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화 시네마떼끄의 운영위원 연두입니다. 🌈

이번 주에 수강하고 계신 ‘교육현장의이해’ 과목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단 한 순간이라도 학교에 속해 있지 않았던 사람은 드물 것이라 말씀 드렸었는데요. ‘학교’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학교의 이미지는 교실과 교무실, 식사를 할 수 있는 급식실, 체육 수업을 하는 체육관, 아프면 찾아갈 수 있는 보건실이 갖추어진, 가방을 메고 교문을 통과하면 보이는 창문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시설이 갖추어진 곳이어야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그건 아닐 것입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말씀 드렸던 교육의 정의를 기억하시나요? 교육은 어느 곳에서든, 어느 때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금요일 2시에 상영하는 <책상 서랍 속의 동화>는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교육을 실현한 어느 시골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배움이 꼭 학교 안에서만 존재하진 않는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한편 학교 자체에 가는 길이 너무나 험난한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집 근방에 받아주는 학교가 없어 우리는 걸어서 아무렇지 않게 가는 학교에 몇 시간에 걸쳐 차를 타고 오고, 이렇게 온 학교에서도 이 사람들을 위한 교육은 체계가 잘 갖춰있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내가 사는 곳’에 ‘특수학교만큼은’ 절대 안 된다며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이웃 주민들의 반대는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금요일 5시에 상영하는 영화 <학교 가는 길>은 특수아동을 자녀로 둔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들이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진리가 유독 뼈아프게 다가왔던 영화입니다.

이 외에도 목요일에 상영하는 <코러스>와 <클래스> 두 영화도 교육에 대한 다양한 생각 거리를 던지는 영화들입니다. 단 한 분의 관객만 계시더라도 시네마떼끄는 기쁜 마음으로 영사실의 불을 켭니다. 시네마떼끄를 찾아주시는 관객 분들의 하루에 늘 웃음이 깃들길 바랍니다.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343호, 모든 상영은 무료입니다.

목요일 2시

아이들을 교육할 때는 처벌만이 답이며, 선생들은 떠나가고 아이들은 도망치고 싶어 하는 보육원에 마티유는 음악 교사로 새로 부임한다. 그는 이 보육원에서 아이들은 타인을 다치게 하고 조롱하며, 교장과 교직원들은 이러한 아이들에게 학을 떼며 처벌을 내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보육원의 이러한 상황은 그를 힘들게 하지만, 마티유는 아이들의 천성은 나쁘지 않다고 믿고 이들을 감싼다. 자신의 가방과 악보를 훔치고 놀리는 노래를 불러도 이를 크게 책망하지 않고 노래와 화합의 가능성을 찾는다.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해주기 위해 오선지를 새로 꺼내 작곡한다.

 마티유는 아이들을 모아 합창단을 이끈다. 그 과정에서 보육원의 말썽꾼이던 모항쥬의 음악적 재능도 발견된다. 악보는 아이들만을 위해 만들어지고 아이들의 음악은 보육원을 점차 바꾼다. 합창단은 여전히 교장의 눈엣가시이지만, 아이들은 백작 부인 앞에서 무사히 공연을 마무리한다. 상처받고, 이를 상처 주는 것으로 해소하던 아이들은 합창을 통해 자부심과 감사를 배운다.

 아이들과 함께 숲에 간 사이, 교장으로부터 쫓겨난 몽당이 불을 지르는 사건으로 인해 결국 마티유는 파면된다. 인사도 없이 학교를 떠나야 했던 마티유의 뒤로 아이들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그를 배웅한다. 노년이 된 모항쥬는 마티유의 일기를 읽으며 그를 추억했고, 페피노와 함께 학교를 떠난 마티유의 이야기를 들었다.

 마티유의 말대로 자격이 없던 교장과 달리 마티유는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믿으며, 그들이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돕는 훌륭한 교육자였다. 마티유는 스스로를 최저의 인간으로, 아이들을 위해 늦은 시간까지 작곡할 때는 최고의 작곡가로, 마지막엔 실패한 음악가로 소개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교장을 제외한 다른 교직원들의 마음도 움직인 음악을 작곡한 마티유는 어쩌면 성공한 음악가이지 않았을까.

글쓴이 간장

목요일 5시

‘가르쳐봐야 알죠, 울화통 터지는 거.’

  ‘배워보면 알죠, 말 뿐이라는 거.’

  새학기가 시작되고 프랑스어 교사 마랑은 여느 때와 같이 8학년 학생들과 1년 간 수업을 한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수업시간에 교사는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고, 회의 시간에 교사들은 교무실에 모여 벌점 제도부터 커피머신까지 여러 주제를 넘나들며 회의를 하고, 학부모 상담 기간엔 학부모와 만나 교사의 소견을 이야기하고, 학급 평가 시간엔 허울 뿐인 학급 평가 위원 학생들과 함께 과목 점수를 매기고 일명 생활기록부에 기재될 태도 한 줄을 의논한다. 이 모든 과정을 크게 극적인 연출이나 전개 없이 카메라로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이 영화는 흡사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다. 영화의 배경은 130여분 내내 학교를 벗어나지 않는다.

