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을 태우고 가는 불타는 마차인 화차. 더해서 이 화차에 한번 타면, 절대 다시 내릴 수 없다. 자신의 불행한 삶에서 벗어나고 행복해지고자 차경선은 화차에 탑승하기로 한다. 남의 신분을 빼앗아 자신의 신분으로 뒤집어씌우기 위해서 차근차근 준비하던 그녀는, 결국 ‘김선영’이라는 사람의 신분을 빼앗아 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본인이 김선영이 아니라는 것을 들킬 위기에 처하자, 스스로 실종을 자처하며 이 영화는 시작된다. 잠시 음식을 사던 사이 사라진 약혼녀를 찾기 위해 장문호와 그의 사촌 형 김중근이 모여 그녀의 발자취를 좇는다. 이름이 김선영이 아니라는 것,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가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라는 것. 날아가 버린 나비를 찾기 위하여 나비의 처음인 번데기의 자리까지 찾아버리고, 결국 진실을 전부 알아버리고 만다. 결국, 경찰에 체포될 위기에 처한 경선이 자살하며 이 영화는 끝나 버린다. 선영의 피에 물들어 날지 못하고 죽어버린 나비처럼. 
   “행복해지고 싶었어요.”라는 차경선의 욕망이 이 영화를 이끄는 주 원동력이다. 한 사람에게 주어지기에는 비극적인 이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욕망은 어쩌면 하나의 생존 본능으로 볼 수 있어 마냥 차경선을 비난하기는 힘들다. 영화는 이 점에서 원작 소설과 차이를 둔다. 원작 소설에서는 실종된 인물을 직접 묘사하지 않고, 그 뒤만을 밟으면서 스릴러적 요소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경선의 과거와 행동을 직접적으로 묘사해 주며 관객이 경선에게 직접 이입할 수 있는 여지를 둔다. 경선이 단순히 살고 싶은 욕망으로만 가득 찬 인물이 아니라고 소리친다. 
   이러한 점이 문호와 대조된다. 힘들었던 일이 없었던, 아무런 문제 없던 가정에서 수의사라는 멀쩡한 직장을 가진 문호는 악으로 분류되는 경선과 달리 약혼자를 걱정하던 선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도덕이라는 틀을 깰 필요성이 없었던 인물이다. 굳이 생존하려는 욕망을 가지지 않아도 생존이라는 것은 그에게 당연한 일이었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문호가 계속 경선을 선영이라고 지칭하는 것, 마지막 “너로 살아”라는 말이 단순히 격려와 위로, 사랑의 표현이 아닌 다른 의미를 담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

글쓴이 푸들

화요일 5시 

Hoc est corpus meum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그리스도의 몸은 저를 지켜주시어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소서. 그리스도의 피는 저를 지켜주시어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소서.

 영화 <로우>(2017)는 채식주의자인 쥐스틴이 내면의 식인 본성을 자각하고 육식(식인)의 욕망을 분출하는 과정을 그린다. 생텍쥐베리 수의대학에 입학한 쥐스틴은 신입생 통과의례에 따라 말의 피를 뒤집어쓰고, 토끼의 생 콩팥을 억지로 먹는다. 단 한 번의 단백질 섭취 이후 그녀는 머리카락을, 입술을, 언니의 잘린 손가락을 입 안으로 쑤셔 넣게 된다. 또한, 그는 룸메이트인 아드리앙에게도 갑작스러운 욕정을 느끼는데, 이는 식인의 욕구와 구별되지 않는다. 영화는 여러 장면을 통해 쥐스틴의 식인 습성과 성적 욕망이 폭발하는 것을 보여준다.
 흡수되고 소화된 말의 피와 토끼의 콩팥은 식인 습성의 트리거가 된다. 강박적인 규칙 아래에서 살아온 쥐스틴은 육식의 욕망을 억누르려 애를 쓰지만 그럴수록 악몽과 환상은 커지고 결국 욕망은 기형적인 폭력성과 함께 터져 나온다.
 영화에서 채식주의와 사회 내 보편적 지배 질서 아래에서 쥐스틴은 정체성과 자아를 금지당한다. 하지만 쥐스틴이 본래 지니던 괴물성은 진정한 자아의 해방을 추구하고, 기존의 헤게모니와 규범에 폭력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며 이들을 해체한다. 쥐스틴이 비규범적 존재로 변형될 때, 뒤쿠르노는 이를 피부의 발진과 벗겨짐의 장면 속 변신 메타포를 통해 암시한다.
 영화 말미에서 쥐스틴의 이러한 식인 욕망이 모계 유전임이 밝혀진다. 여성들의 욕망은 기존 규범의 준수, 가정 내 새로운 헤게모니의 탄생과 관계의 변화를 불러왔다. 어머니는 딸들이 질서에 도전하지 않도록 강제하였고 자매는 끔찍하지만 서로 이해하는 관계로 발전하였다. 여성들의 핏줄을 따라 내려오는 욕망의 주체와 변화하는 양상은 기존 질서의 해체와 새로운 여성-인간상을 기대하게 만든다.

