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 of Love; 사랑해(海)💙

  ‘한국에서는 결혼했다고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

  흐르는 물을 멈추고 싶을 땐 수도꼭지를 잠그고, 신호등이 빨간불일 땐 브레이크를 밟는다.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무언가를 멈추는 방법을 배우고 실행한다. 이건 하나의 약속이다. 멈춰야 하는 것이 멈추지 않는다면 감당하기 힘든 결과를 초래한다는 걸 우리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이 세상에서 멈출 수 없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멈춰야 할 때를 배운다. 횡단보도 앞에서, 달리기의 결승선에서, 하지만 그 누구도 우리에게 감정을 멈추는 법은 알려주지 않았다. 모든 걸 제때에 멈추며 살던 우리가 속절없이 흘러가는 감정을 중단하지 못할 때, 제아무리 어른이라도 그때만큼은 떼를 쓰는 아이가 된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격렬한 사랑의 감정에 멈추지 못한 남자와 멈춰야만 했던 여자의 이야기를 담는다.

  해준은 미결 사건에 집착하는 형사이다. 자신의 방, 벽 하나를 시체와 사건의 사진들로 채운다. 계속해서 미결 사건을 고민하고, 죽은 사람을 생각하고, 그 생각에 밤잠을 설친다. 잠이 오지 않아 잠복근무를 하는 형사 해준의 건조한 일상은 피해자가 남긴 발자취들과 인공눈물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런 해준의 일상을 완벽히 바꾼 의문의 여자가 등장한다. 남편이 죽은 중국인 여자 서래, 어쩌면 자신의 남편을 죽였을지도 모르는 여자에게 해준은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낀다. 그 알 수 없는 끌림이 너무 강했던 걸까, 모든 게 냉철하던 해준은 서래 앞에서 완전히 무너진다. 자신의 모든 의심을 더 큰 사랑으로 덮으며 서래를 위했던 해준은 결국 자신의 신념을 무너뜨리고 다신 돌아갈 수 없이 붕괴한다. 붕괴된 남자와, 붕괴를 초래한 여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사랑의 감정을 멈출 수 없다.

  해준은 새로운 곳에서 서래를 잊고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하지만 서래가 없는 그는 다시 밤잠 설치는 형사가 되어버린다. 잊고자 하는 해준과 달리 서래는 다시 해준에게 기억되고 싶어 한다. 해준의 영원한 미결사건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인생에 기억되고 싶다는 서래의 욕망은 다시금 다른 사람의 목숨을 매개체로 자신과 해준을 연결시킨다. 둘은 서로를 향한 감정을 멈추지 못하고, 또 다른 붕괴를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안다. 제때에 멈추지 못한 것은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그래서였을까 스스로 헤어질 결심을 택한 서래는 해준을 자신이 초래한 붕괴 이전으로 돌려놓으려고 한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영원히 그의 인생의 미해결 사건으로 남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서래는 영원한 헤어짐을 결심하고 해준이 차가운 바다에서 영원히, 아주 영원히, 자신을 찾게 만든다.

  우리는 사랑하는 감정을 중단할 수 없다. 아무리 괴로워도, 슬퍼도 우린 이 감정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서래가 이 사랑을 스스로 멈출 수 있었던 건 헤어질 결심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헤어질 결심을 하지 못한 해준은 다시 멈출 수 없는 사랑을 붙들며 살아가야 한다. 서래의 몸이 바다에 잠긴 그때서야 멈출 수 있던 두 사람의 사랑의 감정은 영원히 해결되지 못한 채 깊은 바닷속을 떠돌 것이다. 그리고 해준은 범인을 잡을 수 없는 서래라는 미결 사건을 쫓아 영원히 바닷가를 헤맬 것이다. 헤어질 결심이라는 것은 결국, 끝내야 한다는 용기와 이젠 그 사람의 삶에 흔적으로 남고 싶다는 욕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에릭 로메르 | 1983 | 95'

  아름다운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그리스의 칼로카이리 섬. 그곳에서 엄마 ‘도나’와 단둘이 작은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소피’는 결혼식을 앞두고 젊은 시절 엄마가 쓴 일기장을 발견한다. 그 속에서 아버지로 추정되는 세 남자, ‘빌’, ‘샘’, ‘해리’의 이름을 찾은 소피는 지금껏 비밀에 싸여있던 자신의 친부를 찾기 위해 엄마 몰래 엄마의 이름으로 그들을 자신의 결혼식에 초대하기로 한다.

  그러나 얼굴을 보자마자 한눈에 누가 친부인지 알아볼 수 있을 줄 알았던 소피의 예상은 빗나가 버리고, 옛 연인들을 한자리에서 다시 마주하게 된 도나는 혼란에 빠진다. 엄마 몰래 세 남자를 초대한 게 자신이라는 걸 숨기려는 소피와, 지금껏 숨겨왔던 자신의 과거를 딸이 알게 될까 두려워 세 남자의 존재를 숨기려는 도나가 각자 고군분투하는 와중에 빌, 샘, 해리는 모두 자신이 소피의 친부임을 확신한다.

  친부만 찾으면 자신의 잃어버린 삶의 한 조각이 채워질 줄 알았는데, 아빠가 셋이나 생겨버린 탓에 누구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입장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던 소피는 결국 고민 끝에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이자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인 엄마와 함께 결혼식장에 향하기로 한다.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때문에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는 엄마와 딸. 모녀는 이제 조금은 다르지만 어느 때보다도 닮은 마음으로, 한 방향을 향해 함께 걸음을 옮긴다. 결혼 서약을 앞두고 서로가 서로에게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으며 용서를 구하는 도나와 소피. 두 사람은 그제서야 자신이 원해왔던 것이 무었인지 선명하게 깨닫는다. 딸이 주인공이었던 결혼식은 이내 엄마의 결혼식이 되고,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사랑이 교차하는 음악이 흐른다.

  지중해의 눈부시게 빛나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영화 내내 흐르는 익숙한 ABBA의 음악은 마치 마법처럼 관객을 유쾌하고 흥겨운 뮤지컬 영화 속으로 끌어들여 영화 속 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게 만든다. 춤추고 노래 부르며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의 인생을 즐기라고 말하는 이 영화를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까!

  MAMMA MIA! My, My, How Can I Resist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