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a dreamy night!
첫번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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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
수요일 2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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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 in the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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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것이 좋아
Some like it hot
목요일 2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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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에메랄드 시티의 마법사 오즈의 이야기, 동시에 캔자스에서 소용돌이를 타고 무지개 너머 도시에 불시착한 소녀 도로시의 이야기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프랭크 바움의 동화를 원작으로, 마법의 대륙 오즈에 떨어진 소녀 도로시가 집에 돌아가기 위해 펼치는 고군분투를 보여준다. 문을 열고 나가면 그곳은 환상의 나라 오즈. 흑백의 캔자스와 달리, 오즈는 총천연색의 아름다운 세계다. 세피아색 화면 속 문틀 너머로 펼쳐지는 다채로운 풍경은 영화사상 최초의 컬러필름인 것은 아니지만, 많은 관객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최초의 유성영화라 불리는 <재즈 싱어>가 자막과 음성 대사를 섞어 장면을 구성했듯이,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신식 기술이며 화려한 컬러필름과, 가장 보편적이지만 새로운 기술은 못되었던 흑백필름의 과도기에 서서 둘을 능숙히 이용하고 있다. 꿈과 환상의 나라이지만 곧 떠나가야 할 오즈와 흑백 현실이지만 안락한 캔자스, 도로시의 집. 당대 관객에게 두 공간을 나누는 이 연출은 아마 컬러에 완전히 익숙해진 오늘날의 관객들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으리라. 각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모험을 떠난 도로시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 이들은 못된 서쪽 마녀를 해치우고 각자 약속받은 것을 얻기 위해 마법사 오즈를 다시 찾아간다. 그러나 오즈의 정체를 안 이들은 실망하고, 오즈에게 그들의 소원을 이루어줄 힘이 없음 역시 깨닫는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 없다. 영화는 실은 일행이 원하던 힘이 이미 그들 안에 있었다고 말하고 있으니. 처음부터 캔자스로 돌아갈 힘을 갖추고도 그걸 깨닫지 못한 도로시처럼 말이다. 모든 여정이 끝나고 보금자리에서 파랑새를 찾은 틸틸과 미틸 남매처럼, 일행은 도로시와 함께한 여정 중에 이미 바라던 존재가 되어 있었다. 이 따뜻한 메시지와 대비되게, 약속했던 것 대신 일행에게 주어지는 선물은 왜인지 차갑고 딱딱하게 느껴진다. 생각할 수 있는 뇌를 원하던 허수아비에게는 박사학위를, 따뜻하게 뛰는 심장을 원한 양철 나무꾼에게는 심장 모양의 시계를, 용기를 원한 사자에게는 그의 용감함을 증명하는 훈장이 주어진다. 지혜와 따뜻한 마음, 용기를 대변하는 상품들은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원래 마법의 나라에 속하지 않았던 캔자스 출신의 마법사-그러니까, 과학자- 오즈가 이들에게 주는 현실 세계의 물건들은 기대했던 것보다 물질적이다. 화려하지만 상업적이고 누구보다도 착취적이었던 할리우드의 황금기를 떠올리게 된다면 누군가는 웃을까? 무지개 너머의 세계는 아름답지만 모든 여정 끝에 도로시는 진정으로 깨닫는다. ‘집만 한 곳이 없다(There is no place like home)’고. 꿈에서 깨어난 도로시는 농장의 일꾼들, 엠 아주머니와 아저씨와 껴안으며 현실 세계를 맞이한다. 도망친 끝에 다다랐던 환상의 나라가 실재하는 공간이었는지, 도로시의 꿈속이었는지 영화는 원작 동화보다 모호하게 보여주는 (사실은 꿈이었으리라는 설정에 힘을 더 실어주는) 면이 있다. 길고 긴 여행 끝에 도로시는 돌아온다. 떠나기 전에는 없었던 보석을 마음 깊이에 숨겨서.
글쓴이 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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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 in the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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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에서 노래해요, 그저 빗속에서 노래하죠, 얼마나 좋은지요. 전 다시 행복해졌어요. 저 구름을 보며 웃고 있죠, 저 위는 어두워도 내 마음에는 햇살이 비추고 저는 사랑할 준비가 되었어요!”
비를 맞으며 행복하게 노래를 부르는 한 남자, 비를 몽땅 다 맞으면서 저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싶지만, 남자의 얼굴엔 즐거움만이 가득하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비를 맞고 옷이 다 젖어도 행복을 노래한다.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 영화는 비가 사랑을 전달해 주듯 사랑스러운 노래를 곁들인 한 남자의 러브스토리를 재치있게 다룬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기점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주인공 돈 락우드가 배우로서 활약하는 과정 속 캐시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에 소리가 들어가기 시작하며 생기는 다양한 변화들과 그에 따른 사람들의 적응,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물들간의 갈등은 50년대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다양하고 아름다운 연출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이 영화가 단순히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판단하고 본다면 그건 아주 아쉬운 관점일지 모른다. 이 영화는 70년전의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그 시대의 낭만을 가득 품은 뮤지컬 영화이다. 현대의 영화들이 보여주는 화려하고 긴박감 넘치는 연출은 아니더라도 잔잔하지만 센스 있고, 화려하진 않지만 조화로운 화면구성을 지닌다. 배우들간의 연기 합과 장면 사이사이 들어간 사랑스러운 노래들은 관객들에게 경험해 본 적도 없는 향수를 느끼게 한다.
