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학생문화관 343호, 모든 상영은 무료입니다.

  

화요일 2시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마틴의 일상은 지루하기만 하다. 실력 없는 교사, 재미없는 아빠, 그리고 매력 없는 남편으로서 무표정하게 하루하루 시간을 죽일 뿐이다. 스스로 소변조차 볼 수 없는 친구네 강아지에게 동질감마저 느낀다. 마틴의 친구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같은 학교에서 각각 체육, 음악, 심리학을 가르치는 톰뮈, 페테르, 니콜라이 또한 의욕 없는 학생들 앞에 서며 색채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뻔하디 뻔하게 흘러가던 이들의 일상이 니콜라이의 40번째 생일 축하 자리에서 나온 엉뚱한 말로 뒤집혀버린다. 인간의 혈중 알코올 농도 수치가 0.05% 부족하다는 스코르데루 가설, 직접 실험해보자는 호기심 어린 목소리. 와인 한두 잔 마신 상태를 항상 유지하면 더 느긋하고, 침착하고, 음악적이며, 개방적이고 또 대담한 일상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이 모든 것이 합쳐져 이들의 용감한 도전이 시작됐다. 
  효과는 굉장했다. 정말 굉장했다. 학부모들이 급히 모여 자격을 따져 물을 정도로 신뢰가 없었던 마틴은 아이들이 수업을 기다리는 선생님이 되었고, 사이가 멀어졌던 아내에게는 돌아온 그리웠던 남편이 되었다. 0.05라는 숫자가 불러온 변화는 마틴을 바꿔놓았고, 친구들을 들뜨게 했다. 그래서 그 숫자는 점점 높아졌다. 
  실험은 2부에 이르렀다. 모두 동일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유지했던 1부에서와는 달리 친구들은 개인의 혈중 알코올 농도 실험이라는 이름 아래 각기 다른 정도의 취기를 유지하기로 한다. 네 사람은 각자 술을 마시고, 마시고, 실수를 하고, 더 들뜬다. 체계 없는 실험이지만 의외로 결과가 그리 나쁘지는 않다. 학생에게 술을 권유했고 벽에 부딪혀 코피는 좀 났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겉돌던 아이를 도와주었고 가족들과 다시 가까워졌다. 
  그래서 실험은 3부까지 이어졌다. 이들의 안일함이 알코올의 끝을 실험해도 좋겠다는 생각에 닿아버린 것이다. 마시고 마시고 또 마신 끝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취해버린 이들은 마트에서 진상을 부리고, 옷을 벗은 채 거리를 달리며, 계단을 기어오르고, 침대에 오줌을 싸고, 남의 집 앞에서 잠들고, 취한 상태로 학교 회의에 참여하고, 죽는다.
  죽었다. 알코올중독자가 된 톰뮈가 죽어버렸다. 다시 다 잘 될 것만 같았던 실험을 곁들인 이들의 일상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한 친구는 관에 땅에 마음에 묻히고, 세 친구는 그 친구의 관을 들며 끝이 난다. 그럼에도 이들은 술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다. 떠나간 친구 톰뮈를 기억하는 자리에서 졸업으로 들뜬 제자들이 지나가는 것을 봐버린 것이다. 즐기자는 마음으로, 술을 입에 대버린 것이다. 이들은 다시 술을 마시고, 술기운에 춤을 추고, 바다로 뛰어든다. 이 새로운 ‘기분 좋은 한 잔’이 이들을 어디로 이끌 것인지 이제는 가늠할 수 없다.

글쓴이 라임    

화요일 5시

   고단하고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재생을 멈추는 버튼을 누른다. 하던 일에서 잠깐 손을 떼고 라이터와 담배를 챙겨 밖으로 나온다. 저 멀리서 당신이 걸어온다. 미처 라이터를 챙겨오지 못한 당신에게 불을 빌려주고, 당신과 나의 호흡이 매캐한 연기와 뒤섞인다. 시답잖은 대화가 오간다. 회사원인 지미와 화장품 판매원인 셰리는 그렇게 가까워진다. 
  영화에서 흡연이라는 행위는 다양한 이유로 작용하고, 관계의 변화를 암시한다. 인물들은 친목을 다지기 위해 담배를 물고 다 같이 실외로 몰려 나가기도 하고, 혹은 잠깐 따로 자리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담배 핑계를 대기도 한다. 홍콩 당국은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금지함에 따라 흡연구역이 줄어들었기에 셰리와 지미는 숨어서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고, 그 은밀함은 둘을 더욱 가까워지게 만든다. 지미는 셰리에게 물통으로 재떨이를 만들어주는 등의 배려로 다정함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라이터가 아니라 불이 붙은 담배로 상대방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게 되고, 지미는 셰리에게 불을 붙여주는 경찰에게 질투를 내비치기도 한다. 
  핸드헬드 기법으로 흔들리는 카메라 워크와 가끔 삽입되는 인터뷰는 다큐멘터리와 같은 느낌을 연출한다. 또한 러닝타임 내내 흐르는 경쾌하고 가벼운 느낌의 선율은 일상적인 분위기를 주며 일주일 간의 셰리와 지미의 생활을 밀접하게 들여다보게 한다. 
  너무 빠르게 가까워진 탓일까? 셰리가 지미와 같은 통신사로 바꾸겠다며 적극적으로 다가오자 오히려 지미는 부담을 느끼고, 둘의 관계는 주춤한다. 같이 담배를 피우는 시간 또한 줄어든다. 그리고 담뱃세가 오른다는 소식에 가격이 오르는 자정이 되기 전, 담배를 사러 간 마트에서 둘은 마주친다. 돈이 부족한 셰리의 담뱃값을 지미가 대신 내주고, 그러다 통장 잔액이 부족해진 지미 대신 지미의 담뱃값을 계산하는 셰리. 웃음이 터진다. 주위의 마트를 돌아다니며 담배를 쓸어 담는다. 지미의 차가 고장이 나며 길거리 한가운데에 정차하게 되고, 셰리는 솔직한 심정을 내비친다. 지미는 이전에 보냈던 메시지를 보내주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둘은 하나의 담배를 마지막으로 나누어 핀다.
  가장 개인적인 쉼의 순간을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그 짧은 순간들이 쌓여 누군가에게는 사랑으로 피어날지도 모른다.

화요일에 강의실에 등교도장을 찍고 나면 수요일은 이화의 137주년 창립 기념일입니다. 학교 공식 휴강일이라 많은 분들이 한층 여유로운 주를 보내게 되시지 않을까 싶네요.(물론 여전히 수업이 있으신 분들도 계시겠지만요.) 이화 시네마떼끄는 이번 수요일에도 상영을 이어갑니다. 오늘 보내드린 <담배연기 속에 피는 사랑>과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상영되니 들러주세요. 오늘은 이만 마칠까 합니다. 남은 휴일 잘 보내시고, 또 이틀 후에 찾아오겠습니다.

수요일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