  수업시간에 ‘빌’이라는 이름을 예문으로 들자 학생들은 왜 백인 이름만 예문에 쓰냐고 되묻는다. ‘아이사타’, ‘라시드’, ‘아메드’ 같은 이름은 왜 안 써요, 선생님? 출신 지역에 따라 이름을 고르기 시작하면 끝이 나지 않을 거라 대답하는 마랑에게 학생들은 약간만 변화를 주는 건 괜찮지 않느냐고 말한다. 이 한 장면만 보더라도 마랑과 학생들 간에 전혀 소통이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통’. 소통은 수용과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 상대의 말을 수용하고 왜 그런 말을 하게 되었을까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이해의 시작이고, 이것이 가능하다면 소통이 원활해진다. 교사가 학급 학생들의 이름을 넣어 재치있게 시험 선지나 학습지를 만드는 경우가 한국에서도 너무나 흔하다는 것을 생각할 때, ‘빌’ 말고 다양한 이름을 예문에 써달라는 학생들의 수업 중 항의 아닌 항의는 꽤나 ‘학생답고’ 타당하다. 예문 그거 하나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도 아닌데 굳이 그래야 해? 학교폭력도 아니잖아. 이런 마랑의 태도 또한 크게 문제 될 게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다른 이름 좀 써줘요, 쌤~’이라고 말하는 학생들에게도, ‘귀찮게 됐거든!’이라고 말하는 교사에게도 잘못은 없다. 그저 그 날 수업시간만큼은 서로가 공부도 안 하면서 쓸데없는 건 트집 잡는 학생들, 꽉 막힌 선생님으로 스치듯 기억될 뿐이다. 그러나 관객은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다. ‘저 교실엔 소통이 부재한다.’

  이러한 작은 소통의 부재는 그 자체로는 당장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언젠가는 큰 사건의 불씨가 된다. 학생들을 두고 ‘나가요’라고 한 교사와 교사의 지시에 불응하고 학급 친구에게 상해를 입힌 뒤 무단으로 교실을 이탈한 학생. 예문에 쓰이는 이름을 두고 말다툼을 벌일 때는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겠지. 과연 두 사건은 서로 무관할까? 겉보기엔 무관해 보일지 몰라도 우리는 이미 확인했다. 이 교실엔 소통이 부족하다는 걸. ‘빌’을 쓸지, ‘아이사타’를 쓸지도 합의하지 못한 교실임을 확인한 관객들은 마랑의 문제적인 발언과 술레이만의 문제적인 행동을 보고 두 사람의 화해 혹은 마랑이 술레이만을 용서하는 모습, 술레이만의 개과천선 같은 건 혹여나 기대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관객의 기대에 부응한다. 마랑은 자신의 발언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학생들은 친구들에게 ‘나가요’라는 말을 쓴 마랑에게 대놓고 이빨을 드러내며 마랑 또한 질세라 맞선다.

결국 학교의 행정에 반전은 없고 학교는 잠시 술레이만의 일로 들썩이지만 이 또한 결국 하나의 해프닝으로 지나갈 뿐, 학교는 또 다시 방학을 맞는다. 방학을 맞아 학생들과 축구를 하는 마랑과 함께 즐거워하는 학생들.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 상황도, 감정도 그때 그 순간일 뿐, 학교, 교사, 학생은 다시 현실로 돌아간다. 늘 자신이 가르치는 방식대로 가르치는 교사와 일을 처리하는 방식대로 처리하는 학교, 그리고 학교엔 와야 하니 오는 학생. 이 모든 타성의 시작은 어디였을까.

  글쓴이 연두

오늘로 5월 첫째주 상영인 <교육현장의이해(35918)> 소개가 끝났어요. 대동제로 소란한 학교 한켠에서 시네마떼끄의 문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잊지 말고 찾아주신 관객 여러분께 감사를 전합니다. 한편 시네마떼끄 철야상영회 준비도 막바지를 달리고 있습니다. 간식과 음료, 비밀리에 준비하고 있는 상품(?!)까지 하나둘 도착하는 중! 이제 정말로 문을 열고 관객분들을 맞이하는 일만 남겨두고 있네요. 부디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바라면서 마지막까지 열심히 준비할게요! 그럼 여러분, 남은 축제 이틀 즐거이 보내시고 바로 내일 저녁 철야상영회에서 뵙겠습니다. 장소나 시간 공지 등은 밑의 인스타그램 버튼을 클릭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드레스코드 이벤트 다들 확인 하셨나요? 공지 빠짐없이 읽으시고 될 수 있는 한 즐거운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밤새 영화를 보고 꿈같은 시간이 끝나면 며칠있어 바로 일상으로 복귀해야겠죠? 편지는 그때 다시 돌아올게요. 

월요일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