이 영화를 처음 접하기 전, 50년대 영화라고 하면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연출, 약간의 지루함을 겸비한 영화들을 떠올릴지 모른다. 영화는 발전하는 기술 속 우리의 삶을 더 자세하고 현실감 있게 비춰주는 거울이 되고 있을지 모르지만, 과거의 영화들은 그 시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현대의 영화들은 누가 더 현실감 있게 가짜인 영화를 진짜처럼 느끼게 구현하는가에 초점을 둔다면 이 시대는 한 장면 한 장면 지금보다는 느린 템포로 진행되더라도 긴 장면 속에 디테일함을 담아 배우의 매력과 대사에 집중하게 만든다. 물론 너무 티 나는 연출에 웃음이 나올지 모르지만, 그것 또한 이 영화의 매력 중의 하나일 것이다.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한 기술력에 빠진 요즘 영화들 사이에 잠시나마 낭만을 품은 연출과 통통 튀는 선율이 가득한 이 영화를 즐기길 바란다!
글쓴이 융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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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것이 좋아
Some like it ho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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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법의 시대는 갱단의 세를 불렸고 사람들은 숨겨진 벽 너머로, 지하로 술을 마시러 기어들어 갔다. 이러한 시대에서 조와 제리는 스페치 갱단이 운영하는 비밀 술집에서 베이스와 색소폰을 연주하며 일당을 벌며 살아간다. 이들은 앞자리의 무용수들에게도, 옆집 누군가에게도, 소시지 파는 음식점에도 빚이 있어 한탕의 희망을, 일자리에 대한 걱정을 지니며 살아가는 남자들이다. 그러나 연방 경찰은 밀주를 운반하는 갱단을 쫓더니 둘의 일자리를 없애버렸다. 심지어 둘은 스페치 갱단이 갱단을 밀고한 찰리 일당을 죽이는 것을 목격하여 갱단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어버린다. 둘은 어쩔 수 없이, 안정과 안전을 위하여 다리털을 밀고 금발 가발을 얹고, 여성복으로 치장을 한 채 여성 악단에 들어간다. 조는 조세핀으로, 제리는 다프네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을 소개한다. 자신은 여자라고 되뇌면서, 침대칸을 밀고 들어오는 여자들에게 당황하면서. 이때 둘은 색소폰 연주자만 보이면 사랑에 빠지는, 술을 떼어낼 수 없는 슈가를 만나게 된다. 플로리다로의 여정에서 다프네와 슈가는 친해진다. 조와 다프네는 치맛자락만 보면 희롱하는 남자들에 학을 떼면서도 여성의 모습을 하는 것에 익숙해진다. 백만장자 오즈굿 필딩 3세는 다프네에게 끈질긴 구애를 하고 조세핀은 재벌로 변장하여 조의 모습으로 슈가 앞에 나타난다. 조와 슈가의 사랑은 깊어지고 제리는 오즈굿에게 미안함과 애정을 동시에 느낀다. 그러나 관객에게 특이한 정장 바짓단으로 각인되었을 스페치 일당이 둘을 알아채면서 또다시 쫓기는 몸이 된다.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급하고 상처만을 남기는 이별을 할 뻔하였으나 여차저차 넷은 모두 요트를 타고 플로리다를 벗어난다. 흑백 영화임에도 우리는 익숙한 금발을, 1920년대의 화려한 색감을, 도망가는 이들을 비추는 어둠을 화면에서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옷과 가발이 동성의 커뮤니티 내에서 얼마나 얄팍하고 강한 의복이 되는지, 마지막으로 갈수록 영화가 이 네 사람을 다루는 태도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게 한다. 하지만 <뜨거운 것이 좋아>(1959)는 결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므로 우리는 웃음 사이사이 잠깐의 물음표만 던져보자. 이들의 노래가 우리를 반겨주고 있지 않은가.
글쓴이 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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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다들 풍성한 한가위 보내셨는지요? 무려 6일이나 되는 이 연휴 기간을 여러분은 무엇을 하며 보내셨는지 궁금해지네요. 이런 꿈같은 휴일이 슬슬 막바지라니 그새 몸과 마음이 게을러져 깨어나기 싫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기획은 연휴의 여운을 조금이나마 더 느끼게 해 줄 사랑스럽고 환상적인 초기 뮤지컬 영화들을 담았습니다.
문득 나를 얽매는 상념들은 무시한 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제게 음악과 춤을 다루는 이야기들은 큰 도움이 됩니다. 두 시간 가량의 짧고 즐거운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어느새 머리는 맑아지고 귓가에는 노랫소리의 여운이 남아 있지요.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어떻게든 잘 해결되겠지!'라는 들뜬 마음을 품게 되는 것은 덤이고요. 여러분께도 이번 영화들이 재생하는 힘을 부여하는 경험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습니다. 남은 휴일도 즐겁게 보내시기를 바라며, 수요일에 두 번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
이화 시네마떼끄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343호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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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 시네마떼끄
ewhacinemathequ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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