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월요일에 이어 전주국제영화제 방문기 남은 이야기를 보내드립니다. 어느덧 이번 학기의 마지막 휴대-영화 발송이 다가왔는데요. 학기가 바뀌면 이화 시네마떼끄도 작은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현재 활동하는 운영위원들은 21학번부터 23학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중 5학기 활동을 마친 21학번 위원들은 이번 학기를 끝으로 시네마떼끄를 졸업하게 됩니다. 앞으로 기획 상영이나 다른 이벤트들은 남은 위원들을 중심으로 꾸려가게 될 거예요. 이어질 활동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활동을 마치는 위원들이 마음을 담아 적은 편지도 함께 보냅니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영화를 통해 우리는 만나고 인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여러분! 보고싶은 영화가 넘치는 나머지 밥 대신 영화로 배를 채우겠다는 심정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체력은 영화력! 밥을 먹어야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타지역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방문한다면, 해당 지역의 맛있는 음식과 멋진 카페를 돌아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근처 밥집에 사람이 많거나, 생각보다 먼 경우에 대비하여 넉넉한 시간을 남겨두는 것을 추천드려요. 전국제(혹은 부국제, 부판제, 기타 등등 많은 영화제…) 헤르미온느라는 별명을 얻고 싶은 게 아니라면…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 거리 주변은 실은 에스프레소바 천국입니다. <프랭크커핀바>, <디드> <카페 닉>과 같이, 양질의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 있는 가게들이 많답니다.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기본 메뉴들과 가게마다 다른 특색 있는 대표 메뉴들을 만나 보세요. 피곤한 영화제 기간 동안 빠르고 맛 좋은 카페인은 지친 심신을 달래줄 비밀 무기와 같습니다. 다만 커피가 고소하다고, 잔으로 답을 쌓는 게 재미있다고 몇 잔이고 마셨다가는 두근거리는 가슴에 밤새 잠 못 이룰 수 있답니다. 

오소리

  가끔 중요한 기점에서 지금과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을 시도하고는 불안해지고는 합니다. 그런 상상은 늘 일어나지 않은 일에 관한 것이고, 일어나지 않은 일이 일어난 일이 되었을 때의 절묘함은 늘 생각과는 다를 것이므로 이런 데에서 얻는 불안은 실은 아주 작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순간에는 다른 차원의 내가 가질 그 어떤 가능성도 중요치 않아집니다. 로비에 앉아 혹시 방문할 관객을 기다리며 아드리아나 칼카노토의 노래 Esquadros(‘사각형들’ 혹은 ‘삼각자들’이라는 뜻)를 틀어놓고 듣고 있을 때 저는 문득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사각형의 스크린을 빼고는 무엇도 지금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그 이후로도 종종, 극장 불이 켜지면 과장된 몸짓으로 급하게 눈물을 닦는 옆자리의 서로를 보며 깔깔 웃는 순간에도 그런 생각이 찾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수영장에서 물살이 잘 갈라질 때만큼 조용해지고, 일어나지 않은 일보다는 다음에 일어날 일을 상상하고 싶어집니다. 이런 동력으로 이화 시네마떼끄에서 제가 영화를 통해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들, 사각형의 스크린 속에 담긴 나와 타인들의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고 쓰고 읽고 말해주신 동료 운영위원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보고 읽고 쓰고 말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앞으로 해주실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겠습니다. 그리고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오는 수많은 공포와 예상 밖에서 찾아오는 즐거움을 넘어 사각형 스크린에 띄워진 영화를 보러 이화 시네마떼끄를 찾아주신 관객 여러분께도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가끔 영화에 맞춰 소리 내 웃으실 때, 다 듣고 있었어요.

후추

  안녕하세요. 저는 후추입니다! 2021년에 들어온 저는 어느덧 5학기를 마치고 이화 시네마떼끄를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이라서 그런지 지난 활동을 되돌아보게 되고, 이번 학기는 시간이 빨리 가는 것만 같아 학기 내내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래도 이번 학기는 관장으로서 이벤트도 진행하고 뉴스레터를 시작하면서 관객 분들과 더 가까이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다 떠나게 된 선택>, <bUddIes: 여성 버디 무비>라는 기획안으로 세미나도 진행하고 상영도 했는데, 정말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떼에서 방학마다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약 50편씩 영화를 봤는데, 힘들었지만 정말 재미있었네요. 시떼 운영위원분들과 같이 영화제도 가고, 영화도 보고, 개강파티, 종강파티도 하고, 심야상영회도 열고, 시험기간에는 같이 밤샘도 하는 등등! 시떼에서의 기억은 즐거움뿐입니다!
  시떼에서 운영위원으로서는 졸업하지만 시떼와의 영원한 안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시떼를 응원하고 방문할테니까요! 저와 함께해주신 모든 시떼 운영위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언젠가 다시 뉴스레터 구독자 분들, 시떼를 찾아주시는 관객 분들, 시떼를 통해 만나게 된 인연들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팥죽이

  안녕하세요!! 5학기 동안 이화시네마떼끄에서 활동한 팥죽이입니다~ 
  처음 떨면서 면접 보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이라니!! 뜻깊은 시간이었지만, 사실 고백하자면 초반의 시떼 활동은 제가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지, 영화에 대해서 논할 자격이 되기나 하는지 현타와 의문을 느끼는 나날의 연속이었답니다.. 이전보다 영화를 훨씬 많이 보게 되었음에도 영화를 좋아하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머뭇거리게 되었고요. (차기 관장님께서 이걸 시떼 ‘통과의례’라고 명명하셨는데, 매우 납득이 가더이다.)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구나, 라는 생각에 절여질 때쯤 나름대로 내린 혼자만의 결론은 정말 별 거 아닌데요, 바로 ‘중요하지 않다!’입니다. 뭐 어때요? 고심해서 고른 영화를 보러가서는 러닝타임 내내 졸다가 나와도, 시네필들이 꼭 봐야한다고 입모아 얘기한 고전영화가 지루하게만 다가와도, 딱 한번 이 영화가, 이 장면이 내 마음 속에 오래오래 남아서 나를 살리겠구나, 라고 느낄 수 있다면, 그래서 또 찾아올 그런 순간을 위해서 영화를 더 보고 싶단 마음이 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아요.
  그리고 시떼는 그런 마음을 지속시켜주는 공간이자 제가 좋아하는 영화가 어떤 것인지, 기획안을 쓰면서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 찾아갈 수 있게 해준 공간이었네요. 이젠 영화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그냥 좋아하는 영화만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대답할 것 같아요.(ㅋㅋ) 앞으로 활동을 하실 위원분들께도 이화 시네마떼끄가 영화라는 게 너무 좋다가도 갑자기 지긋지긋해져도, 최근 본 영화가 너무 좋았어도 싫었어도 언제나 돌아가서 공유할 수 있는 집 같은 곳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활동은 끝났어도 늘 응원하고 있다는 거 잊지 마시고, 모두들 영화로운 나날 되시길!!!

 🍉방학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