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티스>부터 <블루마이마인드>까지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드립니다. 변종을 표현하는 방식은 영화마다 다양한데요. 오늘은 특히 사춘기나 2차 성징 등 다양한 형태의 성장을 변종에 비유하는 영화들을 소개드리게 되었습니다. 여성의 변종은 남성 신화를 전복하기도, 새로운 장소로 나아가 다른 존재가 되는 선택을 하게 하기도 합니다. 이 영화들이 여러분께 어떤 의미를 가질지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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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표
5월 23일 (화)
오후 2시: 티탄 | 쥘리아 뒤쿠르노 | 2021 | 108‘ 오후 5시: 진저 스냅 | 존 포셋 | 2000 | 104’
5월 24일 (수) 오후 2시: 죽여줘! 제니퍼 | 캐린 쿠사마 | 2009 | 102‘ 오후 5시: 플라이 | 데이빗 크로넨버그 | 1986 | 100’
5월 25일 (목) 오후 2시: 티스 | 미첼 리히텐슈타인 | 2007 | 93‘
오후 5시: 컨트랙티드 | 에릭 잉글랜드 | 2013 | 84’
5월 26일 (금) 오후 2시: 헬레이저 | 클라이브 바커 | 1987 | 94‘ 오후 5시: 블루 마이 마인드 | 리사 브륄만 | 2017 | 97’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343호, 모든 상영은 무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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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랙티드
에릭 잉글랜드 | 2013 | 84’
목요일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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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이저
클라이브 바커 | 1987 | 94‘
금요일 2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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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마이 마인드
리사 브륄만 | 2017 | 97’
금요일 5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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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첼 리히텐슈타인 | 2007 | 93‘
목요일 2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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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돈은 혼전순결주의자로, 순결 서약을 하고 결혼 전까지 아무와도 관계하지 않을 것을 맹세하고 실천하며 살아온 여고생이다. 주인공은 이성친구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면서도 신념에 따라 관계는 거부한다. 그러나 남자는 주인공을 강간하려 들고, 그 순간 남자는 성기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비명을 지른다. 영화 제목인 ‘티스(teeth)’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처절한 순간이다. 적어도 성기가 잘린 남자에게는.
‘바기나 덴타타’는 라틴어로 ‘이빨 달린 질’이라는 뜻으로, 여성의 성기에 이빨이 달려 관계를 가지면 거세당할지도 모른다는 남성의 두려움을 반영한 신화다. 고대신화는 바기나 덴타타가 남성 영웅에게 정복되었을 때만 그 괴물됨을 잃고 남성은 성기를 잃지 않으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런 남성 중심적 신화를 자기방어의 수단, 혹은 남성 징벌의 도구로 전유한다. 돈은 자신의 질이 어떻게 다른지 깨닫지 못하고 성장한다. 그것은 혼전순결주의자인 돈 자신의 신념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기의 이름을 ‘소중한, 은밀한’ 등의 형용사로 바꿔버린 선생님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여성의 질을 스티커로 가려버린 교육 정책은 어쩌다 탄생한 걸까? 어쨌든 돈은 몰랐다. 모를 수밖에 없었으리라. 질에 원래 이빨이 달려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이빨을 움직인다. 원치 않는 접촉이 있을 때, 입을 다시 다문다.
이렇게 영화 전반부에서 바기나 덴타타가 성적 자기결정권의 은유였다면 영화 후반부의 바기나 덴타타는 돈에게 폭력적 남성을 징벌할 힘을 부여하는 장치다.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들의 성기 혹은 손가락을 자르고 충격에 빠진 돈은 자길 도와준 남자와 처음으로 이빨이 움직이지 않는 관계를 경험한다. 그러나 그와의 관계를 더 이상 원치 않게 되면서 이빨은 다시 움직인다. 이 순간 돈은 처음 남성기를 잘랐을 때 가졌던 죄책감에서 벗어난다. 질의 이빨을 어떻게 이용할지, 그것이 돈 자신에게 어떤 힘이 되어주는지를 깨달은 것이다. 이후에도 돈은 어머니를 죽게 놔둔 의붓오빠를 의도적으로 유혹해 성관계를 갖는다. 이렇게 통쾌한 전복이 또 있을까? 돈의 성기가 남성에 의해 정복된 무언가가 되는 순간, 바기나 덴타타는 돈의 힘도, 무기도 아니며, 그저 남성에게 해를 입히다 적임자(역시 남성)에 의해 정복되기를 기다려온 무언가로 전락한다. 그러나 그 이빨이 오로지 돈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이었음이 밝혀지면서 바기나 덴타타는 돈에게 성관계의 주도권을 쥐여 준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자기를 강간하려는 늙은 남자에 씩 웃어 보이는 돈은 이제 즐거워 보이기까지 한다. 영화 <티스>는, 남성 신화의 끔찍하지만 유쾌한 전유를 그리고 있다.
