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각지로 뿔뿔이 흩어진 세 친구. 몸이 멀어지면 자연스레 마음도 멀어진다 했던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민영이 정희를 자취방으로 초대한다. 그러나 성적 정정을 신청하는 데 여념이 없는 스무 살 민영은 더 이상 함께 기숙사에서 삼행시를 짓던 내 단짝 친구가 아닌 것 같다. 서울, 그리고 자취방이라는 공간에 하룻밤 새 팽배한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어색한 듯 묘한 기류-누구에게나 익숙한-를 들여다 보자. 우리의 마음 속 저편 어딘가에 머물러 있던 어떤 기억을 불러일으킬지도.
글쓴이 연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다니엘 콴 · 다니엘 쉐이너트 | 2022 | 139’
수요일 5시
양자경이 너구리의 동료 요리사도 되고 외계인도 왕가위 영화 주인공도 과학자도 되고, 무협고수도 손가락이 소시지인 레즈비언도 되는 이야기라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이 모든 것이 나이며 동시에 내가 아닐 수 있다니요. 모든 실패한 가능성이 거울 안에 있지만. 그런 나를 스스로 사랑할 수 없더라도! 모든 ‘나보다 나은 나’를 겪어보고 끝내 눈 앞의 세상을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주의. 정신이 없어서 펑 터져버릴 수 있음!
글쓴이 견지
애프터썬 Aftersun
샬롯 웰스 | 2023 | 101’
목요일 5시
이 영화는 참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사람마다 이해하는 내용이 다 다르거든요. 아무래도 아빠 캘럼과 딸 소피가 함께한 언젠가의 여름, 그리고 현재일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의 어떤 순간들이 마구 뒤섞여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언뜻 보면 20년 전 아빠와 함께한 여름날의 추억이 전부인 것 같지만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한 부녀의 평범하고 즐거운 휴가를 비추다가도 20년 전 아빠를 새로이 바라보는 소피의 시선을 담고,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여러 감정의 파도가 시간과 주체를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저는 우연히도 아빠와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요, 각자 다른 시공간에서 감상한 같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회상하고, 재구성하며 서로의 시선을 나누던 시간이 아주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시떼에서 <애프터 썬>을 감상하고 나름대로 해석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께는 이 영화가 어떻게 남을지 궁금하네요!
글쓴이 라임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요아킴 트리에 | 2022 | 128’
금요일 5시
율리에는 선택하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의학 공부를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사랑에 빠지기로, 그 사랑을 떠나기로, 새로운 사랑을 하기로 결정합니다.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그는 거리낌이 없으니까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제목과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냐고요? 이 영화에서 최악의 인간이 될 사람은 아마도 한 명뿐일 겁니다. 그러나 어떤 비꼼 없이.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려면 어떤 최악의 인간이 되어야 할까요? 율리에는 달립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거리를 가로질러 끝내 닿을 때까지.
글쓴이 견지
🎥 시작의 발명
안녕하세요! 이번 학기 새롭게 뉴스레터를 담당하게 된 나나입니다.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무더위와 장마를 보내고 나니 어느덧 가을이 성큼 찾아왔네요. 아직은 조~금 덥지만 어느새 문간에 낙엽이 내려앉는 걸 보실 수 있겠지요. 다들 방학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시네마떼끄는 방학 동안에도 어떤 영화를 상영할지 열심히 세미나 릴레이를 벌였답니다. 부원들의 고민과 열정이 담긴 23-2학기 기획 상영도 기대해 주세요. 😎
무릇 시작이라는 것은 설레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합니다. 가을의 시작이자 새 학기의 시작인 9월, 돌아보면 무너지고 무뎌지는 순간들이 하나쯤은 꼭 있으셨겠지요. 이번 개관영화제에서는 이토록 마음이 울렁이는 시기에 보면 좋을 만한 네 편의 영화를 준비했습니다. 몇 번 들어본 제목의 영화도 있으실 거예요. 행여나 시공간적 제약으로 아쉽게 못 본 작품들이 있다면, 시네마떼끄에서 편히 보고 가셔도 좋을 것 같네요! 하늘은 높고 수심은 깊어지는 날, 좋은 영화를 보고 나오면 좋은 삶을 살아갈 힘이 생긴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