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늪😶‍🌫️

  거짓은 복잡하다. 거짓의 무게추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자기 보호의 수단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로, 때론 사회적 분위기에 의한 압박 등 여러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다양한 목적을 지닌 거짓말에는 하나의 불변하는 진실이 존재한다. 거짓이 드러나는 순간, 어떠한 형태로든 균열이 생긴다는 것. 그러나 그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인간은 수많은 거짓말을 내뱉고 살아간다. 들키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만과 순간의 충동에 이끌려서. 
  그렇다면 인간이 거짓말을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과 타인 사이의 주관적 경험의 괴리에서 온다. 그 괴리를 메우는 과정 속에서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모호해지며, 인간은 자신이 지향하는 현실을 구성하기 위해 타인이 주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해석하고 수용하게 된다. 그 사이에 크고 작은 빈틈이 생기게 되고, 그곳에서 바로 거짓이 자라난다. 결국 거짓말이란 건 단순히 누군가를 속이기 위한 의도가 아닌, 불완전한 세상을 견디기 위한 인간의 방어기제 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거짓말이라는 주제를 두고 일차원적으로 인물의 도덕성을 평가하는 감상은 무의미하다. 연약한 동정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은 내일이면 휘발한다. 거짓으로 점철된 영화와 닮은 우리 세상을 직시해보는 경험, 거짓말 앞에 비친 ‘나’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갈등의 시작, 거짓말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리플리는 디키와 그의 약혼녀 마지와 어울리며 상류층의 호화로운 삶에 점점 빠져든다. 타고난 연기력과 빠른 두뇌 회전 덕분이었을까. 프린스턴을 졸업한 디키의 동창으로 완벽히 둔갑한 그는 어느새 디키를 뉴욕으로 데려오겠다는 그린리프와의 약속은 잊은 채, 디키와 마지와의 풍요로운 생활이 지속되길 바란다. 그러나 절대 바뀌지 않는, 바뀔 수 없는 사실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단지 그들에게 신세 지는 사람일 뿐, 그들 ‘자체’가 될 수 없다는 것. 결국 디키는 점점 집착 증세를 보이는 리플리에게 싫증을 느끼게 되고, 리플리는 그 사실에 충격을 받아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디키를 살해하게 된다. 

   순식간에 벌어진 이 일이 리플리에겐 오히려 기회였던 걸까. 머지않아 그는 자신이 곧 디키가 되고자 결심한다. 디키의 신분을 뺏어 그의 삶을 살아가는 리플리는 점점 더 많은 거짓말과 범죄를 저지른다.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들을 살해하거나 위협하며, 자신이 만들어낸 거짓된 세계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악행을 일삼는다. "무슨 일을 하든 아무리 끔찍하고 해로워도 자기 머리 속에선 납득되는 법이잖아. 자신이 나쁘다는 사람은 없지."라는 그의 말처럼, 리플리는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더 이상 발 뺄 수 없는 거짓의 늪에 잠식해 간다. 

   사실 리플리에게 거짓말을 멈출 기회는 수없이 주어진다. 하지만 그는 번번이 거짓을 더 큰 거짓으로 덮는 길을 택한다. 왜 리플리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그의 거짓말은 단순히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설령 처음엔 그랬을지라도, 결국 그의 거짓말은 자신이 되고자 했던 이상적인 자아를 실현하는 유일한 수단으로써 변질되어 간다. 디키의 삶을 동경하며 그의 행동, 말투, 글씨체까지 완벽하게 모방하는 리플리.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본래 모습을 잃어가며, 거짓된 삶을 자신의 진짜 삶이라고 믿게 된다. 이렇게 눈덩이처럼 불어난 거짓의 끝은 곧 ‘나'의 소멸. 리플리는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피터마저 살해함으로써, 자신이 리플리로 남을 수 있는 모든 기회를 포기하고 만다. 결국 그렇게 진실은 무너져 내리고, 리플리는 스스로 만든 허상의 감옥에 영원히 갇혀버린다. 

   영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과연 얼마나 진실한 삶을 살고 있는가?” 우리는 영화 속 톰 리플리가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그의 거짓이 탄로 나는 순간만을 기다리기보다는, '이러다 들키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 속에서 그를 바라보게 된다. 만약 내가 톰의 상황에 처했다면, 그 거짓된 세계를 부수고 진실을 밝힐 수 있었을까? 어쩌면 톰 리플리를 보며 느껴지는 불쾌감과 기시감은 그에게서 나의 일면이 비춰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장면 리플리의 모습에서 화면 가득 채워지는 공허함은 관객에게 진실의 중요성과 그 무게를 넌지시 말하는 듯하다. ‘나’로 살아가지 못하는 인생은 이렇게나 잔인하다고.

   여러분은 평소 거짓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거짓말은 모두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또는 거짓말은 나쁘지만 선의의 거짓말은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아니면 이외에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있으시겠죠. 이렇게 거짓말에 대한 가치판단이 다른 사람들끼리는 아마 각각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을 테지만, 거짓말이 결국엔 균열의 싹이라는 것에는 다들 동의하실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거짓말이 들킨다면 거짓말의 선악과는 관계없이 모두 안 좋은 결과가 나타나니까요. 한 번쯤 이러한 것들에 대해 고민해보신 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이번 기획안의 영화들을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행해지는 거짓말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덤으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