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IND LOVE💞

   “비록 시간은 떨어져 있어도 너의 마음은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어. “

   아빠가 돌아가신 뒤, 미호는 엄마와 둘이서 살고 있다. 어느 날 엄마가 재혼한다며 남자를 소개하자, 반대하며 뛰쳐나와 계단을 내려오다가 갑작스러운 지진에 그만 휴대폰을 떨어뜨리게 된다. 그리고 그 휴대폰은 계단에서 떨어지며 우연히 웜홀을 통과해 1912년에 사는 토키지로가 줍게 된다. 

   미호는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기 위해 전화를 걸어보지만, 계속해서 연결에 실패하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보름달이 뜬 밤에 연결에 성공한다. 토키지로가 불러준 주소로 찾아가 보지만, 현재에 토키지로가 있을 리 만무하다. 다시금 통화로 물어보는 데도 똑같이 없는 주소를 불러주는 토키지로와 말싸움을 하다가 현재 서로가 서로의 시공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미호에게 토키지로는 100년 전의 사람, 토키지로에게 미호는 100년 후의 사람이지만, 이런 두 사람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둘 다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 하지만 동시에 이 길이 자신의 길이 맞는지, 소설가가 될 수 있을지,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 지 불안해하며 걱정한다. 토키지로는 자신의 꿈을 긍정하지 않는 아버지의 편지를 받고 오히려 결심을 굳히며, “노력에는 꿈이 따라온다.”라는 말로 미호를 위로한다. 달이 어느 구름에도 가려지지 않고 제 빛을 온전히 보여줄 때만 통화가 가능하지만, 둘은 서로의 사소한 일상과 고민을 공유하며 어느샌가 그런 서로에게 익숙해진다.

   낮에도 달이 보일 때가 있다는 것을 떠올리자, 미호와 토키지로는 통화를 하며 데이트를 하기로 한다.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거리를 걷고 있지만 100년이라는 시간의 간격은 같은 풍경까지는 볼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존재해 온 가게를 발견하고, 미호는 토키지로가 맡긴 뒤 100년의 시간을 기다린 물건을 받게 된다.

   둘의 인연의 매개체는 다름 아닌 휴대폰이다. 둘에게 있어 무엇보다 소중한 휴대폰의 배터리 빨간색-방전 위험-이 되자, 미호는 충전기를 토지키로에게 전달해주기 위해 휴대폰을 주운 곳으로 오라고 한다. 그러던 중 토지키로가 과거의 오늘, 물에 빠진 어린 아이를 구하고 대신에 물에 빠져 죽는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미호는 미래를 말하며 토지키로의 죽음을 막으려 하지만 토지키로는 자신이 구하게 될 어린 아이가 미호와 자신의 인연의 또 다른 매개체라는 것을 깨닫자, 미래를 바꾸지 않는다.

   인연이 시작되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그 어떤 걸로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비록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이후에도 만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미래를 걷는 소녀’에 꾹꾹 눌러 보낸 마음은 100년의 시간 동안 떠돌다가, 진정한 ‘미래를 걷는 소녀’에게 닿는다.

글쓴이 도리

   우진은 잠에서 깨어 거울을 볼 때마다 낯선 얼굴을 마주한다. 남자, 여자, 노인, 아이, 때로는 외국인까지. 그의 몸은 매일 새롭게 변한다. 커졌다 작아지는 발, 흐릿해졌다 선명해지는 시력, 얇아졌다 굵어지는 목소리. 그 모든 변화의 시작은 열여덟 생일, 한순간에 찾아온 알 수 없는 유전병이었다. 어쩌면 그날 우진은 자신을 병원이 아닌 집으로 데려가는 어머니를 보며 어렴풋이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누리는 평범한 일상이 앞으로 자신에게는 더 이상 닿을 수 없는 기적이 되었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우진의 삶은 흘러간다. 매일 바뀌는 외모 속에서도 변함없이 자신을 알아봐 주는 어머니와 오랜 친구 상백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우진은 자신이 만든 가구를 인터넷으로 판매하며 지내던 중, 상백의 제안으로 ‘알렉스’라는 가구 브랜드를 시작한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맞춤 디자인, 그 차별화된 매력 덕분에 알렉스는 금세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다. 그러나 브랜드의 성공에도 우진은 여전히 상백의 뒤에 숨어 신비주의의 공동 경영자로 남아 조용히 지켜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진은 자주 들르던 가구점에서 일하는 이수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녀를 보기 위해 우진은 매일 다른 모습으로 그곳을 찾아가고, 이수의 설명을 듣고, 때론 가구를 몇 점 사기도 한다. 그러나 그 만남의 마지막은 늘 이수의 환한 미소와 함께 건네받는 명함일 뿐이다. 서랍 속에 이수의 명함이 수북이 쌓여갈 때쯤, 우진은 갈망한다. 처음 보는 손님이 아닌, ‘나’라는 사람을 그녀가 알아주었으면.

