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e The Sweet!🧁

미시마 유키코 | 2011 | 114'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는 홋카이도의 작은 카페 ‘마니’를 배경으로, 그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전개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평범한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을 고스란히 전한다.

   카페를 찾는 손님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있다. 잘난 남자친구에게 버림받고 홋카이도로 도망치듯 떠나온 가오리, 시골 생활에 염증을 느끼지만 도쿄로 갈 용기를 내지 못하는 토키오, 엄마가 떠난 후 아빠와의 소통이 서툰 미쿠와 그녀의 아버지, 그리고 지진으로 딸을 잃고 오랜 세월을 함께 의지하며 살아온 사카모토 부부까지. 이들은 차례로 카페 마니를 거쳐간다.

   그렇게 영화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세 가지 에피소드로 나뉘어 전개된다. 각각의 에피소드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독립적이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모두 카페 마니라는 공간에서 교차하며 하나의 큰 흐름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 공간의 주인이자 중심축인 리에와 미즈시마 부부는 이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그저 따뜻한 빵과 정성스러운 식사를 내어줄 뿐이다. 그러나 그 소박한 음식들이 가진 온기만으로도 손님들은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맛있는 음식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힘이 있음을 보여주듯. 

   영화는 큰 소리로 어떤 메시지를 외치지 않는다. 대신, 살며시 다가와 손을 내미는 듯한 따스함으로 관객을 감싼다.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삶의 소소한 행복을 발견할 여유를 준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영화의 리듬에 몸을 맡기다 보면, 우리가 지나쳐온 작은 순간들의 가치를 새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줄리, 그리고 줄리아의 이야기다. 영화는 계속해서 1940-50년대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줄리아와 2002년 뉴욕 퀸즈에서 살고 있는 줄리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진행된다. 
   줄리아는 외교관 남편과 함께 미국을 떠나 프랑스에 도착한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에, 무엇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는 상황. 하지만 자신이 먹을 때 가장 행복하며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줄리아는 ‘르꼬르동 블루’라는 요리 학교에 다니며 요리를 배우게 된다.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우는 사람은 남자들 밖에 없었지만 줄리아는 이에 기죽거나 포기하지 않고 매일 노력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게 된다. 졸업 후 사람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려던 줄리아는 프랑스에서 만난 지인들의 권유로 미국인을 위한 프랑스 요리책을 쓰기로 결심하게 된다. 
   줄리는 어릴 적부터 작가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는 911테러 관련 콜센터의 말단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완결도 내지 못한 소설이 지금까지 쓴 글의 전부였던 줄리. 줄리는 그런 자신의 초라한 모습과 잘 나가고 능력 있어 보이는 친구들의 모습을 비교하며 의기소침해지지만, 그래도 글 쓰는 것을 다시 도전해보기로 한다. 글의 주제에 관해 고민하던 줄리는 자신의 취미인 요리를 주제로 하여, 우상인 줄리아의 요리책에 담긴 524개의 레시피를 365일 안에 마스터하겠다는 목표로 이를 블로그에 연재하게 된다. 
   줄리와 줄리아는 각각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중에 시련을 만나고 고난을 겪는다. 하지만 결국엔 이를 극복해낸다. 이런 상황은 줄리와 줄리아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일어나는, 일어날 일일 것이다. 우리도 시련을 만나고 고난을 겪겠지만 중요한 것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것.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힘들 때면 잠시 쉬어도 보고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힘을 내는 것. 그리고 다시 일어나 도전해 끝까지 달릴 것. 이것들이 바로 줄리와 줄리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얻어갈 수 있는 한 조각의 여유와 용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