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라임입니다💚
어느덧 시떼에서의 마지막 기획으로 인사드리게 되었네요! 이번 기획은 마지막인 만큼, 영화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아 준비해 보았어요. 무엇보다 영화가 좋아서 시작한 활동이라 이렇게 인사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뻐요🙌🏻
제목부터 솔직담백한 이 기획은 ‘영화에 대한 영화를 모아보자!’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역시 감독들 영화 진짜 좋아하는구나’, ‘나도 영화 진짜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했고요. 또 세미나를 함께한 운영위원들과 즐거운 시간을 나누며 새삼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모이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실감하게 해준 기획이기도 합니다.
항상 이런 즐거움과 행복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떼에서 이런저런 일을 준비하고 있어요! 여러분께 이 마음이 잘 와닿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은 시떼에 애정 어린 관심을 보내주시는 모든 분들께 전하고 싶어요. 저의 행복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カメラを止めるな!
우에다 신이치로 | 2018 | 95’
|
|
|
파벨만스
The Fabelmans
금요일 2시 |
|
|
바빌론
Babylon
데미안 셔젤 | 2022 | 189’
금요일 5시 |
|
|
그래서 그는 누구고, 도대체 지금 뭘 본 건가, 싶은 게 이 영화의 맛이다. 극장에서 시작해서 배우로 이어지는 이 이야기는 영화를 다 보고 난 다음에도 끝까지 물음표를 남기지만, 그 이후의 감상으로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된다.
주인공 오스카는 리무진 홀리 모터스를 통해 다양한 삶을 연기한다. 24시간 동안 스케줄을 수행하며 다양한 인물이 되고, 생김새뿐 아니라 말투, 나이, 분위기를 넘나들며 성공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오스카는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가는 분명한 주인공이지만, 오스카가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없다. 보는 오스카의 모습은 연기하는 모습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리무진에서 잠깐 다음 스케줄을 위해 분장하는 모습인데, 사실 그 또한 연기의 일부로 보일 만큼 정교해서 오직 하나의 목적만을 위한 행위처럼 보인다. 영화 속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오스카가 아닌 다른 인물들로 살아가는데, 그런 탓에 우리는 영화와의 거리를 좀처럼 좁힐 수 없다. 그런 오스카는 스케줄을 소화하는 중 몸이 쇠약해짐을 느끼고, ‘완벽’하게 수행해 내는 데에 어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이런 줄거리는 <홀리 모터스>를 읽어내는 데 있어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애초에 줄거리 몇 줄로 파악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스카가 테오를 죽인 에피소드에선 ‘어떻게 오스카와 테오가 똑같은 생김새를 할 수 있는지’나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오스카 외의 인물들은 그럼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등 계속해서 불어나는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아내기를 영화는 원하지 않는다. 그가 연기해내는 아홉 인물들에 대해 그들이 각자 어떤 사람들인지 알 길이 없으며, 알 필요 또한 없을 수 있는 것이다.
너무나도 섬세하고 생생해 마치 연기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은 에피소드들은 모두 끝을 향한다. 오스카가 먼저 내리고, 다음으로 셀린이 내리고 난 뒤 한곳에 모여든 차들은 그제야 입을 연다. 예측 범위에서 한참을 벗어나 당혹감을 주는 이 영화는 스크린으로 시작해 연기와 현실을 분간해 낼 수 없는 데까지 온 우리에게 영화는 무엇이며 삶은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님을 말한다.
글쓴이 도라
|
|
|
우에다 신이치로 | 2018 | 95’
목요일 5시
|
|
|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당장 종이를 내려놓고 스크린에 시선을 먼저 고정해라. 이 영화는 아무런 정보도 없을 때 볼 때 가장 즐거운 법이니까.
영화는 총 세 개의 구조로 되어 있다. 하나는 B급이라는 말도 칭찬이 되는 허접한 원테이크 좀비 영화. 개연성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이야기는 뚝뚝 끊기며, 피 CG는 허접하고 쿠소 재미밖에 찾을 수 없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삼십 분 안에 이 영화를 껐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시간은 다시 되돌아간다.
한 달 전, 무작정 원 테이크 좀비 영화를 찍어야만 하는 상황. 좀비 아포칼립스 영화는 세팅과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어야 하는 장르지만 이들은 오합지졸의 대명사다. 디렉팅에는 관심 없는 감독, 소속사를 핑계 대는 주연 배우, 정제수가 아니면 배탈이 나는 배우 등...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라고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어쨌든 촬영은 해야 한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기 때문에. 영화는 원 테이크이기 때문에 끊기지 않는다. 비록 배우들이 불륜 때문에 도쿄에서 사고가 나 오지 못해도, 정제수를 먹지 못한 배우가 배탈이 나서 촬영장을 도중에 이탈해도, 배역에 너무나도 몰입한 배우가 도끼를 정말 죽일 듯이 휘두름에도 불구하고!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어이없는 호신술 대화를 하고, 감독은 제4의 벽을 뚫고 나오고, 카메라는 땅만을 찍는다. -이는 어려움을 더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즉, 카메라를 멈추면 안 된다는 것은 좀비 사태에서도 촬영하는 𝒎𝒊𝒄𝒉𝒊𝒏 감독에게 향한 메시지가 아닌, 당장 방송을 멈출 수 없는 이 팀이 돌아가기 위한 마법의 주문과도 같다.
이 영화는 결국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제멋대로 따라가면서 동시에 보는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그들의 노력에 감탄하게 만든다. 잘 여문 결과물을 보았을 때, 그래서 그들의 진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이 영화의 필름을 멈추지 않고 찍는 스태프들이 등장할 때 우리는 그들에게 박수를 치게 된다.
