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 셰익스피어🎞️

제롬 로빈스, 로버트 와이즈 | 1961 | 153'

   뉴욕의 슬럼가, 어퍼 웨스트사이드. 이 거리를 주름잡는 두 갱단이 있다. 폴란드계 백인 갱단인 ‘제트파‘, 그리고 푸에르토리코계 갱단인 ‘샤크파’. 작명 센스만을 접한 이들은 코미디 조폭 영화일 것이라고 짐작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원작으로 하는, 여전히 비극적인 사랑을 품고 있는 이야기이다.  

   제트파 활동을 그만두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토니는 원수지간인 샤크파 리더의 여동생, 마리아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첫눈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둘은 모든 싸움과 갈등을 뒤로하고 함께 춤을 춘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모든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될 수는 없는 법. 마리아는 토니에게 두 갱단과의 싸움을 막아 달라고 부탁하고, 그 과정에서 토니는 사건에 휘말려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원작과 달리 끝까지 살아남은 마리아는 사랑하는 사람의 시신을 끌어안고 절망한다. 그제서야 제 잘못을 깨달은 두 갱단은 토니의 시신을 묻어주며 지난날들을 뉘우친다.  

   왜 사람은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소중함을 깨닫는 걸까. 평화도, 사랑도, 왜 어떤 것들은 아픈 사건을 겪지 못하면 영영 모른 채 살아가게 되나. 어떤 결말이 더 비극적일까. 사랑하는 사람의 시신을 끌어안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죽음을 선택하는 것 중에서 말이다.

글쓴이 나나

   평범한 10대 소년 '카메론'은 전학 온 첫날, 새 학교에서 아름다운 '비앙카'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비앙카는 학교 전체가 선망하는 소녀지만, 누구도 그녀와 데이트를 해본 적이 없다. 비앙카의 아버지가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이성 교제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비앙카의 아버지는 규칙을 조금 수정해, 비앙카의 언니 '캣'이 데이트를 하면 비앙카도 데이트를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캣은 전혀 남자에 관심이 없다. 이성 교제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서, 학교의 불량한 남학생들에게 독설을 퍼붓고 심지어 폭력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녀의 관심사는 오로지 언더그라운드 밴드와 각종 페미니즘 서적뿐이다. 학교의 남학생들은 모두 이런 캣을 두려워하고 멀리한다.

   한편 이 소식을 들은 카메론은 친구 ‘마이클’과 함께 캣과 데이트할 대담한 남학생을 물색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눈에 띈 적임자는 바로 ‘패트릭’. 전과자라느니, 스피커를 사기 위해 간을 팔았다느니 하는 무시무시한 소문이 무성한 그를 캣과 데이트 시키기 위해 카메론과 마이클은 기지를 발휘하고, 역시 비앙카와 데이트를 하고 싶어 하는 ‘조이’가 그에게 돈을 지불하도록 한다.

   캣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녀가 가는 곳,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패트릭. 그는 점점 개성 강하고 매력적인 캣에게 진심으로 끌리게 되고, 캣 역시 패트릭의 진심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러나 졸업 파티를 앞두고 파티에 함께 가자고 자신을 몰아붙이는 패트릭을 캣이 의심하면서 두 사람은 갈등을 겪는다. 캣이 졸업 파티에 가지 않는 탓에 역시 졸업파티에 갈 수 없게 된 비앙카는 크게 상심한다. 이에 캣은 그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상처를 털어놓으며, 동생을 보호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비앙카는 언니가 자신의 경험과 기회를 막고 있다며 화를 내고, 결국 캣은 동생을 위해 졸업 파티에 참여한다. 파티에서 다시 만난 패트릭과 캣. 두 사람은 오해를 풀고 서로의 진심에 다가서는 듯하나, 이내 조이에 의해 그동안 패트릭이 돈을 받고 자신과 만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캣은 큰 상처를 받는다.  

   졸업 파티 후, 자매의 사이는 돈독해지고 그토록 가고 싶었던 동부의 대학교 입학도 허락받았으나 여전히 패트릭에 대한 감정과 상처를 안고 있는 캣. 그런 그녀에게 패트릭은 그동안 조이에게 받은 돈으로 기타를 선물하며 진심으로 사랑을 고백한다. 영화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 10가지 이유>는 셰익스피어의 고전 원작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유쾌한 하이틴 영화로 재해석하며 모두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길 바라는 세상에도 ‘온전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단점마저 모두 사랑하게 되는 사랑. 그 진심 어린 사랑 앞에서 결국은 성장을 겪는 인물들을 보며 우리는 저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된다.

   다소 여성 혐오적인 원작의 서사를 90년대 고등학교로 옮겨온 영화의 재치 있는 각색이 인상적이다. 원작에서 막무가내로 카타리나(캣)를 괴롭히고 농락했던 페트루치오(패트릭)와 달리, 영화 속 패트릭은 오히려 캣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그녀에게 깊이 빠진다. 또한 안하무인의 악녀로 그려졌던 카타리나 대신, 영화는 굉장히 주체적이고 총명한 캣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의문이 든다. 과연 페미니즘을 당당히 지지하고 과거의 트라우마로 남자를 멀리하는 캣의 행동이 학교 전체로부터 배척받을 만큼 잘못된 것일까? 주체적이고 자신의 의견 표현이 충만한 여성을 악녀로 설정하고, 그녀의 독립성과 개성을 남성에 의해 '교정'하려는 혐오적인 시선이 여전히 영화에 녹아 있다. 우리는 이렇듯 고전 원작과 그것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영화를 비교해 보며, 시대에 따라 변화한 가치관과 동시에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는 뿌리 깊은 혐오에 대해 성찰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