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안녕하세요, 간장입니다. 시네마떼끄의 뉴스레터를 발송하기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인사를 드리는 것은 처음인 것 같네요. 조금 더 관객분들께 말을 건네야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작은 후회가 남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대동여지도와 삐라 기획안으로 영화를 소개했는데, 어떠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관객분들께서 상영관을 나서실 때, 특히 제 기획 상영일 경우,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해서 표정을 종종 살피곤 했습니다. 그리고 세미나장의 의도와 이 장소가 주는 감상들을 잘 가져가시길 바라면서요. 영화와 영화관을 더 사랑하게 되셨기를 기대합니다. 시떼 활동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좁혀가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외부인으로서, 관객으로서 여러분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기대하며 시떼의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
푸들
안녕하세요! 이렇게 영화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로 인사드리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푸들입니다. 오늘로 저는 5학기의 활동을 마치고 시네마떼끄를 졸업하게 됩니다.
사실 아직 시떼 졸업생이라고 하기 부끄러울 영화 지식에 시네필이라고 부르기도 머쓱한 사람입니다만 시떼에서 보낸 이 년 반동안 많은 걸 배우고 또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서 후회는 없던 것 같네요. 같은 걸 좋아하지만 취향의 결이 다른 사람들끼리 모이는 건 언제나 즐거운 법이니까요.
좋아하는 것이 있으세요? 저는 영화를 좋아하고, 요즘은 야구에 빠져 있어요. 또 오래된 구형 지폐를 모으는 것도, 쓰지도 않을 스티커들을 모으는 것도 좋아하죠. 또 사계절 중 여름을 가장 좋아하고요. 시떼에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참 많이 알게 되었고, 그 이야기들이 여러분들께 보낸 페이퍼에 차곡차곡 담겨 보내진 것 같기도 해요. 받아보시는 분들도 제 애정을 느끼셨다면 좋을 것 같네요.
시떼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그리고 너무 아끼는 22 졸업동기들, 너~ 무 아꼈지만 티를 많이 못 내서 아쉬운 23, 24학번 시떼 부원들까지. 나이도 전공도 모두 다 내려놓고 시떼라는 하나로 묶여 감히 행복했었습니다. 저는 좋아하는 것들을 앞으로도 더욱 좋아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모두 그러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이것이 마지막 인사겠네요. 나중에 못 볼지도 모르니 미리 말해 두죠. 좋은 오후, 좋은 저녁, 좋은 밤 보내세요!¹
¹트루먼 쇼
견지
안녕하세요, 견지입니다. 처음 뉴스레터로 인사 건넸던 순간을 아신다면 절 기억하실지 궁금합니다. 선배들을 보내주며 인사 건넸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이제는 제가 안녕을 고할 차례네요. 시간이 이렇게나 쏜살같이 흐른다는 사실은 언제까지나 낯설 듯 합니다. 저번 주, <평평한 지구 동호회> 상영을 마무리하던 금요일에는 부러 노래를 틀고 관객 여러분들을 기다렸습니다. 스크린을 켜고, 기기를 연결하고 상영이 시작되기까지 남는 20여분 남짓.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울리는 상영관에서 동료 위원과 프런트 책상에 앉아있다가 조용히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처음으로 그 의자에 앉았던 순간을 떠올립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갈림길 앞에서 길을 헤맸고 모든 선택에 후회 없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그래도 모르던 영화의 이름을 알게되고, 올라가는 크레딧에 황급히 영화관 뒷줄의 동료를 향해 고개를 돌리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가끔은 불이 꺼진 시떼의 소파에 조용히 앉아 관객 분들의 동그란 뒷머리를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때는, 좁고 창문 하나 없는 상영실 안에서 불안하게 껌뻑이는 기계를 붙잡고 마음을 졸였어요. 제 기획을 보러오신 분들께서 리플랫을 챙겨가도 되겠냐고 묻는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제대로 남긴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철 지난 영화잡지 <스크린>과 <키노>를 펼치며, 지난 주 상영작 포스터를 돌돌 말며, 그저 시네마떼끄의 불편한 의자에 앉아 그런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서툴던 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며 여기까지 올 수 있어 기뻤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눈 맞추는 일, 그리고 기억하는 일. 그것만이 저희가 하고싶은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때로는 지겹고 지난했지만 이쯤 돼서야 마음깊이 깨닫는 사실도 있습니다. 영화 <기생충> 속 송강호 씨의 말을 빌리자면, 그래도… 영화, 사랑하시죠? 누군가가 보고 있음을, 이 기록이 남아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구성할 것임을, 그 맥락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임을 알기에 늘 아쉽지 않은 마음으로 상영관 문을 닫을 수 있었어요. 그 어스름한 스크린의 빛을 오래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보러와주신 관객 여러분, 그리고 뉴스레터로 저희 이야기를 지켜봐주신 또 다른 관객분들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 여기까지 함께 해준 동료 위원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아낌없이 도와준 졸업한 선배 위원들에게도요. 앞으로도 남은 운영위원들이 계속 우리 너머의 이야기를 해주기를 기대할게요. 이제 정말로 인사합시다. 다음에도 극장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연두
무언가를 마무리할 때면 저는 늘 어딘가 장엄한 서사시를 끝맺는 듯한 거창한 말을 남겨야 한다는, 아주 뻔한 부담감에 사로잡힙니다. 그리고 늘 아주 뻔한 감사의 말로 마무리하곤 하죠. 결국 지나고 나니 모든 것은 감사로 귀결되는 듯합니다. 시네마떼끄가 아니었다면 저는 조금 더 납작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2년 반의 시간 동안 제 온전한 안식처가 되어 준 이화 시네마떼끄와, 학생문화관 343호라는 장소를 지켜 온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 함께 졸업하는 네 분의 위원들께는 특히 무한한 감사를 전합니다.
라임
안녕하세요! 라임입니다. 늘 열심히 준비한 기획을 소개하며 들뜬 마음으로 인사하곤 했는데 오늘은 마지막 인사를 전하려니 서운한 마음이네요. 대학 생활의 초입, 막연한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영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시떼 활동에서 상상하지 못한 감정을 한아름 안고 떠납니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 관심있는 것, 궁금한 것에 집중하여 기획을 준비하고, 그 안에서 운영위원들과 함께 영화와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가 준비한 모든 것들이 관객과 독자분들께 전해지는 걸 보는 매순간 진심으로 행복했어요. 더해 5학기 동안 시떼에서 활동하며 우리가 영화를 중심으로 모일 수 있다는 사실까지 사랑하게 되었는데요, 이 과정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제게 언제나 편안하고 따뜻할 공간일 시떼가 여러분께도 늘 반가운 작은 영화관이었으면 해요. 매번 같은 자리에서 찾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길 바랍니다. 앞으로 시떼의 이름으로 인사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항상 네모난 스크린 안에서 기쁘게 만나요! 언제든 영화 속 영원에 빠져 마음껏 뛰놀고, 꿈꾸고, 그리워하고, 춤추고, 울고, 웃을 수 있길. You’ve got a friend in 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