글쓴이 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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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잉글랜드 | 2013 | 84’
목요일 5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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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다는 친구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모르는 남자가 주는 음료를 마시고는 인사불성인 몸으로 성폭행을 당하며 애인인 니키한테 무슨 일이 있어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생긴다. 그날 밤 이후로 사만다는 몸에서 알 수 없는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하혈을 시작하고, 눈이 충혈되고, 머리카락, 이와 손톱이 빠지며, 푸른 핏줄이 돋아나는 등의 증상을 겪으며 사만다는 혼란에 빠진다.
기존의 주류 공포영화들과 달리 <컨트랙티드>에서는 점프스케어도, 악마도, 연쇄살인마도 등장하지는 않는다. 이처럼 <컨트랙티드>는 좀비로 천천히 변화하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현실적인 좀비 영화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람이 겪는 질병, 혹은 몸의 변화에 대한 본질적인 공포에 대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영화는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신체적 고통의 경험을 상기시키며 그에 대한 거부감을 극대화한다.
또한 심각한 증상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사만다와 그를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어떻게 질병, 특히 성병 환자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비춰지는지 간접적으로 포착할 수 있다. 특히 사만다가 병원 검사를 받을 때 지나가는 에이즈 환자들에 대한 포스터와 같은 연출을 보았을 때 이렇게 연상하도록 하는 것은 상당히 의도적일 것이다. 성병 환자들은 비위생적이고 문란한 성생활로 인해 감염된 것이며, 병은 이에 대한 징벌로서 작용을 하는 것이라는 낙인은 이들로 하여금 더욱 사회로 나오기 어렵도록 한다. 사만다 또한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엄마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아도 엄마에게 방어적으로 군다.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이들이라 믿었던 애인이나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는 외면당하며 절망에 빠지고, 몸의 변화와 혼란과 충동은 걷잡을 수 없게 되어 공격성으로 나타난다.
교통사고가 난 후 어딘가 묘하게 구는 사만다와 어리둥절한 운전자,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경찰들. 결국 폭주해서 엄마를 물어버리는 사만다의 마지막은 그동안 보아온 좀비 영화의 도입부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때, 좀비라는 소재에서 벗어나 조금 더 멀리서 영화를 한번 바라보자. 사만다는 존재만으로 죄가 되어버린 주변부로 이탈한 타자이다. 우리 사회에 일어날 수 있는 ‘좀비사태’라는 것에 가까운, 너무 오랫동안 방치하고 숨기다 걷잡을 수 없이 곪아버린 수많은 사회적 현상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가하는 질타와 편견으로부터 벗어나야 할 것이다.
글쓴이 팥죽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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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브 바커 | 1987 | 94‘
금요일 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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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와 줄리아 부부는 아버지가 남긴 집을 신혼집으로 쓰기 위해 점검 차 찾아왔으나 엉망이 된 집을 보고 당황한다. 둘은 곧 래리의 동생 프랭크가 살던 흔적임을 깨닫지만,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는 프랭크에, 부부는 그냥 집을 치우고 그곳에 살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래리의 재혼한 아내 줄리아는 다른 기억을 떠올린다. 줄리아는 결혼 전 남편의 동생인 프랭크와 비밀스레 관계를 가졌고 그와 사랑에 빠졌다. 지금도 그를 잊지 못한 줄리아는 프랭크의 흔적이 남은 집에서 그를 떠올린다. 상념에 빠진 줄리아를 알아차린 건 래리의 딸 커스티 뿐이다.
집을 정리하던 래리는 못에 손을 다치고, 다락방에는 그의 피가 흥건하다. 그러자 뭔가 수상한 일이 일어난다. 인간이라기엔 불완전하고 흉측한 형체의 괴물이 생겨난 것. 행방불명 이전, 정체모를 금색 상자를 만지던 프랭크는 고문 끝에 여러 갈래로 조각나고 만다. 그가 끌려간 장소가 래리 부부의 다락방이고, 래리의 피가 그를 다시 불러낸 것. 말 그대로 조각이 난 프랭크는 피가 있어야 다시 소생할 수 있다. 이에 프랭크는 줄리아에게 살인을 하고 자신을 되살려줄 것을 요구한다. 줄리아는 프랭크가 원하는 대로 집에 사람을 꾀어 살인을 저지르고, 프랭크는 살점, 근육을 점점 되찾으며 사람에 가까운 모습이 되어간다. 그러나 그의 욕심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줄리아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점점 드러나게 된다.
