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저 사람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를 궁금해한다. 그 사람이 하는 행동에 있어 상식이 보이지 않으면 더더욱 어떤 생각에 기인해 저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이 영화는 그런 우리의 심리를 간파하듯 비상식적인 범죄자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공개한다. 살인마의 기괴한 무의식 속, 단서를 찾아 다음 피해를 막아야 하는 것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범죄자를 쫒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범죄자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알고 싶지 않지만 알아야 하는 그들의 과거와 현재의 관계, 그 내면의 연결점을 밝혀내 사건을 분석해야 하는 것이다.

   이 영화가 살인마의 무의식을 묘사하는 장면들은 매우 독특하다. 당신이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방식들로 설명할 수 없는 범인의 무의식을 그려낸다. 무의식의 세계는 개연성이 없고 등장하는 모든 것들은 그 존재의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당혹스럽다.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에서 오는 압도감과 공포감은 영화를 보며 앉아 있는 나까지 그 세계로 초대받은 기분이 느껴진다. 처음 방문한 무의식의 세상은 황당한 장면들만이 연출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더 깊숙한 심연으로 고개를 내미는 순간 살인마가 숨겨놓은 그의 내면이 등장한다.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시작해 그의 현재의 삶까지 영향을 미친 사건들과 그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어디서부터 기인했는지 그 증거를 잠깐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다. 결국 그의 내면 속에는 추악하고 잔인한 범죄자가 아닌 그가 성장하기 전 어린 아이의 모습이 계속 고립되어 있었던 것이다. 학대를 당하던 소년은 자신의 편이 누구도 없던 그 세상에 고립되어 살인마가 되었던 것이다.

   당신은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범죄자의 어린 시절과 그의 범죄행위에 대한 서사를 마주하고 동정심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범죄자는 범죄자일 뿐 그의 행동에 대한 정당화와 동정은 필요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영화의 끝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든 그건 당신의 자유이다. 범죄자의 무의식을 들여다본 뒤 그의 범죄를 다시 보는 것은 느낌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극악무도한 범죄자의 유년시절까지 고려해 그 문제의 이유를 고민해보는 것, 혹은 오직 결과만을 보고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 중 과연 무엇이 옳다고 할 수 있을까.

   ‘더 셀’은 우리에게 기괴한 연출과 환상적인 미감으로 범죄의 끝을 쫒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 준다. 한 사람의 인생의 무의식을 관찰하며 그가 살아왔던 모든 환경이 어떤 끔찍한 결과를 일으켰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영화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꿈의 세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추악한 범죄자와 그 내면에 존재하는 평범한 소년 사이의 무시할 수 없는 관계성을 우리에게 던져 준다. 몽환적인 연출을 즐기며 잠시 한 사람의 내면의 깊은 우주에 빠져보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

글쓴이 융털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고향 카일리를 찾은 남자 뤄홍우. 뤄홍우는 계속 무언가를 떠올린다. 어린 시절 친구였고 지금은 죽은 백묘, 그를 죽인 줘홍위안, 살인자의 애인인 완치원, 그리고 완치원과 사랑에 빠졌던 날까지도. 그는 완치원을 기억하고 있고, 곧 그를 찾아 떠나기로 한다. 헤어진 후 완치원의 남편이었다던 여관 주인을 만나도, 그가 노래한다는 무대를 찾아가도 여자를 만날 수는 없다. 무대의 막이 오를 시간을 기다리던 뤄홍우는 극장에 가고 곧 잠에 든다.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뉜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한 관객들만이 알 수 있겠지만, 영화를 보다가 ‘3D 안경을 착용해주세요’ 하는 안내문구가 나오는 순간부터 화면은 바뀌게 된다. 그리고 뤄홍우는 알 수 없는 공간에서 깨어난다. 작은 방, 친구를 닮은 소년과 소 두개골로 만든 가면. 이미지는 산발하고, 공간은 알 수 없다. 화면은 자주 먼 곳을 내려다보거나, 움직이고 지나쳐가지만 관객은 확신할 수 없다. 약 한 시간여의 롱테이크에서 인물을 따라가다 보면 내려가도 올라온 것 같고, 분명 벗어났던 곳을 다시 맴돌게 되기 때문이다. 인물들은 공간에서 길을 잃는 듯 보이지만 비간 감독은 이를 공간 대신 시간을 돌아다니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보자면 인물들은 시간을 옮겨다니며, 시간은 기억처럼 편재한다. 모르는 공간에서 눈을 뜬 주인공 뤄홍우는 1부 내내 찾아다니던 완치원과 닮은 여자를 만나 그를 따라 이동을 계속한다.

   1부와 2부를 단순한 현실과 그렇지 못한 꿈으로 이분해 이해할 수 있다면 조금은 쉬웠을까? 아쉽게도 영화는 그리 친절하지 않다. 뤄홍우의 기억과 행적을 따르는 1부는 연속적이고 선형적인 서사를 엮어내지 않는다. 따라서 관객은 뤄홍우와 완치원의 시간을 읽고,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행인 점은 감독이 어떤 정답을 설정하고 이런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는 그저 모호한 시간과 뒤섞인 기억을 보여주고 있다. 감독조차 시간이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한다는데 관객이라고 그래야 할 필요 있겠는가? 기억도 시간도, 꼭 앞으로 흐른다고 믿을 필요는 없다. 꿈에서 우리는 어떻게 날아야 할지를 질문하지 않는다. 떠오른 몸은 쉽게 떨어지지 않고 인물은 풍광을 내려다본다. 마찬가지로, 꿈 속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 것인지 우리는 질문하지 않을 수 있다. 멈춘 시계가 그러하듯이.

글쓴이 견지

글쓴이 초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