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영화] #87 🏠Homeless지만, 그렇다고 Soulless는 아니야🎒첫 번째

2025. 3. 17.

[휴대-영화] #87 🏠Homeless지만, 그렇다고 Soulless는 아니야🎒첫 번째

🏠Homeless지만, 그렇다고 Soulless는 아니야🎒

첫 번째

제 몸 하나 마음 편히 뉠 집 없이도 꿋꿋이 자신만의 열정으로 삶을 살아나가는 이들이 여기에 있다. 생존과 직결된 안정적인 거주 공간의 부재는 이들을 늘 불안으로 몰아넣고, 현실의 차가운 벽에 빈번히 부딪히게 하지만 이들은 현실의 규범과 질서로부터 탈주하기를 시도하며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는다. 육체적으로 고단할지언정 꿈과 열정을 포기하지 않은 그들의 영혼은 그것을 안식처 삼아 충만하게 차오르고, 끝없어 보이는 절망 속에서도 그들은 다시 일어나 또 다른 하루를 묵묵히 살아낸다.

일상이 되어버린 가난과 부조리, 주위의 멸시 속에서도 용기 내어 또 한 발짝을 내딛는 영화 속 인물들을 보며, 우리는 깊은 연민 또는 연대를 느끼는 동시에 현실의 부단한 냉기와 부조리를 마주하게 된다. 안정된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의 신념이나 꿈, 사소한 바람마저 포기하는 것을 현실적인 선택 또는 합리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현대 사회의 잣대에 의문을 던지는 이 영화들을 통해 가난과 소외에 대해 다시 한번 성찰해 보는 것은 어떨까.

라스트 홈

99 Homes

라민 바흐리니 | 2014 | 112' | 화요일 2시

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션 베이커 | 2017 | 111' | 화요일 5시

소공녀

전고운 | 2017 | 106' | 수요일 2시

홈리스

임승현 | 2020 | 83' | 수요일 5시

라스트 홈
99 Homes

라민 바흐리니 | 2014 | 112'

화요일 2시

영화 <라스트 홈>은 금융위기의 혼란 속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러나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비단 한 개인의 비극만은 아닐 것이다. 영화는 자본주의의 비정함과 그 안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처절한 현실을 가감 없이 펼쳐 보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외면하거나 잊고 있던 질문들을 꺼내놓는다.

주인공 데니스 내쉬는 그저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는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 성실히 일하며 살아왔건만, 주택 대출금을 갚지 못한 대가는 처참했다. 차압 통보가 떨어지자마자 그의 집으로 들이닥친 부동산 중개업자 릭 카버와 그 일당은 단 2분 만에 그와 가족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익숙했던 집은 더 이상 그들의 것이 아니게 된 것이다.

데니스의 집에 들이닥친 릭 카버는 자본주의의 논리를 온몸으로 체화한 인물이다. 그에게 집은 터전이 아니라 자산이고, 사람은 고객이 아니라 숫자에 불과하다. “100명 중 한 명만 방주에 올라타는 거야. 나머지는 물 속으로 가라앉는 거지.“ 라는 그의 신념은 냉혹하지만, 그가 속한 시스템에서는 이보다 합리적일 수 없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면서도 죄책감 하나 느끼지 않고, 오히려 이를 자신의 성공의 증거로 삼는다.

그렇게 데니스는 집을 잃고 절망 속에서 방황한다. 하지만 그의 선택지는 마땅치 않다. 그러던 중 릭은 데니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집을 빼앗는 일을 돕는 것이었다. 그 대가로 데니스는 돈을 벌 기회를 얻고, 언젠가 자신의 집을 되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쁜 선택임을 알고, 거절하고 싶어도, 이제 데니스에겐 그럴 여유 조차 없게 되자 결국 릭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그는 하루아침에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모한다.

영화는 데니스가 선택한 그 길을 비난하지 않는다. 동시에 그를 변호하지도 않는다. 감독은 그의 선택을 딤담하게 비출 뿐이다. 릭과 함께하는 동안 데니스는 자본주의의 실체를 똑똑히 목격한다. 집은 릭에게는 단지 빈 상자에 불과했고, 은행과 투자자들에게는 이윤의 수단이었다. 집이 터전이 아니라 거래의 대상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데니스는 인간성을 잃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매일같이 누군가의 문을 두드리고, 누군가를 거리로 몰아내며 그는 자신을 설득하려 애쓴다. “내 가족을 위해서”라는 말은 그의 유일한 방어막이자 최후의 핑계였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빼앗은 삶들이 자신의 것과 얼마나 닮아 있는지도 함께 목격한다. 그는 자신이 지키려 했던 가족과 집을 위해 다른 가족들을 희생시키고 있었다. 이 모순적 상황은 그를 점점 더 깊은 자기혐오로 몰아넣는다. 영화는 이러한 데니스의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가 개인에게 가하는 구조적 폭력을 드러낸다. 서민들이 자본 시스템의 흐름에 따라 희생되고, 그들 중 일부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짓밟아야 현실. 이 모순적 구조는 결국 인간의 존엄과 연대를 무너뜨리고, 모두를 피해자로 만든다.

