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less지만, 그렇다고 Soulless는 아니야🎒

  뉴욕의 겨울, 가스등 카페의 작은 무대 위에서 한 남자가 기타를 튕긴다. 그의 이름은 르윈 데이비스. 낡은 코트를 걸친 채 무표정하게 노래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쓸쓸함이 묻어난다. 한때는 듀오로 활동했지만, 동료 마이크가 세상을 떠난 후 남은 건 불투명한 미래와 끝없는 방황뿐이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떠도는 르윈의 삶에는 계획이 없다. 아니, 계획이라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1961년 포크 음악이 막 태동하던 시대, 많은 이들이 떠오르고 있었지만 르윈에게는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의 음악을 ‘좋다’고 말하지만, 그 ‘좋음’이 곧바로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것이다. 녹음실에서는 제값을 받지 못한 채 곡을 부르고, 오디션에선 ‘솔로로는 어렵겠다’라는 말을 듣는다. 그렇다고 그가 특별히 무능한 것도 아니다. 그는 충분히 좋은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지만 세상은 그를 바라봐주지 않는다. 그렇게 르윈은 예술을 향한 열망과 현실의 벽, 그 사이 어디쯤에서 부유한다.

  영화는 수미상관식으로 구성된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겹쳐지면서, 르윈이 같은 곳을 끝없이 맴도는 듯한 착각을 준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묘한 차이가 있다. 처음에는 한 곡만을 부르지만, 마지막에는 두 곡을 부른다. 그중 하나는 그가 한때 마이크와 함께 노래했던 곡이다. 담담하게 부르는 듯하지만, 그 장면 속에는 지난 일주일 동안 겪은 수많은 일들이 녹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영화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고양이다. 처음엔 그저 하나의 해프닝처럼 보이지만, 이 고양이는 르윈의 여정을 은유적으로 비춘다. 우연히 교수의 집에서 나온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다가 놓치고, 다시 길에서 다른 고양이를 발견하고선 원래의 고양이라고 착각한다. 결국 돌고 돌아 고양이의 이름이 ‘율리시스’였음을 알게 되는 순간, 이는 르윈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처럼 작용한다. 그리스 신화 속 율리시스가 험난한 여정을 거쳐 집으로 돌아간 것처럼 르윈 역시 어디론가 돌아가야 하지만, 정작 그가 돌아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

  르윈의 노래는 그의 삶을 대변한다. 어디에도 도달하지 못한 채 허공에 흩어지지만, 적어도 노래하는 순간만큼은 그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그의 목소리는 관객의 귓가에 남아 반복적으로 맴돈다. 마지막 장면에서 르윈은 “Au revoir”라고 말한다. 프랑스어로 ‘또 보자’라는 뜻이다. 같은 날이 또 반복될 것이라는 체념일 수도 있고, 언젠가 성공한 모습으로 무대에 설 것이라는 희미한 다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르윈의 삶은 계속된다는 것.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가며.

니콜라스 하이트너 | 2015 | 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