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획 재미있게 잘 보고 계신가요? 이번 주는 애정과 우정, 그리고 이름붙이기 어려운 여성들의 관계를 다룬 영화들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남은 네 편은 서극 감독의 <도마단>, 수잔나 포겔 <나를 차버린 스파이>, 올리비아 와일드의 <북스마트>, 켄 콰피스의 <청바지 돌려입기>입니다. 각 감독이 그리는 여자들의 우정과 숨겨진 무언가! 재미있게 들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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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표
5월 9일 (화) 오후 2시: 델마와 루이스 | 리들리 스콧 | 1993 | 124’ 오후 5시: 불량공주 모모코 | 나카지마 테츠야 | 2004 | 102’
5월 10일 (수) 오후 2시: 바그다드 카페 | 퍼시 애들론 | 1993 | 108’ 오후 5시: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 존 애브넷 | 1992 | 130’
5월 11일 (목) 오후 2시: 도마단 | 서극 | 1993 | 104’ 오후 5시: 나를 차버린 스파이 | 수잔나 포겔 | 2018 | 117’
5월 12일 (금) 오후 2시: 북스마트 | 올리비아 와일드 | 2021 | 102’ 오후 5시: 청바지 돌려입기 | 켄 콰피스 | 2005| 119'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343호, 모든 상영은 무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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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차버린 스파이
수잔나 포겔 | 2018 | 117’
목요일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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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마트
올리비아 와일드 | 2021 | 102’
금요일 2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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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돌려입기
켄 콰피스 | 2005| 119'
금요일 5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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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분장과 의상으로 눈을 뗄 수 없는 경극처럼 개성 가득한 세 여자가 얽히고설킨다. 영화에 등장하는 첫 번째 여자는 유랑극단의 가수 상홍이다. 새침한 얼굴로 등장하여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는 상홍은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영화 내내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뽐낸다. 두 번째 여자는 조운이다. 조운은 총독의 딸로 언뜻 보면 아버지를 착실히 승계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군 조직원인 백해와 함께 혁명에 필요한 서류를 빼돌리고자 한다. 마지막 세 번째 여자 백뉴는 극단 사장의 딸로, 늘 아버지에게 구박받고 혼이 나지만 무대에 오르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는다. 이렇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세 여자가 한 이야기 솎에서 뒤섞인다. 언뜻 보면 영화의 핵심 줄거리는 조운과 백해가 중심이 되어 혁명을 조직하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시 섬세하게 살펴보면, 영화는 세 여자가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세 여자의 만남은 모두 우연이었다. 철두철미한 조운의 계획에 생겨버린 빈틈이 상홍과 백뉴를 불러온 것이다. 상홍은 숨겨두었던 조운의 차에서, 백뉴는 숨을 곳이 없어 급하게 두드린 대문 너머에서 불쑥 나타나 조운의 여정에 함께하게 된다. 당연히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믿음을 배신한 조운은 집부터 방문하는 모든 공간까지 그 어디에서도 편히 있을 수 없었다. 상홍은 자주 겁에 질렸고, 백뉴는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조운과 백해 덕분에 몇 번이고 겨우 목숨을 건졌다. 둘은 짐뿐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상홍은 자신의 애교와 백치미를 이용해 상대의 경계를 녹이고, 백뉴는 남몰래 연습해온 경극 실력을 이용해 적들의 눈을 속이며 오히려 조운과 백해의 돌파구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영화 끝에서는 사형을 선고받고 갇혀버린 백해를 백뉴가 구하고, 조운을 고문하던 장군을 상홍이 죽인다. 영화는 각자 말에 올라 앞으로의 계획을 나누는 인물들을 비추며 끝이 난다. 외국으로 떠나겠다는 상홍, 아버지와 중국을 유랑하겠다는 백뉴, 아마 혁명을 계속할 조운까지. 서로의 안녕을 빌어준 이들은 혁명이 성공하면 북경에서 만나자는 조운의 말을 끝으로 말머리를 돌린다. 이들이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서로가 삶에서 지울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사실만으로 이들의 만남은 충분히 빛나지 않을까? 여기, 서로를 구하고 또 서로에게 구해진 세 여자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남아있다.