영화 이런 일이 왜 벌어졌는가에 대해서 묻지 않는다. 그보다 더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이런 세상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데니스의 선택은 비난받아야 하는가, 아니면 이해받아야 하는가? 그리고 당신이라면 데니스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영화는 끝이 나도 질문은 멈추지 않는다. 릭이 상징하는 자본주의의 논리와 데니스가 보여주는 인간의 절박함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맞닿아 있으니 말이다.

글쓴이 초코

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션 베이커 | 2017 | 111'

화요일 5시

미국의 남동쪽 플로리다 주에는 꿈과 환상의 나라, 디즈니월드가 있다. 여느 관광지나 그렇겠지만 디즈니월드의 주변에도 관광특수효과를 노리며 화려한 외양의 숙박시설들이 지어졌다. 일곱 살쯤 된 아이 '무니'가 사는 곳도 그런 곳의 일부다. 이름하여 ‘매직캐슬'. 몽환적인 연보라색 페인트로 뒤덮인 이곳은 동화 같은 분위기나 이름과는 달리, 홈리스(homeless)들이 모여 장기 투숙을 하는 싸구려 모텔이다. 무니는 스물두 살 엄마 '핼리'와 함께 그곳에서 살고 있다.

아이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영양가 없는 와플이나 피자로 끼니를 때우고, 길거리에서 향수를 팔아 힘겹게 방세를 치르는 등, 무니의 엄마 '핼리'는 아이를 키우기에 너무나 무지하고 가벼워 보인다. 무니를 둘러싼 열악한 환경도 문제다. 방세를 못 내면 언제라도 쫓겨날 수 있는 허름한 모텔에는 투숙자들의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고, 공용으로 쓰는 수영장에서 가슴을 내놓고 선탠을 하는 할머니가 사는가 하면, 아이들 곁에 얼쩡거리며 성범죄의 기회를 노리는 남성도 있다. 하지만 무니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한 아이이므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이곳에서의 하루하루가 그저 즐겁고 흥미로울 뿐이다.

핼리는 정기적 일거리가 없지만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방세를 내려고 노력하고, 스물둘 한창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이를 거부하는 남자와는 데이트하지 않는 엄마이다. 아무리 자격이 없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핼리는 핼리 나름대로 딸 무니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었다. 매직캐슬의 매니저 '바비'도 그런 의외성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었다. 바비는 겉으로는 방세를 내지 않으면 쫓아낼 듯 구는 딱딱한 관리인이지만, 실제로는 무니와 핼리가 처한 상황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도우려고 하는 따뜻한 사람이다. 알게 모르게 그에게 의존하는 무니와 핼리는, 마찬가지로 겉으로는 무심한 척하지만 바비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아무리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의 막장 라이프인 듯해도, 카메라는 그 안에 우리가 모르는 구석을 샅샅이 들추어 따스함을 발견한다. 그런 카메라의 시선에는 섣부른 동정이나 비난이 없다. 그저 매직캐슬의 투숙자들이 겪는 사실만을 보여줄 뿐이다. 단칸방인 그곳에서 몸을 팔며 돈을 받는 동안, 무니는 엄마가 크게 틀어놓은 힙합을 들으며 오랜 목욕을 한다. 욕실 밖에서 엄마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른 채, 매일 그렇게 목욕이 반복된다. 핼리는 잘못된 일을 하고 있으며, 어린 무니는 아무것도 모르고, 카메라는 모녀의 삶을 우리에게 알리되 관여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신고로 아동보호국에서 결국 무니를 데리러 왔을 때, 복잡한 심정이 극단으로 치닫는다. 절대로 아이를 뺏기지 않으려는 핼리의 발악과, 마찬가지로 절대로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겠다는 무니의 몸부림은 너무도 슬프다. 하지만 핼리가 나쁜 엄마여서가 아니라, 핼리가 처한 환경이 아이를 해칠 것을 알기에. 이런 환경에서라도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와 두는 게 맞는가, 아니면 더 좋은 환경으로 아이를 보내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답은,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쉽게 내려지지 않는다.

글쓴이 해그리드

소공녀

전고운 | 2017 | 106'

수요일 2시

미소라는 캐릭터는 현실적이면서도 때로는 되고픈 워너비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인 담배와 위스키를 사수하고자, 과감하게 집도 버리며 남의 집에 당당하게 전전한다. 집 없는 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소확행을 지키는 게 나쁜 게 아니라고 미소는 말한다. 그리고 미소는 가사도우미나 남의 집 청소, 밥하기로 보답하는데, 이 행동이 알고 보면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행위임을 깨닫게 된다. 미소의 남자친구 한솔, 그리고 미소의 과거 밴드 친구들은 오늘날 2030세대의 다양한 군상을 대변한다.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住) 대신 의식주(酒)를 택한 미소. 말만 들었을 때는 '그런 삶이 어떻게 가능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삶을 들여다볼수록 미소만큼 자신의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었다.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묘미는 미소를 통해 보게 되는 타인의 삶이다. 미소는 어디를 가나 미소일 뿐인데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재단되는 현실. 부처의 눈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듯, 저마다 자신의 시각으로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들. 한시절 가족처럼 끈끈하게 뭉쳤던 사람들도 상대가 힘들어할 때 마음 한자락 내어주기 힘든 게 관계의 현실이다. 도도한 소공녀 미소가 홀로 보내는 세월로 인해 외로움에 지치지 않기를, 인간이란 게 다 그렇고 그렇더라는 생각에 절망하는 일이 없기를. 당당하고 도도하고 꾸밈이 없으면서도 따뜻한 미소를 보여준 참으로 매력적인 주인공이다.

