럼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를 바라며, 수요일에 남은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