글쓴이 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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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나 포겔 | 2018 | 117’
목요일 5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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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맞이해 절친 ‘모건’과 파티를 즐기고 있는 ‘오드리’는 남자 친구 ‘드류’에게 생일날 문자로 이별 통보를 받고, 모건과 오드리는 그의 물건을 태워버린다. 얼마 뒤 오드리는 MI6 요원에게 잡혀가 드류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하다가 그가 CIA 요원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 후 드류는 모건과 오드리의 집에 찾아오고, 갑작스러운 총격에 3명은 몸을 숨기지만 그를 노리고 온 킬러에게 총을 맞고 쓰러진다. 현장에서 도망쳐 나온 모건과 오드리는 트로피를 가져가 비엔나의 카페에 있는 ‘베른’이라는 사람과 만나라는 드류가 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오스트리아로 향한다. 트로피에 중요한 것이 들어 있기에 아무도 믿지 말라는 드류의 말에 모건과 오드리는 그 누구도 믿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려고 한다.
오드리는 차 레이싱으로 이들을 공격해오는 사람들을 따돌리고, 모건은 마당발답게 주변인의 도움을 요청하여 암호를 풀어낸다. 모건과 오드리는 자신들만의 솔직함과 능청스러운 연기로 사람들을 속이고, 위험에서 벗어나면서 스파이로서의 자질을 보인다. 무엇보다 절친이자 ‘버디’인 두 사람의 코믹한 대화와 행동은 자칫하면 심각할 수 있는 스파이물을 신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위기에서 탈출하는 기지를 발휘한다. 스파이로 의심받지 않는 그들의 ‘평범함’은 요원(스파이)들 사이에서의 ‘특별함’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처음이지만, 본능적으로 이들은 스파이처럼 행동한다. 위치추적을 방지하기 위해 전화기를 부수기도 하고, 신분을 속이기 위해 변장과 머리 염색, 서커스도 한다. 모건과 오드리는 협력해서 쫓아오는 적에게서 벗어나고, 지문을 풀기 위해 사람의 엄지를 잘라 립스틱 속에 보관해 놓는 모습을 보이며 본격적으로 스파이가 되어 간다. 여성 버디의 스파이 액션은 재미와 함께 짜릿한 볼거리도 선사한다. 하일랜드가 노리는 것이 전 세계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심어져 있는 USB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지키기 위해 MI6 요원인 서배스천과 합심해 하일랜드를 잡아낸다. 스파이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르고 즉흥적으로 뛰어들었던 이들은 1년 뒤 오드리의 생일날 비로소 진정한 스파이로 활동한다.
글쓴이 후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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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와일드 | 2021 | 102’
금요일 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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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책만 읽느라 제대로 된 사회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을 뜻하는 단어인 북 스마트.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범생이가 될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에이미와 몰리 역시도 '범생이' 타이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오직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결국 아이비리그 타이틀을 따낸다. 그러나 열심히 놀던 학교 친구들도 사실 좋은 대학에 갔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다. 영화 <북스마트>는 우쭐함을 감추지 못하던 두 소녀가 이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자신들의 학교생활을 돌아보고, 졸업 전 뒤늦게라도 마지막 일탈을 시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룬다.
이 영화는 하이틴 코미디이다. 이미 많은 클리셰가 존재하다 못해 클리셰를 벗어나는 것 역시 하나의 클리셰가 된 하이틴이라는 장르 특성상, 이 영화 역시도 까딱 잘못하면 뻔한 하이틴물 1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감독은 이러한 클리셰를 잘 받아들이고, 또한 영리하게 비튼다. 하이틴물에서 등장하는 킹카와 퀸카가 등장하지만, 너드에게 상냥한 킹카와 악녀 퀸카라는 익숙한 구도가 부서진다. 이 영화에서 킹카는 가볍다 못해 날아갈 것 같은 정조 관념을 가졌고 퀸카는 '그저 그렇다.' 즉, 평범하다. 이러한 약간 어긋난 클리셰가 차곡차곡 쌓이며 이 영화는 하이틴, 편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지만 동시에 '북 스마트'였던 주인공들이 사회에 부딪히며 어떻게 성장하고 나아가는지를 비틀린 하이틴 장르의 틈새에 집어넣어 우리가 괴리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즉, 이 영화는 하이틴 코미디이자 동시에 두 청소년, 나아가 그들 주변 사람들 모두의 성장물과도 다름없다. 이 영화가 성장물이라는 것은 마지막 몰리의 연설에서도 알 수 있다. 단순히 공부만 했던 학생회장이었던 몰리가, 많은 일을 겪은 후 연설장에서는 비로소 학교생활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여성 버디물로써 지금까지 여성의 성(性)을 다루는 방식도 기존의 영화들과는 다른 궤도를 취한다. 여성의 성은 지금까지 가려야 하는 부끄러운 것 혹은 문란하고 자신의 성을 이용하는 여자. 즉, 성녀와 창녀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영화 속에서 에이미와 몰리는 서로 자신의 자위 경험이나 성적 욕구를 즐겁게 이야기한다. 심지어 그들은 미디어 속에서 성적으로 미성숙하게 묘사되는 범생이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인물인데도 불구하고! 또한 에이미의 성 지향성 역시도 자연스럽게 묘사된다. 이 영화가 결국 여성의 시각에서 여성을 가장 자연스럽고, 그 나이 그때 여성들처럼 표현한 점 역시 특별하다.