   영화 <박쥐>(2009)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피처럼 울컥거리며 새어 나오는 욕망을 숨기지도 않는다. 가톨릭 신부인 상현은 초반의 자기희생적 욕망, 뱀파이어가 됨으로써 더욱 가시화된 성적 욕망, 생존으로의 욕망을 드러내고, 강우는 안락한 삶을, 라 여사는 아들의 편안함을, 아들을 죽인 자들을 고발하고자 하는 욕망을 표출한다. 그중 태주는 무료한 집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통해 본연의 자신을 회복한다는 궁극적인 욕망을 실현하고자 한다.
   이층집에서 태주는 욕망이 억압된 채 도구로 존재했다. 라 여사는 아들의 안락함을 위해 딸처럼, 또는 강아지처럼 길러온 태주를 며느리로 만들어 버린다. 타자에 의해 자신의 상황이 변하는 과정에서 태주는 욕망이 거세된(것처럼 보이는) 존재로 변모하였고, 가족과 함께 한 자리에서 초반의 태주는 생명력을 잃어버린 사물로 인식된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외부인인 상현이 이층집으로 침투하면서 각성하고 난 뒤 극적으로 바뀐다. 태주가 맨발로 밤거리를 뛰어다니는 중 신부이자 남편의 친구인 상현이 나타나 신발을 신겨줄 때, 억압되었던 욕망이 발현하였음을 관객은 목격한다. 이때 태주의 욕망은 특히 성적 욕망으로 발현하여 이층집에서 상현을 탐한다. 여기에서 이층집은 욕망의 전시가 이루어지는 장소가 된다. 신부이자 남편의 친구라는 이중 금기적 존재인 상현을 취함으로써 태주는 지금까지 억압되어 온 본인의 삶에서 탈피하고 성적 욕망과 금기 위반의 쾌락을 좇는다. 이는 라 여사가 지정한 태주의 행동 경계를 벗어나는 행위이다. 또한, 태주는 강우, 라 여사, 그리고 이층집이라는 자신을 억압해 온 세계를 파괴하기 위해 상현을 부추기기도 하고 마침내 뱀파이어가 되기도 한다. 즉, 폭력적인 세계에 폭력적인 대응을 통해 이를 파괴함으로써 마침내 태주는 모든 금기로부터 해방된 상태를 맞이한다.
   태주는 본연의 욕망에 가장 충실하며 이를 표출하는 여성이다. 그는 상현이 버거워하고 기피하는 동물적 존재로서의 삶마저 쉽게 수용한다. 다시 말해, 상현이 계속되는 살인에 신앙과 죄책감 속에서 고뇌할 때 태주는 대조적인 삶을 살아간다. 태주와 상현이 극명하게 대조되면서 태주는 인간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상현을 유혹하는 팜 파탈로 한정된다. 정형화된 팜 파탈의 이미지를 따라 태주는 영화 내에서 상현의 행동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도록 요부의 이미지로 등장하였으며, 생존의 욕망 또한 강했던 그는 상현으로부터 죽음을 (강제적으로) 수용하면서 영화 말미에 여타 팜 파탈처럼 소멸을 맞이한다. 이때 상현은 감독의 의도에 따라 그를 맹신하는 신도에게 본인이 한낱 인간임을 각인하는 행위를 하고 숭고한 순교자로서 죽는다. 그러나 태주의 죽음은 타자에 의한 결괏값이다. 여기에서 태주는 상현의 윤리적 주체성을 강화하는 도구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도구의 삶을 살다가 욕망의 주체가 되었으나 결국 누군가의 주체성을 위한 도구로, 팜 파탈의 정형화된 형식을 따랐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역사적으로 여성의 욕망은 드러나서는 안 되는 것, 감춰야 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사회가 원하는 여성상에 스스로를 맞추는 일이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여성의 욕망을 가리려는 사회의 분위기는 여전히 만연해서, 우리는 욕망의 주체가 여성이 될 때 괴물적인 이미지를 자아낸다고 느낍니다.

   동시에 욕망하는 여성이 가지는 괴물적 이미지는 낡은 세계를 부수는 힘이 됩니다. 그것은 기존의 나를 가두는 규범을 파괴하고 다양성을 불러들이는 힘입니다. 스크린 속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욕망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그 대상도 사람과 관계, 권력부터 식성까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자칫 충격적으로 다가올 이 여성들의 욕망을 마주하면서, 자신이 숨겨왔던 욕망이 있다면 솔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이번 주 수요일의 시간표가 정말로 마음에 드는군요. 🤭 관객분들의 애정을 기대하며, 수요일에 두 번째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