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관찰일지📝

두 번째

예나 지금이나 외계인에 대한 호기심은 여전하다. 아래 영화들을 보면 알 수 있다.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직접 본 적도 없을뿐더러 과학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설명될 수도 없는 그 의문의 존재에 대한 의심은 계속되어왔다. 외계인은 영화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다. 인간의 친구가 되기도 하고, 적이 되기도 하며, 그들답게 끝까지 목적이나 역할이 수수께끼로 남기도 한다.

화려하고 때로는 부자연스럽기도 한 장면들은 결국 유쾌함으로 기억된다. 누구나 한 번쯤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것들이 살아 움직이는 세계에서 잠시나마 외계인과 친해져보는 건 어떨까.

화성인 지구 정복
They Live

존 카펜터 | 1998 | 93' | 목요일 2시

E.T.

스티븐 스필버그| 1982 | 115' | 목요일 5시

8번가의 기적

Batteries Not Included

매튜 로빈스 | 1987 | 106' | 금요일 2시

신체강탈자의 침입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돈 시겔 | 1956 | 80' | 금요일 5시

화성인 지구 정복

존 카펜터 | 1998 | 93'

목요일 2시

알고 보니 내가 외계인과 함께 살고 있다면 어떨까. 한 번쯤은 해본 터무니없는 상상이 영화 <화성인 지구 정복> 속에서는 현실이 된다. 주인공 나다는 우연히 한 선글라스를 줍게 된다. 그런데 웬걸, 선글라스를 통해 본 세상은 맨눈으로 본 세상과 다르다. 세상은 흑백으로 보이고, 사람들의 얼굴은 낯설고 끔찍한 외계인 얼굴로 변해 있다. 이뿐 아니다. ‘obey’, ‘consume’ 등 복종하라, 순종하라는 메시지들이 곳곳에 적혀있다. 나다가 외계인을 볼 줄 안다는 걸 눈치챈 일부 외계인들의 눈을 피해 그는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고군분투한다.

영화 속 이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던 것일까. 나다가 선글라스를 줍게 되는 그 우연이 없었다면? 친구인 프랭크와 싸우다가 프랭크가 선글라스를 밟아버렸다면? 외계인 무리에 의해 총살당했다면? 영화의 설정이나 흐름은 빈약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외계인들이 구축해 둔 지구 속 그들만의 세계는 나름 견고하다. 다른 외계인 영화들에 꼭 한 번씩 나오는 UFO가 지구에 떨어져 외계인과 지구인이 대치하는 그런 상황은 없다. 인간에게 총을 쏴대며 물리적으로 갈등하려 들지도 않는다. 머리가 크고 눈도 큰 관념적인 외계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도 않다. 인간과 같은 모습으로 같은 생활을 하며 세상 곳곳에 흩어져있다. 경찰서를 가도, 마트에 가도, 어딜 가든 외계인이 존재한다.

1988년의 B급 SF영화지만 존 카펜터의 선글라스를 통해 본 흑백의 지구는 우리 사회를 연상케 한다. 과장된 표현들이 과장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우리 세상은 불신과 암묵적인 통제가 지배하고 있다. 어째서 인간 편이 아니냐며 황당한 투로 묻던 나다에게 일단 이겨야 하지 않겠냐고 답하던 직원의 말이 떠오른다. 나다가 눈에 띄는 외계인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다녔던 것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수 없는 일이지만 엔딩 장면에서는 왠지 모를 허탈함이 느껴진다. 이 영화의 원제가 ‘They Live’인 것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지구인 vs 외계인의 갈등 구도로 축약할 수 없는 이야기라 더 그런 걸까. 주인공의 노력과는 별개로 영화 속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는 엔딩을 다 본 뒤에도 짐작할 수 없다.

글쓴이 도라

E.T.

스티븐 스필버그 | 1982 | 115'

목요일 5시

이 영화는 우연한 사고로 지구에 홀로 남겨진 외계인 이티와 소년 엘리엇의 특별하고 순수한 우정을 통해 들여다보는 동심과 환상의 세계를 그려냈다. 스필버그 감독 특유의 영상 미학을 통해 드러나는 진기하고 신비로운 모험과 판타지, 낙천적인 세계관으로 전 세계의 관객들을 매료시킨 작품이다.

영화는 순수한 소년성을 가장 앞세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에도 소년다운 열정이 넘쳐 흐르지만 전체적으로 소재와 스토리는 어른의 것이다. 로이는 소년 같은 영웅인지 몰라도 소년은 아니다. 그의 소년다운 행동이 감동을 주는 것도 결국 그가 어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티>에서 그런 어른들의 가치들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모든 것들은 아이들의 기준으로 축소된다. 이 영화에서 진짜로 중요한 것은 이티가 길잃은 아이라는 것, 그리고 그가 아이들의 멋진 친구라는 것이다.

영화 내적요소를 들여다본다면 <이티>에서 스티븐 스필버그의 연출은 마법 그 이상이다. 그가 엘리엇과 그의 형제들의 눈을 통해 우리를 여행에 데려가면서 경이로움과 감탄을 자아내는 그의 능력은 완전히 발휘된다. 조명, 음악, 그리고 카메라 각도의 사용은 영화의 마법을 극대화시킨다. 영화의 거대한 우주에서, <이티>는 우리에게 우정의 영원한 힘, 스토리텔링의 마법, 그리고 공감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며 빛나는 별로 서 있다. 이 가슴 따뜻한 엘리엇과 그의 외계인 친구의 이야기는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해서 따뜻한 마음을 안겨주고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글쓴이 해그리드

8번가의 기적

매튜 로빈스 | 1987 | 106'