글쓴이 해그리드

홈리스

임승현 | 2020 | 83'

수요일 5시

젊은 부부 ‘한결’과 ‘고운’은 이사를 앞두고 입주일 전까지 지낼 곳이 없어 이곳저곳을 떠돌고 있다.아직 분유도 떼지 못한 갓난아이 ‘우림’을 데리고 모델 하우스를 구경하며 이상적인 집을 꿈꾸는 두 사람은 비록 낡고 좁은 집이어도 세 가족이 함께 단란하게 살아갈 공간이 생긴다는 생각에 설렘을 안고 있다. 이렇듯 입주 전까지 일시적으로 홈리스 상태에 놓인 이들이 하룻밤 몸을 뉘고자 찾은 곳은 찜질방이다. 부부는 밤에는 사람이 북적거리는 찜질방 한구석에서 틈틈이 가계부를 작성하고, 낮에는 배달과 전단지 아르바이를 하며 열심히 생활을 꾸려보지만 ‘집’이 없는 생활은 녹록지가 않다.

그래도 집이 생기기만 하면 조금은 생활이 나아지리라 믿었는데. 야속하게도 그들이 마주하게 된 것은 입주할 예정이었던 집에 붙은 철거 공고다. 하루 종일 죽어라 일해서 모은 보증금은 순식간에 증발해버렸고, 거리에서의 생활은 아무래도 끝나지 않을 것 같다. 하루아침에 당하게 된 보증금 사기에 마음껏 절망하고 분노할 새도 없이 한결은 밀려드는 배달 주문에 일을 하러 나서고, 갈 곳 없는 고운은 우림을 안고 다시 찜질방으로 향한다. 그러나 고운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림이 사고로 크게 다치게 되면서 부부는 또 한 번 절망에 빠진다. 그들을 더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당장 감당하기 힘든 병원비 30만 원의 무게다.

더 이상 찜질방도, 모텔도 가기 싫다는 고운의 “우리 이제 어디 가지?”라는 물음에 한결은 가족을 이끌고 그가 평소 자주 배달을 가던, 친절한 할머니의 집으로 향한다. 그러나 부부가 발을 들여놓은 커다란 집은 이상하게 조용하다. 한결은 ‘할머니가 미국으로 여행을 가셨다’면서, 그동안 우리에게 잠시 집을 봐 달라고 부탁했으니 이곳에서 잠깐 지내자고 말한다. 간만에 지내게 된 따뜻하고 안락한 거처에 가족은 기뻐하지만, 어딘가 한결의 태도가 수상하다. 할머니 방에는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며 화를 내는가 하면, 모두가 잠든 새벽 온 집안의 문 손잡이며 창문을 조심스럽게 닦아낸다. 여기저기 낡아 삐걱대는 문 소리와 집을 울리는 초인종 소리는 너무나 불안하기만 하다.

한결의 불안감이 점점 고조됨에 따라, 부부가 함께 역경을 이겨내는 가족 드라마 같아 보였던 영화의 장르는 스릴러로 전환된다. 이미 죽은 할머니의 시체를 방에 숨겨 둔 채 한결은 있는 힘껏 돈을 벌어보기 위해 애쓰지만 보증금은 돌려받을 방법이 없고 현실은 더욱 열악해지기만 한다.

그림자부터 티가 나는 가난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적어도 자식만큼은 그런 티 없이 키워내고 싶었을 뿐인데. 벼랑 끝에 선 이들은 최악과 차악 사이를 오가며 점점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한다. 그렇게 거짓과 불온을 무릅쓰고 얻은 그들의 안식처에 아이러니하게도 안식은 없다. 무너지는 마음으로 한 선택들 끝에 부서져 내리고 만 불안하고 슬픈 영혼들만이 그곳에 있다.

글쓴이 옹심

🎥달팽이는 좋겠다... 집이 있어서🐌

안녕하세요! 새로운 기획안과 함께 찾아 온 <휴대-영화>입니다. 여러분에게 집은 어떤 공간인가요? 달팽이도 집이 있는데, 내 집 하나 마련하기가 참 어려운 세상이네요. 이번 기획안에서는, 비록 집은 없지만 그 누구보다 씩씩하게 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집이 내게 어떤 의미를 갖는 공간인지, 고민을 해보신 적 있으시다면 이번 기획안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러면 이번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길 바라며, 수요일에 남은 이야기와 다시 찾아 오겠습니다!🏠

이화 시네마떼끄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3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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