이 영화는 불친절하다. 게다가 어딘가 비릿하다. 밑도 끝도 없이 벌어지는 사건과 드러나는 욕망만이 영화를 구성한다. <헬레이저>에 등장하는 지옥의 수도사들은 끝없는 고통과 쾌락을 추구하는 존재들이다. 수도사들은 금색 상자를 연 사람들을 잡아가 고문하고 끝내 조각낸다. (비록 주인공 커스티에 의해 지옥에 돌아가거나 건물에 깔리는 최후를 맞이하기는 하지만) 잠깐 모습을 내비치다가 영화 후반에야 제대로 등장하는 이들이 바로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령이자 천사라고 소개하는 그들은 영화 속에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어설픈 컴퓨터 그래픽이나 특수 효과는 유려한 그래픽에 익숙해진 2023년의 관객에게 대단한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로테스크하고, 끈적하고, 미끌거리는 그들의 특수분장은 여전히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글쓴이 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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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브륄만 | 2017 | 97’
금요일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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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는 사춘기를 겪으면서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나는 누구인지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자신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에 대한 소속감 등 어느 하나도 답이 정해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님의 직장 때문에 이사를 하고 전학을 가는 등 외부적인 요소까지 변화하게 되었다. 미아는 부모님께 반항을 하고, 전학을 간 학교에서 문제아들과 어울리면서 비행과 일탈을 한다. 술, 담배, 성적 욕망, 마약은 일탈 청소년들을 상징하는 요소들이다. 미아는 답이 정해지지 않은 ‘사춘기’라는 질문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일탈을 즐긴다.
하지만 미아에게 다가오는 가장 큰 변화는 신체 변화이다. 엄마가 기르는 어항 속 물고기들을 잡아먹는 기이한 행동을 하고, 첫 생리를 한 이후 발가락이 붙으면서 물갈퀴 같은 얇은 막이 생기게 된다. 미아는 남들과는 다른 신체변화에 대한 두려움에 혼자서 달라붙은 발가락 사이를 자른다. 자신이 살아왔던 이전의 삶과 동일하게 살기를 원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리에는 점점 멍이 들어가고 이를 가리기 위해 긴 양말을 신고 긴 바지를 입는다. 남들과는 다르기 원하면서도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마치 틀리다고 여기는 청소년기, 미아는 자신의 몸이 알 수 없는 형태로 변하고 있음을 숨기기 위해 애를 쓴다. 이제 다리에 비늘이 생기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핀셋으로 제거하려고 한다. 그리고 남들과는 (심지어 부모와도) 다른 신체변화를 느끼면서 어쩌면 자신이 입양아인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자신의 출생 이유에 대한 집착은 자신이 입양아여야만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심리로부터 표출된 행동이다. 신체 변화에 대한 고통은 청소년기라는 과도기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지만, ‘물고기 인간’이라는 급격한 신체 변화는 정체성 혼란의 상황을 가속시킨다.
어느덧 물고기 인간으로 변해버린 미아는 욕조에 들어가 깊은 생각에 빠진다. 온 집안의 바닥을 물로 채운 미아는 친구인 지안나에게 도움을 청한다. 친구의 도움으로 바닷가에 도착한 미아는 물고기 인간, 인어로 변해버린 자신을 바라보며 비로소 자신이 가야할 곳이 바다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오히려 친구를 위로하며 두려움을 삼키고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 인간은 태어날 때 탯줄을 끊으면서 물리적으로 독립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독립하지 못한 상황이다. 청소년기는 아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이고, 성인식은 정신적 탯줄을 끊는 통과의례다. 심리적, 신체적 변화로 인해 이전과 달라진 미아는 더 이상 과거의 삶(아동기)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며 어른이 되어간다.
글쓴이 후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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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벌써 이번주 상영 두번째 편지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이번 기획과 편지는 어떠셨나요? 관심있게 읽어주셨다면 기쁘겠습니다. 오늘로 <변종인간>의 뉴스레터는 끝이 나고, 다음 주는 알코올, 카페인, 니코틴을 다루는 기획으로 찾아올 예정입니다. 기호식품들을 터놓고 말할 수 없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기호식품의 소비가 죄책감으로 연결되었던 적은? 우리 사회에서 터부시되었던 이야기를 꺼내놓고, 까발리고, 떠들어 보아요.
더불어 다음 주 기획을 마지막으로 이번 학기 시네마떼끄의 상영은 마무리됩니다. 시험기간 휴관이 끝나면 종강이니까요! 휴관이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이전에 보내드리지 못했던 이야기들과 편지가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이제 한동안은 상영관에서 관객분들을 맞지 못해 아쉬운 마음은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문을 닫은 시네마떼끄는 재정비의 시간을 가지고, 또 다음 학기에 어떤 기획과 이야기를 전해드릴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될 거예요. 또 뉴스레터는 6월까지 발송될 예정이니 여기서 만나요.
오늘은 이만 줄일까 합니다. 어제는 하늘에 금성과 초승달이 나란히 떴었다는데 다들 올려다 보셨나요? 오늘 하늘에는 화성이 뜬다네요. 구경하신다면 소식 남겨주세요! 언제나 %$@답장환영%^&* !! 화성이 뜰 때까지 좋은 하루 보내세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월요일에 봐요!
이화 시네마떼끄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343호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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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 시네마떼끄
ewhacinemathequ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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