금요일 2시

재개발 대상 지역 8번가의 입주자들, 나가기를 거부하는 이들 대상으로 지주 레이시와 카를로스는 무력을 휘두른다. 어느 날, 8번가의 노부부 앞에 정체불명의 날아다니는 고철 외계물체 둘이 등장한다. 이 외계인들은 전기와 고철을 먹고 부서지거나 고장 난 것을 수리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외계인들은 입주자들의 집을 고쳐주고 입주자들은 외계인들에게 먹을 전기와 고철을 주며 공생한다. 두 외계인과 입주자들은 그렇게 평화로운 날들을 보낸다. 하루는 외계인들이 건물 옥상에서 새끼를 낳는데, 배터리 없이 태어나 죽을 뻔한 막내를 해리가 우연히 고쳐낸다. 한편 레이시는 재개발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자 다른 방법을 쓸 준비를 하고, 다급해진 카를로스는 물과 전기를 끊으며 다시 8번가를 공격한다. 공격에서 겨우 살아남은 외계인 가족은 입주자들의 도움을 받아 외계로 떠난다. 이때 레이시의 임무를 받은 요원이 건물에 폭발물을 설치하는데… 과연 외계인 가족과 8번가 입주자들은 그들의 보금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8번가의 기적>은 우연히 외계인들과 만난 입주자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그려낸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자로 참여했는데, 귀엽고 투박한 외계인들의 외모와 설정,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는 입주자들에게서 그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외계인들은 부서진 건물만 고쳐준 것이 아니었다. 생명의 탄생을 함께 지켜보고 공동의 적을 함께 물리치는 과정을 통해, 그들은 입주자들 내면의 붕괴도 치유했다.한편 입주자들이 외계의 힘을 동원해서만 구원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은 쓸쓸하게 다가온다. 현실에도 수없이 존재할 8번가의 주민이 외계인의 도움 없이도 자립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쓴이 순록

신체강탈자의 침입

돈 시겔 | 1956 | 80'

금요일 5시

“뭔가가 일어나고 있어.”

내가 아닌 나의 분신이 나의 행색을 하고 다닌다는 소재는 인간들에게 오래 전부터 두려움을 불러오는 단골 소재다. 1950년대 액션영화의 대가 돈 시겔은 해당 주제를 가지고 박진감 넘치는 영화 한 편을 제작했다. 넉넉지 않은 예산으로 제작했음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카메라 워킹과 구도, 밀도 높은 사건의 연쇄가 두드러지는 영화, <신체강탈자의 침입>이다.

극은 닥터 베겔이 ‘산타 마이라’에 귀환하며 시작된다. 논문 발표를 위해 오랜 기간 떠났다가 돌아온 그는, 마을이 이전과는 조금씩 달라졌음을 느낀다. 산타 마이라는 겉보기엔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아주 사소한 부분에 균열이 간 듯 보였다. 평소처럼 일상을 보내던 그에게는 불현듯 자신의 엄마가 엄마가 아니라는 꼬마와, 자신의 삼촌이 삼촌이 아니라고 호소하는 여성이 그 앞에 찾아온다. 하지만 베겔이 보기엔 단지 아이와 여성의 불안감에서 기인한 현상 같아 보였고, 단순한 정신 질환으로 판단한 그는 정신의학자 친구에게 그들을 보낸다.

그날 밤, 친구의 집에 이상한 시체 한 구가 발견된다. 뭉뚱그려진 얼굴과 지문 없는 그것은 이상하게 모든 신체 내부가 말짱했다. 심지어 체구는 친구의 체구와 똑 닮아 있었다. 의심스러운 기미는 보였으나, 아직은 별 일이 아닌 것 같아 보였던 닥터 베겔은 차차 지켜보기로 하고 일을 넘긴다. 그러나 이상했던 심증은 현실이 됐다. 희미했던 시체의 형상은 어느새 친구와 말끔히 동일한 형상이 되어있었고, 그것은 심지어 살아 움직였다. 소스라치게 놀란 베겔 일행은 이 마을에 단단히 문제가 생겼음을 인지한다. 사람들과 똑 빼닮은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본인의 행색을 하며 돌아다니고 있던 것이었다.

베겔 일행은 위기감을 느낀다. 당장 저들도 분신들에게 대체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들은 집요한 추적으로, 분신들이 어떤 식물의 씨앗으로부터 만들어짐을 알아낸다. 외계에서 온 종자가 부글부글 끓어올라 인간의 형상이 되고, 그들이 실제 인간을 하나 둘 씩 대체하고 있던 것이다. 그렇게 대체된 존재들은 하나같이 감정이 없었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오직 생존본능뿐이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마을의 외계생물체들은 인간에게서 정동을 없애고 고통과 분쟁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남은 인간들까지 위협하기 시작한다.

감정을 잃는 인간,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는 외부의 존재, 겉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불확실성.. 영화 속에선 극도의 공포로 묘사되었지만, 한 걸음 떨어져 보면, 현대 사회가 모두 품고 있는 요소들이다. 현대 사회는 각자도생주의가 팽배해진 나머지 사람들에게 사랑과 연민을 비롯한 감정은 사치가 되어버린지 오래, 그와중에 인공지능은 무섭게 인간을 닮아가고, 전세계적 전염병과 전쟁을 비롯한 재난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온다. 외계인 없이 자발적으로 공포 영화가 되어버린 현실이라니, 모순적이지 않은가. 영화 속 닥터 베겔은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마지막까지 발버둥치지만, 영화는 불친절하게도, 결말을 알려주지 않은 채 막을 내린다. 어찌보면 맥 빠지는 엔딩이기도 하지만, 문제와 함께한 상태로 끝나는 영화는 현실에 더욱 가까운 설정이 아닐까.

글쓴이 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