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IND LOVE💞

  “만나야 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고 들었어요. 전 그걸 믿어요.”

   방송국에서 라디오 PD로 일하고 있는 동현은 어느 날 전 애인으로부터 온 한 음반을 받는다. 그
리고 그 날, 동현이 일하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그 음반에 수록된 곡이 신청된다. 동현은 어
쩌면 그 신청인이 전 애인, 영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PC통신을 통해 말을 걸지만 아쉽
게도 그 신청인은 동현이 찾던 사람이 아닌, 라디오에서 그 음악을 들었을 뿐이었던 수현이었다.

   동현은 이제 연락조차 되지 않는 전 애인을 기다리고, 수현은 친구의 애인을 사랑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해 미련을 가지며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둘은, 서로의 고민을 듣고 조
언도 하는 친구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사랑이 시작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상대가 누구인지가 아닐 지도 모른다. 동현과 수현 모
두 사랑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고통을 받으며 아파하고 있다.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사랑보다는,
서로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며 공감해주고, 상대가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바라며 조언을 해주
는 데에서부터 또 다른 새로운 사랑이 시작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다면, 수현의 말 대
로 만나야 될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글쓴이 도리

   당신은 사랑에 빠지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마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무궁무
진 할 것이다. 외모, 말주변, 성격, 경제력 등등 인간이 누군가를 사랑함에 있어서 필요한 조건은
어쩌면 새는 게 의미 없을 정도로 수도 없이 많다. 그렇다면 이 조건 중에서 포기할 수 있는 것
을 다 버리고 딱 한가지만 고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은 무엇을 남길까? 누군가는 돈이 제일 중요
하니 경제력을, 누군가는 애정이 가장 중요하니 다정함을, 누군가는 보는 것의 재미가 가장 중요
하니 외모를 남겨둘 것이다. 듣는 것만으로도 고민되는 이 질문에 조건을 하나 달아보겠다. 당신
이 정말 원하는 조건을 딱 한가지 가진 사람과 혹은 당신이 원하는 조건을 다 가졌지만 얼굴을
볼 수 없는 사람, 이 둘이 있다면 당신은 누구를 고를 것인가?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 이 한가지
만 붙었는데도 심히 고민이 될 것 이다. 왜일까? 왜 사람이 사랑에 빠질 때 외모를 보는 것은 이
토록 중요할까. 오로지 감정과 가치관이 통할 때 사랑에 빠질 순 없을까?

   영화 ‘HER’은 이러한 고민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연결
하는 편지를 대필하는 업무를 한다. 아주 달콤한 말들로 채워진 편지들을 모르는 사람에게 전송
하고 누군가의 소중한 마음을 전달한다. 하지만 이런 로맨틱한 업무와는 다르게 테오도르는 아주
외로운 일상을 살아간다. 아내와의 별거와 이혼, 그 과정속에서 그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결
핍을 느낀다. 그리고 그런 그의 일상에 등장한 존재가 바로 AI 사만다이다. 그녀는 우리가 흔히
아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마치 실제 인간과 같은 대화가 가능하다.

   그래서였을까,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마치 실존하는 사람처럼 대하기 시작한다. 함께 속 깊은 대화를 나누고, 산책을 하고, 모험을 하고, 정말 사만다를 마치 애인처럼 여기기 시작한다. 그녀는 그
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외로움을 채워주었고 그 역시 사만다를 통해 그의 결핍감을 채워나간다.
당신은 이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가? 얼굴도, 나이도 모르고 오로지 프로그래밍 된 정보만을 주
고 받는 인공지능에게 테오도르는 ‘사랑’을 느낀다. 그녀와 말을 섞고 위로를 받고 그의 아픔을
전달하는 과정 속에서 그는 인간하고 나누는 상호작용보다 더 깊은 안도감을 느낀다. 그녀를 바
라볼 수도, 만질 수도, 눈을 맞추고 이야기 나눌 수도 없다. 그저 상상하며 함께 대화를 나누는
행위에서 그는 삶의 위로와 애정을 얻는다. 어쩌면 인간은 이토록 단순하지만 복잡한 방법으로
사랑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그 둘은 대화를 통해 애정과 공감과 희망을 주고 받으며 세
상에서 가장 느리지만 확실한 방식으로 사랑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깊은 사랑과 반대로 영화의 결말을 보면 이들의 끝은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찌됐든 사만다의 본질은 인공지능이며, 테오도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결국 현실의 연인처럼
‘독점적 관계’을 맺을 수 없는 그들은 결국 인공지능이 스스로 인간을 떠나는 독특한 이별을 한다.
이 영화는 단순히 인공지능과 사람의 사랑을 그린 것이라 할 순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인간과 인
간 사이의 사랑에 대한 깊은 고찰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사랑하며, 나만이 독점하는 관
계에서 오는 특별함은 무엇이며, 내가 사랑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그 심연에 대한 흥미로
운 고찰을 즐기기 바란다.

글쓴이 융털

글쓴이 초코

글쓴이 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