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번 주 기획 상영인 <bUddIes : 여성 버디 무비>를 기획한 '후추'입니다.

이번 기획은 여성들의 우정을 조명하기 위해 출발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버디 영화(buddy films)는 남성 주인공의 우정을 다룬 영화를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명한 버디 영화에는 남성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정에는 여성의 우정도 있듯이 여성 주인공의 우정을 다룬 영화 역시 버디 영화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더 이상 이야기의 부차적인 부분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중심인물로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세심하게 바라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특히나 이번 기획에서는 여성 버디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여성들의 우정 이야기는 하나의 틀로 한정될 수 없으니까요. 다양한 나이를 가지고 다양한 상황에 처해 있는 여성 버디들이 다양한 장르의 여성 버디 영화를 통해서 보여주는 우정에 대해 궁금하신가요? 이번 주에는 여성들의 '너 그리고 나'를 담은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우정에 대하여 살펴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343호, 모든 상영은 무료입니다.

  

화요일 2시

제목의 델마와 루이스는 영화 속 친한 친구이다. 델마는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남편에게 억압당하면서 살고 있고, 루이스는 식당 웨이트리스로 일하면서 손님에게 하대를 받으며 산다. 서로 각각의 녹록한 현실을 견디는 중 두 사람은 짧은 여행을 가기로 한다. 즐거운 여행을 하던 도중 남자에 대해서 무지한 델마가 강간당할 위기에 처하자, 루이스는 강간범을 총으로 살해한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즐거운 여행은 도주로 급변하게 된다. 그녀들은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멕시코로 향하면서 그들의 '자유'를 알게 된다. 그러나 경찰 역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수사망은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결국 그들은 투항 대신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영화는 끝나게 된다.

이 영화는 여성 해방적 서사의 대표작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의 영화 속 여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었지만, 결국 남자를 통해서만 그 여자를 볼 수 있었지만 이 영화는 여성 그 자체를, 여성들간의 관계를 해석할 수 있음에 의의가 있다. 델마의 주체성은 가부장적인 남편으로 인해 억눌려 있었고, 이는 영화 초반부에 사람에게 속아 넘어가는 모습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여행을 지속하면서 델마는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마트에서 강도질하고, 경찰을 협박하고, 트럭을 불태우는 모습은 영화 초반과 전혀 다른 여성의 모습을 한다. 이것은 여성을 억압하는 남성 사회에 대해 반항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또한, 과잉 방어라고 보일 수도 있지만, 여자를 마음대로 강간하는 남자를 살해하는 모습은 남성의 위협,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의 욕구를 보여주고자 하는 소재로도 해석할 수 있다.

결말은 어떨까? 그들은 절벽에서 떨어진다.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두 사람이 살아있을 가능성은 얼마 없다.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인 우리도 그 결과를 알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영화속에서조차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그녀들을 안타깝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여행이, 비행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은 억압된 상태에서 깨어나는 경험을 하였다. 소설 ‘데미안’ 속 알을 깨고 나오는 새처럼, 그들은 자신들 스스로 자신을 덮고 있던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간 것이다. <델마와 루이스>는 현재까지도 다양한 해석이 이루어지며, 여러 비판점이 존재하는 영화인 것은 확실하다. ‘무결한’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지금보다 더 억압된 사회에서 여성들이 벗어나려는 과정을 묘사한다는 분명한 의미를 가진다.

 

글쓴이 푸들

화요일 5시

 

그럴 때가 있다. 언제까지나 내 곁에 머물 것 같았던 사람은 떠나버리고, 이상한 인연이 그 자리를 채울 때가. 아무도 없는 황량한 사막이라고 생각했던 곳에 따뜻한 커피를 내어줄 카페가 있고, 또 거기서 말도 안 되는 인연을 만나는 기적이 일어날 때가 있다. 모래바람과 먼지로 둘러싸인 바그다드 카페에서 바로 그런 기적이 일어났다.

브렌다는 버렸다. 남편을. 무능하기 짝이 없고 육아에도 사업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런 남편을 말이다. 응당 커피를 제공해야 할 카페에 제대로 된 커피머신 하나 갖춰놓지 못하면서도 늘 당당한 남편에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그냥 쫓아버렸다. 분명 쓸모없는 남편이었는데 그가 떠난 후 어쩐지 브렌다의 일상은 조금 더 복잡해진다. 카페를 관리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손님들을 대하는 모든 순간에 짜증이 섞인다. 미간은 펴질 날이 없다. 아이들에게는 전보다 더 짜증이 나고, 외딴곳에 동떨어져 있는 카페는 답답해진다. 그렇게 신경이 곤두선 브렌다 앞에 야스민이 나타난다.

