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e The Sweet!🧁

대니 드비토 | 1996 | 98'

   때로 영화는 의아한 지점에서 관객의 뇌리에 자신을 각인시키곤 한다. 〈마틸다〉의 그것은 이견 없이 ‘초콜릿 케이크’일 것이다. 눈앞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지만 영 먹고 싶지 않은 골칫덩이 케이크. 화면에서 부담스러운 초콜릿 향이 끼치기까지. 마틸다가 받는 대접 역시 그 케이크와 다름이 없었다. 
 

   여섯 살 반 소녀 마틸다의 ‘스펙’은 케이크만큼이나 푸짐하다. 네 살 때 집에 있는 잡지 섭렵,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비롯한 명작 완독, 거기다 염력까지! 그런 마틸다에게는 열띤 교육열이나 따스한 칭찬 대신 냉담함이 주어진다. 심지어 다른 아이들보다 늦게 입학한 학교를 결정한 방식 역시, 아빠 마이클 웜우드 씨에게 중고차를 사러 온 아가사 트런치불 교장의 철학 ‘아이들은 때려서 가르쳐야 한다’ 덕이다. 
 

   웜우드 부부가 마틸다에게 무관심하다 그녀가 눈엣가시처럼 굴 때 학대를 행했다면, 트런치불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괴롭힐 수 있을지 레이더를 작동시킨 듯 보인다. 이상한 학교에서도 아이들은 쑥쑥 자란다. 마틸다는 반 아이들 사이에서 엄청난 두각을 나타내며 (비록 트런치불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하지만) 담임인 허니 선생님에게 월반 대상으로 꼽히기도 한다. 
 

   대망의 케이크 역시 학생을 향한 괴롭힘의 일환이다. 트런치불은 브루스라는 이름의 남학생이 자신의 초콜릿 케이크를 훔쳐 먹었다는 사유로 엄청나게 커다란 케이크를 몽땅 먹도록 강제한다. 질린 표정의 브루스는 결국 케이크와의 승부에서 이기게 되는데, 이는 마틸다를 시작으로 한 학생들의 응원 덕분. 부당한 처벌의 현장이 유쾌하고 먹음직스러운 반항으로 변화하는 순간이다.
 

   사실 마틸다는 이전부터 우매한 어른들에게 밟히면 꿈틀하는 어린이였다. 당신은 영화 속 또 다른 디저트를 기억하는가? 예쁜 타르트가 포크와 함께 마틸다의 접시에 안착하던 그 순간 말이다. 사람이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가르치던 웜우드 씨는 마틸다에게 ‘초강력 접착제 발린 모자’와 함께 레스토랑에서 망신스러운 소란을 벌이는 경험을 선사받았다.
 

   소녀가 겪어 온 일을 되짚어 본다. 마틸다는 늘 눈앞의 사건에 재치 있는 해답을 내놓았다. 집에 책이 없으면 혼자 도서관을 찾아가고, 네가 한 일이 아니어도 벌을 주겠다는 트런치불에게는 도롱뇽을 철썩 붙이고, 사실 자매였던 트런치불과 허니 사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허니의 아빠인 척 분필을 조정하며 트런치불을 내쫓아 버린다. 이쯤 되면 마틸다가 허니와 함께 사는 가족이 되는 엔딩도 우연 또는 운명이라는 단어에 담고 싶지 않아지는 것이다.
 

   군더더기 없는 엔딩은 나는 이곳을 사랑해서 떠나지 않고 허니 선생님과 살 거예요. 나를 입양해 주세요. 웜우드 부부와 허니 선생님에게 당당하게 말한 사람은 마틸다. 마침내 오래도록 그려 온 소소하고 행복한 삶으로의 열쇠를 획득한 주체도 마틸다. 영화의 제목은 소녀의 이름 아닌 다른 어떤 것이 될 수 없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이곳은 프랑스의 어느 작은 시골 마을. 이 마을의 사람들은 모두 가톨릭 신앙을 따르며, 가톨릭의 엄격한 규율 속에서 금욕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또한 못 볼 것을 보면 못 본 척해야 하고, 희망이 꺾여도 이를 담담히 받아들여야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북풍이 불던 겨울 날에 한 모녀가 이 마을을 찾아와 초콜릿 가게를 차린다. 비엔과 딸 아누크는 마을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초콜릿을 만들어 파는 모녀였다. 엄격한 규율과 신앙심이 자리를 잡은 이 마을이지만, 무신론자인 비엔은 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고 사람들에게 초콜릿을 팔며 경직된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아망드 할머니는 자신을 요양원에 보내 치료하겠다는 딸과 싸워 사이가 틀어졌다. 비엔은 이런 아망드 할머니에게 위로가 되는 따뜻한 핫초코 한 잔을, 남편에게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며 살고 있던 조세핀에게는 용기를 심어줄 수 있는 장미모양의 초콜릿을 선물한다. 조세핀은 비엔과 비엔의 초콜릿 덕에 용기를 내어 짐을 싸서 비엔의 집으로 도망쳐 나오고, 이후 비엔의 초콜릿 가게에서 함께 일하며 그녀의 활기와 생기를 되찾는다. 
 

   이렇게 비엔의 초콜릿이 이런 마을에서 살아가느라 마음조차도 경직되고 딱딱히 굳어 있던 사람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치유를 하자, 마을의 분위기를 만들어낸 장본인인 시장은 비엔을 내쫓으려 한다. 바로 신을 모독하고 금욕하지 않아 사람들을 유흥에 물들게한다는 것을 이유로. 시장은 이를 실행에 옮기고, 비엔도 이 사건 이후에 마을을 다시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하지만 비엔과 그녀의 따스한 초콜릿 덕에 많은 도움을 받은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비엔의 마음을 움직인다. 시장 또한 비엔의 초콜릿 덕에 자신이 마을에 해오던 행위를 반성하게 되고, 비엔도 마음의 여유 없이 마을을 떠돌아다니는 일을 그만두며 마음에 여유를 채워 넣는다. 
 

   앞으로 지치고 힘든 일이 생긴다면, 비엔과 마을 사람들처럼 작지만 큰 위로를 줄 수 있는 초콜릿을 한 입 먹고, 이를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 보아라. 그렇다면 언제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