글쓴이 푸들 |
|
|
우연히 부모님과 함께 난생처음으로 극장에 간 날. 그때부터 소년의 인생은 새롭게 쓰이기 시작한다. 기차와 차가 충돌해 이리저리 파편들이 흩어지는 영화 속 장면은 눈을 감아도 아른거렸고, 그런 새미의 마음을 알아챈 어머니는 아버지의 카메라를 가져다 주며 집에 있는 기차 장난감으로 그 장면을 재현해 보자고 말한다. 처음으로 ‘나의 영화’를 완성해 상영한 날, 그 이후로 집안의 모든 것은 새롭게 보인다. 흔해빠진 캔디콘도, 휴지도, 케첩도, 뭐든 영화가 될 수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새미의 영화에 대한 애정은 깊어져만 간다. 그러나 언제나 삶이 뜻대로 흘러갈 수는 없는 법. 아버지는 새미의 영화 촬영 작업이 취미 이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가상의 것들 말고 실재하면서 쓸모있는 것들을 좀 배워 보라고 말한다. 보리스 삼촌은 예술과 가족은 양립할 수 없다며,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결국에는 너의 가슴을 찢어놓고 외롭게 만들 것이라는 저주에 가까운 조언을 건넨다. 설상가상으로 그토록 의지했던 어머니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면서, 혼란스러운 현실에 새미는 점점 카메라를 들 의지를 상실해가는 듯하다. 보리스 삼촌의 말대로 예술과 현실 둘 중 하나는 반드시 등지고 살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적어도 <파벨만스>의 주인공이자 이 영화의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듯하다. 새미의 아버지는 영화를 마치 실재하지 않는 것,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만한 구석이 없는 것처럼 말하고는 했지만 우리는 수많은 관객들과 사랑하는 이들이 극장 안에서 함께 울고 웃는 것을 보았다. 소년에게는 새 삶의 시작점이었던, 상실을 겪은 어머니에게는 위로였던, 학우들에게는 추억을 회상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부여하는 주문이었던 영화는, 이토록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재구성해나간다. 예술과 예술 아닌 것을 구분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한 일인가? <파벨만스>에서는 카메라와 삶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보여주며, 때때로 그것을 구분하는 일은 무용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영화 안에는 우리 모두의 인생이 있으므로.
.
글쓴이 나나 |
|
|
데미안 셔젤 | 2022 | 189’
금요일 5시
|
|
|
그들은 최고의 한 컷을 위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해가 지는 때의 초원을 놓칠 수 없어 구급차를 빌려 타기도 하고, 코앞에서 불이 나는데도 두 방울의 눈물보다 한 방울의 눈물이 낫다면 새 컷을 다시 찍는다. 그렇지만, 늘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영화는 쉽지 않다. 영화는 평생을 영화를 만들면서 살아온 이들이나 영화 속 주인공으로 살아온 이들에게조차도 끝내 어렵다.
열기가 밤새 식을 줄을 모르고,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난잡하게 노는 파티장에서 매니와 넬리는 만난다. 둘은 진지한 꿈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에 대한 열정과 포부를 마구 늘어놓는다. 동이 트고 파티의 열기는 다 식지만 그들의 열정만큼은 식지 않은 채 계속된다. 그렇게 영화는 시작된다. 둘의 영화에 대한 꿈은 조금씩 실현되기 시작하고, 흐름은 한껏 들뜬다. 하지만 자신의 역량만으로, 열정만으로 성공은 보장되지 않는다. 무성영화의 황금기가 끝난 뒤 대중들은 유성영화에 열광하고, 영화인들은 방황한다. 따라가보려 애를 써서 가까스로 적응하거나 완강히 거부하거나, 어쨌거나 자신과 주변인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동안에도 영화는 흘러간다. 강렬한 트럼펫 사운드에 춤추는 사람들과 함께 과열되었다가 또 한껏 가라앉아 주인공들의 침묵과 함께하는 식으로.
영화 <바빌론>은 스크린 너머로 지켜보면서도 지칠 만큼 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또한 결국엔 영화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꾹꾹 담아내기 위한 일종의 노력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매니는 시간이 아주 오래 지난 뒤 다시 할리우드로 가 꿈을 나누기 위해 자리한 사람들과 영화를 본다. 그 사이 영화는 계속해서 변화해왔지만 영화는 영화답게, 항상 그래왔듯 그 시대와 그 사람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진공 박스 안에 넣어둔 것처럼, 스크린 위로 펼쳐지는 장면들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그곳에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영화는 늘 어느 곳에서나 외로운 이들에게, 또 우리에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영원을 선물하니까.
글쓴이 도라 |
|
|
🎥 좋아하는 것을 잃지 마
대동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와~ 👏👏 이 메일을 읽고 계시는 벗들, 즐거운 축제를 보내고 계신가요? 뭐든지 최선을 다하는 것도 좋지만, 이럴 때 잠시 숨을 돌리고 여유를 즐기는 것도 필수랍니다. 😉 시네마떼끄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주시는 분들께서는 이미 알고 계시는 소식일 것 같은데요! 저희 시떼는 올해도 대동제 주간을 맞이하여 막차부터 첫차까지 달리는 철야상영회 프로그램을 준비했답니다. 24년을 추억할 때 꺼내어 볼 수 있는 행복한 기억 중 하나가 되기를 바라면서요. 다같이 한 공간에 모여 좋아하는 영화를 본다는 건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경험이니까요.
그럼 저희는 철야상영회에서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더위 조심하세요~ ☀️
이화 시네마떼끄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343호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
|
|
이화 시네마떼끄
ewhacinematheque@gmail.com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