   수없이 고민하고 망설이던 우진은 마침내 결심한다. 자신이 가장 멋진 모습으로 깨어나는 그 날, 이수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리라. 그렇게 기다리던 날이 찾아오고, 우진은 잔뜩 긴장한 채 이수를 찾아가 서툴지만 진심을 담은 데이트 신청을 한다. 처음엔 머뭇거렸던 이수도 곧 그의 진심에 마음을 연다. 우진은 이수를 자신의 공방으로 데려가 가구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웃는다. 그렇게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순간에 매달린 채 우진은 며칠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지만, 결국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잠에 들고 만다.

   다음 날, 우진은 일어나 지하철 창에 비친 자신을 바라본다.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얼굴. 머리는 벗겨지고 수염은 덥수룩한 아저씨의 모습이다. 우진은 뒤늦게 약속 장소로 향하지만, 지금의 모습으로는 이수 앞에 설 수 없다. 그저 멀리 떨어져 이수를 바라보는 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런 우진의 모습도, 사정도 알 리 없는 이수는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는 우진을 기다리다 떠난다. 이후 이수는 우진에게 수없이 연락하지만, 우진은 메시지 창만 들여다볼 뿐이다. 변해버린 모습으로는 그녀를 다시 마주할 수 없다.

   그러나 마음이란 뜻대로 되지 않는 법. 이수를 놓칠 수 없었던 우진은 몇 달 뒤 그녀가 일하는 가구점에 자신의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한채경’이라는 이름의 수습 직원으로 나타난다. 모든 업무가 끝나고 우진은 이수에게 자신이 진짜 누구인지 말하기 위해 그녀를 집으로 데려온다. 곧이어 그동안 찍어둔 하루하루 변하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그녀에게 보여준다. 충격에 빠진 이수는 황급히 자리를 뜨지만, 우진과의 추억을 쉽게 지우지 못한 건 그녀도 마찬가지다. 결국, 다시 우진의 곁으로 돌아와 함께 밤을 보내며 그가 변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는 이수. 우진이 보여준 진심과 용기는 이수를 무모한, 그러나 사랑에 빠진 한 여자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십여년 남짓한 세월을 고립된 존재로 살아온 우진은 처음으로 생각한다. '나는 더 이상 세상 밖 혼자가 아니야.'

   하지만 둘의 사랑이 결코 순탄할 리 없다. 매일 다른 모습의 우진을 사랑하기 위해 이수는 우진을 ‘느끼고자’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주변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자신이 매일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소문이 돌아도 이수는 그 누구에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다. 게다가 그런 우진과의 미래를 상상한다는 건 그녀에게 너무도 막막한 일이다. 이런 이수의 고민을 알지 못한 채 우진은 결혼을 이야기하고, 이수는 그런 우진에게 화를 내고 만다. 우진의 진심도, 이수의 분노도, 그저 각자의 상황에서 나온 당연한 감정이었다. 매일 좋아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신에게 기적과도 같은 그 일을 만들어준 여자를 만난 남자. 그러나 정작 사랑하는 남자를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알아볼 수 없는 여자. 어쩌면 둘의 끝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우진은 자신의 이기심이 그녀를 아프게 만들었다는 자책에 시달리며, 이수에게 이별을 고하고 사라진다. 그들의 시간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원점으로 돌아가고, 이수의 일상도 다시 고요하게 흘러간다. 더 이상 약을 먹지도, 두통에 시달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같은 걸까? 날마다 같은 모습을 하고 날마다 다른 마음으로 흔들렸던, 어쩌면 매일 다른 사람이었던 건 그가 아니라 내가 아닐까. 우진이 없다는 사실이 점점 잠식해 올 때, 이수는 깨닫는다. 그가 곁에 있을 때보다 없을 때 자신이 더 아프다는 것을. 결국 이수는 그가 있는 체코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우진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을 때, 이제 이수는 그가 어떤 모습이든 두렵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보는 것은 눈이 아닌, 마음일 테니까. 그렇게 이수는 우진을 향해 천천히, 그러나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내딛는다.

글쓴이 초코

글쓴이 몽유

글쓴이 융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