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시나리오, 배우의 연기, 편집, 음악, 기타 등등. 이토록 풍부한 각 요소들은 영화 속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이러한 요소들 중 대부분이 처음부터 영화와 함께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고는 한다.

  초기의 영화는 움직이는 이미지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움이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영화는 대사도, 배경음악도 없이 단순한 영상으로 관객에게 감동을 주었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몸짓과 표정, 그리고 카메라의 움직임만으로도 이야기를 이해했으며 영화를 사랑했다. 무성영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예술 형식이었고, 감독과 배우들은 소리 없이 감동을 전하는 법을 터득했다.

  그러나 1920년대 말, 유성영화의 등장은 영화의 트렌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배우의 목소리와 배경음악, 소리 효과는 영화에게 더 풍부한 감정 전달 수단을 제공했다. 이제 대사는 이야기를 더 명확하게 전달했고, 음악은 장면의 분위기와 감정을 증폭시켰다. 사운드는 영화의 내러티브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고, 무성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소리의 도입은 자연스레 영화의 제작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배우들은 목소리와 대사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졌고, 시나리오에서는 대사와 음향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또한 음악과 사운드 효과는 긴장감과 감동을 극대화하는 도구로 자리잡았으며, 편집 기술도 소리와 영상의 조화를 맞추기 위해 더욱 정교해졌다. 무성영화 시절에는 불가능했던 장르들, 특히 뮤지컬 영화와 같은 장르가 새롭게 탄생했고, 관객들은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오락을 즐길 수 있었다.

  은막의 고요함을 깨뜨리고 새로운 역사로 나아가는 국면에서, 감독들은 이토록 커다란 변화를 어떻게 작품에 녹여냈을까? 유성 영화의 시작을 알린 <재즈 싱어>부터 루이스 브뉴엘과 살바도르 달리의 <황금시대>까지,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가족이라는 게 뭘까? 힘들 땐 언제든 손을 빌릴 수 있는 사이. 물보다 진한 피로 엮인 사이. 함께 있어서 강해질 수 있는 사이. 그런 게 진짜 가족 아닐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가족에게 의지하기보다는 갈등을 피하고자 침묵하는 쪽을 택한다. 각자의 방에 차마 말할 수 없는 비밀들을 차곡차곡 쌓아 문을 걸어 잠근다. 하지만 언젠가는 방문을 열어두더라도,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같이 마주 앉을 수 있는 그런 순간이 오기를, 누구나 한 번쯤은 바라본 적 있을 것이다.

  ‘그린’은 사랑스러운 딸이지만, 동시에 어머니에게는 다소 철없는 딸이기도 하다. 요양보호사로 오랜 시간 일해왔기에 홀로 외로이 늙어가는 일이 어떤 것인지 아는 어머니는 그린이 하루빨리 좋은 남편을 만나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 아이와 함께 정착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어머니의 말대로 ‘너무 많이 공부를 시킨’ 탓일까, 그린은 오랜 시간 만나온 동성 연인과 생활을 함께하며 퀴어 인권을 위해 투쟁하기에 바쁘다. 너희가 하는 건 소꿉장난일 뿐이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안 보이니. / 나한테 할 말은 다 하고 살라고 가르친 건 엄마잖아. 눈에 보이지 않는 세대 간의 벽이란 견고해서,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호소는 서로에게 상처로 가닿을 뿐이다.

 

  그린에게 레인이 있듯이, 어머니에게도 피는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떠올리면 애틋한 사람이 있다. 아동 입양을 위해 평생을 쏟아부은 제희, 지금은 센터의 1인실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는 제희가 그러하다. 편안한 생활을 위해 기저귀든 티슈든 아낌없이 돌보았을 뿐인데, 원장은 어머니에게 그런 행동은 다른 분들에 대한 차별이며 공정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설상가상으로 센터에 제희의 이름으로 기부되던 자본이 끊기자 원장은 제희를 치매 전문 시설로 보내겠다고 한다. 원칙상 직계가족만이 제희를 데려갈 수 있는 상황에서, 어머니는 원장에게 돌봄에 피가 섞이고 말고가 뭐가 중요하냐면서, 당신의 가족이었어도 이렇게 대할 수 있는지 따져 물으며 부당함에 대해 맞선다. 

  그린과 레인, 그린과 어머니, 어머니와 제희, 혹은 다른 경우의 수까지. 이 안에서 ‘가족’으로 묶여 불릴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 과연 가족이라고 정의내리는 데에 엄격한 기준이라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일까. 세대를 넘나들며 발생하는 갈등과 차별, 그리고 혐오, 이해할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들. 그 모든 대립에 영화는 누구도 상처 주지 않으려는 듯 그저 침묵한다. 빛바랜 소음을 품은 고요함만이 관객 앞에 놓여 있다.

   안녕하세요! 세계영화사의 두 번째 이야기를 들고 온 도리입니다. 다들 앞선 영화들은 어떻게 보셨나요? 저번에 말씀드린 대로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던 시대에 살고 있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보셨다면, 더 깊이 몰입하여 영화를 보고 신선함을 느낄 수 있으셨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몸짓만으로 관객들에게 내용을 이해시켜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음악과 대사를 통해 더 풍부한 연출이 가능해진 당시대에 감독들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여 영화에 녹여냈는지가 궁금하시다면 남은 영화들에도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월요일에 새로운 기획안과 같이 찾아오겠습니다. 다음주에 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