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20여 년이 흐르자 다큐멘터리 제작에는 큰 지각변동이 있었다. 1950년 이전에 대부분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우연성까지 통제하려는 시도를 내포했다. 평상시의 연기에 덧대어진 편집, 해설은 영화가 보다 큰 의미구조 속으로 흡수되도록 만들었다. 지가 베르토프 역시 카메라를 위해 신을 연출하는 등 강력한 통제에 의지해 영화를 제작했다. 그러나 네오 리얼리즘이 그랬던 것처럼, 50년대의 가벼운 카메라와 음향시설은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사전에 계획된 구조를 배제하고 자연스러운 순간에 초점을 맞춘 영화를 만들도록 했다.

   50년대 후반의 다큐멘터리는 이전의 다큐멘터리와 다른 바람이 불었다. 앞서 언급한 가벼운 카메라와 소규모화 된 제작 인원 등은 이를 가능케 했다. 새로운 다큐멘터리 영화는 개인적이었으며, 어떤 상황의 점진적 발전을 드러내고, 드라마나 심리적 계기의 순간을 탐구한다. 통제되고 의미가 부여된 장면들 대신, 행동을 자연스레 펼치고 영화 속 개인들이 자신에 대해 스스로 이야기하는 것을 가능토록 했다. 이러한 새로운 다큐멘터리의 등장은 ‘솔직한 영화’, ‘규제받지 않는 영화’, ‘영화-진실(시네마 베리떼;cinéma vérité)’ 등의 이름을 얻었지만, 곧 일반적으로 다이렉트 시네마(Direct Cinema)로 불리게 되었다. 이번 세계영화사 상영에서는 다이렉트 시네마 이전의 다큐멘터리부터 다이렉트 시네마를 대표하는 다큐멘터리까지, 다이렉트 시네마로 흐르는 다큐멘터리의 길을 함께 살펴보도록 한다.

   가장 먼저 <북극의 나누크>(1922)는 현대적 의미에서 다큐멘터리의 시초로 불리지만, 시간이 지나고 관객들이 기대하고 인지했던 것만큼 진실된 영화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한편 지가 베르토프의 <카메라를 든 사나이>(1929)는, ‘키노-프라우다’(kino-pravda)를 명명하여 시네마 베리떼(cinéma vérité), 즉 다이렉트 시네마의 태동에 영향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어떤 여름날의 연대기>(1961)와 <티티컷 풍자극>(1967)은 다이렉트 시네마의 대표작으로 불리우며 하나의 사조를 만들어 나갔다. 

   때때로 과장된 것만이 진심이라고 인정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괜히 부끄러워지고 마음이 헛헛하게 느껴집니다. 뭔가를 좋아한다고 말하려면 일단 왜 그것을 좋아하는지, 그것의 과거는 어땠고 현재는 어떠하며 미래에는 어떨지까지 술술 읊을 수 있어야만 할 것 같은 때 말입니다. 물론 좋아하는 그 마음에 필요한 자격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만큼 더 알고 싶다는 것이 사람 마음 아닌가요. 저와 같은 분들이 계시다면 아마 고전을 접해볼 수 있는 세계영화사 주간도 마음에 들어하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 봅니다. 😉 
   이번 세계영화사는 고전 중에서도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골라 모았습니다. 저도 최근에서야 다큐멘터리 영화의 매력을 차츰 알아가는 중인데요, 어디선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는 전제 하나가 어떻게 이런 큰 힘을 가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영화가 타인의 삶을 경유하는 하나의 통로라지만 다큐멘터리는 더더욱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힘이 큰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일단 한번 시작하고 나면 속절없이 빠져 버리실지도 몰라요. 
   오늘의 코멘트는 다른 날에 비해서 조금 더 사족이 긴데요. (제 기분 탓일까요?) 추석 연휴를 맞아 이번 주는 월요일만 뉴스레터가 발송되기 때문입니다. 괜히 허전한 마음에 이렇게 살을 붙여 보았습니다. 따뜻하고 풍족한 한가위 보내시구요! 추석 이후 돌아올 또다른 기획도 기대해 주실 테지요.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다음 주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