글쓴이 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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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콰피스 | 2005| 119'
금요일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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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늘 함께였던 4명의 친구는 어느 여름방학에 각자의 일을 수행하기 위해 서로 떨어지는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각자의 여름을 보내기 전날, 운명처럼 4명에게 다 맞는 청바지를 발견하게 된다. 이들은 이 청바지가 서로를 이어주기 바라면서 이번 여름방학 때 일주일마다 청바지를 돌려 입기로 한다. “터프하고 거침없는 브리짓, 수줍음 많고 예쁜 레나, 반항적인 티비, 그리고 작가인 칼멘.” 태어나기 전부터 16살까지 꼭 붙어있던 이들이지만, 같은 취향을 가지기보다는 자신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옷가게에서의 모습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이 옷가게는 단순히 ‘마법의 청바지’를 발견하는 장소가 아니라 개성을 드러내는 장소이다. 한편, 이렇게 각자 옷을 입는 스타일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꼭 맞는 청바지는 신비로움을 더함과 동시에 친구들 간의 ‘연결’을 보여준다. 다음 사람에게 청바지를 보낼 때 바지를 입고 있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일을 다음 사람에게 공유하면서 바지에 담긴 이야기는 서로에게 전달된다. 청바지와 함께 보낸 여름방학은 브리짓, 레나, 티비, 칼멘에게 ‘회피로부터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기회’였다. 브리짓은 엄마의 죽음 이후, 엄마의 부재에 대한 아픔이 있다. 레나는 몸에 딱 맞는 옷을 입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자신의 평범한 일상에 실망해왔다. 티비는 매사에 반항적이지만, 이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기 어려워한다. 칼멘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떨어져 지내는 아빠의 부재를 느낀다. 회피하고자 하던 상황은 함께 있을 때에는 회피할 수 있었지만, 각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그대로 마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들이 맞이한 여름방학에서의 사건을 통해 상황의 변화가 일어나고, 때로는 이들에게 아픔을 안겨준다. 하지만 ‘마법의 청바지’는 마주한 상황에 대한 해결의 열쇠가 된다. 청바지를 통해 레나는 새로움에 대한 도전을 하고, 티비는 여름방학 때 만난 ‘베일리’에게 행운의 청바지를 전달한다. 브리짓은 엄마의 부재를 인정하면서 코치와 친구 사이로 정리하고, 칼멘은 아빠와 화해를 한다. 청바지는 해결의 열쇠였지만, 청바지가 해결을 했다고는 볼 수 없다. ‘시작이 반’이듯이, 이미 그 상황을 마주함으로써 해결의 방향으로 나아간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청바지는 필요한 순간에 매달릴 수 있는 행운의 아이템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늘 함께 지내온 친구들을 통해서 용기를 얻는다. 용기를 내어 ‘마주함’을 해낸 브리짓, 레나, 티비, 칼멘은 돌려 입었던 청바지에 여름방학의 ‘추억’을 정리하면서 새롭게 나아간다.
글쓴이 후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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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주의☀️
벌써 <여성버디무비> 소개가 끝이 났네요. 이화 시네마떼끄 정기상영은 이제 두 주 남겨두고 있습니다. 다음 주는 <변종인간>이라는 기획을 소개드릴게요. 제목부터 어떤 기획인지 궁금하고 흥미롭지 않나요? 기대 많이 해 주세요!
이번 주는 갑자기 날이 많이 더워졌어요. 지나가는 사람들 옷차림도 한꺼풀 가벼워졌네요. 이제 여름옷도 꺼내고, 지난한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할 시기가 왔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뜨거운 볕에 적응 잘 하고 계신가요? 날도 더운데, 슬슬 몰아치는 과제까지 다들 여러 모로 지치는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화 시네마떼끄는 더운 여름에 꼭 맞는 영화들(시원하거나, 서늘하거나!)과 함께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언제나 찾아주세요! 힘들 땐 뉴스레터 한 번 쳐다보고(🎶🎶) 영화도 보고, 시원한 음료수도 한 잔 하고! 쉬엄쉬엄 하세요!
다음 월요일에 돌아올게요!
이화 시네마떼끄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343호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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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 시네마떼끄
ewhacinemathequ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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