야스민은 버려졌다. 남편에게. 어딘가 혼란스럽고 비뚤어진 카메라는 사막 한가운데 아주 요란하게도 버려지는 야스민을 비춘다. 서로에게 소리치는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 자꾸만 부딪히는 자동차의 소음, 모래바닥에 던져지는 온갖 잡동사니가 만들어내는 불협화음 속에서 야스민은 버려졌다. 한 손에 정체 모를 캐리어 하나를 든 채, 버려진 야스민은 목적 없는 걸음을 뗀다.

그렇게 브렌다와 야스민은 만난다. 바그다드 카페에서, 남자 없는 두 여자가 만난다. 이상하고 낯선 만남이다.

브렌다는 야스민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딘가 이상한 영어를 구사하고 언제나 옷을 차려입는, 마치 이방인처럼 다가오는 그를 경계한다. 하지만 카페의 다른 사람들은 생각이 다르다. 브렌다의 딸인 파일리스는 금방 야스민과 친구가 된다. 신기한 옷과 문화를 가지고 온 야스민은 매력적이고, 호기심 많은 자신에게 따뜻하다. 브렌다의 아들 살로모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구박받던 자신의 피아노 소리에 귀 기울여준 야스민은 자신의 음악을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콕스에겐 자신의 캔버스에 옮기고 싶은 대상이고, 카후엔가에겐 늘 혼자이던 낮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언제나 돌봄이 필요한 아이에게까지, 곧 바그다드 카페의 모든 곳에 야스민의 손길이 닿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야스민이 캐리어에서 꺼낸 마술도구는 커다란 변화의 시작이 된다. 야스민이 보여준 조그마한 마술들은 카페에 생기를 불어넣고, 황폐한 사막 속 생기 가득한 카페는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곧 브렌다와 야스민은 여관 주인과 손님의 관계를 넘어 동료가, 친구가 된다. 그러나 마법 같은 날들은 불쑥 나타난 현실 앞에 툭 끊겨버린다.

야스민이 떠나야 했던 것이다. 그는 버려졌고 떠나왔지만, 이미 속한 곳이 있었다. 그렇기에 야스민과 브렌다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작별을 고할 수밖에 없다. 야스민이 마술과 함께 떠나자 바그다드 카페는 다시금 전처럼 생기를 잃어버린다.

그러나 던진 부메랑이 다시 돌아오듯이, 푸르렀던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다시 파랗게 돌아오듯이, 야스민은 다시 친구들 곁으로 돌아온다.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모래바람 사이로 불쑥 나타난다. 그렇게 사막 한가운데 신기루 같았던 야스민과 함께한 날들이, 이제는 일상이 될 차례이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예고했던 대로 돌아왔습니다 😎 이번 주는 많은 분들의 성원을 받은 기획, <bUddIes: 여성 버디무비>를 상영합니다. 영화 목록만 봐도 마음이 설레고 심장이 뛰고, 그렇지는 않으신가요? 약간의 기대를 걸고 있답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획이 아닙니다...🚨 상영 때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철야상영회는 어떠셨나요? 위원들로부터는 관객분들을 맞이하고, 밀크티도 타고, 이벤트도 진행하며 정신없이 뛰어다녔더니 새벽이 사라졌다는... 후문이 들려옵니다. 행사를 준비하며 걱정이 많았습니다. 선정한 영화를 즐겨주실까? 준비한 이벤트와 상품으로 웃음을 드릴 수 있을까? 판매하는 음식도, 영화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환경도, 무엇 하나 저희가 준비한 영화 세 편을 보려고 모여주신 여러분의 늦은 밤 혹은 이른 새벽을 망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상영관 입장 전에는 저희끼리 주먹 꼭 쥐고 잘해보자 다짐도 했으니 말 다했지요. 그러나 걱정이 무색하게 행사 진행 중에는 그저 각자의 역할을 다할 뿐이었습니다. 더 이상 무슨 걱정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영화를 즐겨주신 여러분 덕입니다. 저희는 관객 여러분 옆에 녹아들어 함께 영화를 보기도 하고, 상영실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요. 어스름한 영화관에서 스크린의 빛만을 받아 반짝이던 여러분의 눈과, 상영실 문 너머에서 들려오던 유쾌한 웃음소리는 앞으로도 오래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희의 언어에 귀 기울여 주시고 눈 맞춰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화 시네마떼끄 철야상영회는 내년에 또 너머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들과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 운영위원들은 아직 목마르다! 후기 많이많이 남겨주세요. 그것은 시네마떼끄의 기쁨, 즐거움, 웃음, 빛과 소금이 될 것입니다.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수요일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