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2시

  영화에서 가족의 조건없는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등장하는 방해 요소는 어린 미구엘의 '꿈'이다. 음악을 위해 가족을 떠난 고조 할아버지로 인해 음악을 금기시 하는 집안에서 미구엘은 뮤지션의 꿈을 꾼다. 심지어는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 이승으로 돌아가기 위해 축복을 받을 때조차도 죽은 고조 할머니는 '음악 금지'라는 조건을 내건다.
  그 상황 속에서 미구엘의 꿈을 응원하는 죽은 자는 헥터가 유일하다. 헥터는 제단에 올라간 사진이 없어 '죽은 자들의 날'에 이승을 방문하지 못하는 죽은 자이다. 그는 미구엘을 도와주는 조건으로 재단에 사진을 올리고 싶어하는데, 이는 자신의 딸을 보기 위함이었다. 헥터는 미구엘에게 무대에 오르기 전 긴장을 푸는 방법부터, 음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등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나중에, 헥터가 사실은 미구엘의 고조 할아버지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미구엘은 고조 할아버지에게 꿈을 응원받는 셈이 되는 것이다.
  미구엘이 존경하는 가수 델라 크루즈는 헥터의 친구였으며, 헥터가 버리고 온 아내, 딸 코코 생각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자 델라 크루즈는 헥터를 죽이고, 그의 음악과 기타를 뺏어 유명세를 타게 된다. 이 모든 사실이 죽은 자들의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미구엘의 죽은 가족들도 알게 된다. 헥터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미구엘은 재단에 올릴 그의 사진을 들고 고조 할머니의 '조건 없는' 축복 하에 다시 이승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승으로 돌아온 미구엘은 자신의 증조할머니에게 헥터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했는지를 전해주고, 잊지 않길 바라며 그의 노래 '기억해 줘'를 불러준다. 미구엘의 노력으로 이승에서도 델라 크루즈의 오해가 풀리고, 헥터의 노래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며 영화가 끝이 난다.

글쓴이 연두

목요일 5시

  C와 M은 교외의 낡은 집에서 함께 사는 연인이다. 작곡가인 C는 음악을 만들고, M은 그 음악을 들어준다. 둘은 함께 잠에 들고, 새벽의 불청객 때문에 겁을 먹은 연인 옆에서 그를 쓸어주며 함께한다. 

  어느 날에 C는 죽어버린다. M은 영안실 천 밑의 그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이제 M은 혼자 집에 돌아간다. 두 사람분의 침대에서 혼자 누워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방식으로 C의 죽음을 체감한다. 그리고 C는 깨어난다. 그를 C라고 할 수 있을까? 유령은 오래 걸어 C와 M의 집에 돌아온다. 뻣뻣하고 바스락거리는 하얀 영안실 천을 덮어쓴 채로. 이제 각자는 각자의 형태로 죽음을 견뎌야 한다. 

  M에게 C의 죽음이란 무엇인가. 주방엔 이웃의 우려와 함께 파이가 놓여 있다. M은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파이를 욱여넣는다. 우걱우걱, 급하게 허기를 채우려는 사람처럼 몇 분간 파이를 입에 넣는 M을 화면은 자르거나 생략하지 않고 보여준다. 얼마나 지났을까. M은 먹던 파이를 전부 토하고 만다. 이 4분으로 영화는 상실을 이야기한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깨끗했던 영안실의 천은 때가 타고 헤져간다. 그의 죽음도 그렇게 닳아간다. M에게 새로운 연인이 생기고 유령은 분노하지만 분노는 실체가 없다. 남겨진 M은 언젠가 유령을, 이 집을 떠나간다. 마지막으로 쪽지 하나를 숨겨놓고 말이다.

  영화는 죽음과 공간에 대해 말을 꺼낸다. M이 떠난 후에도 유령은 여전히 집에 남아있다. M에게 감지될 수 없는 유령은 C와는 다른 존재다. 유령은 오랜 시간 집과 함께한다. 시간이 흐르며 공간은 점유자가 바뀌고, 그 안에서는 다른 일이 일어나며, 유령은 집을 벗어나지 못한다. 아이들이 있는 가족이 이사 오기도 하고, 시끄럽게 파티가 열리기도 한다. 파티의 남자는 말한다. 삶은 유한한데다, 시간은 흐를 것이지만, 예술은 영원하지. 그리고 정말로 시간이 흐르고, 모든 것이 파괴되고, 다시 고층빌딩이 들어선다. 고층빌딩에 오른 유령. 천은 바람을 맞으며 낙하하고 시간을 거스른다. 아니, 파티의 남자가 말했던 것처럼 핵폭탄이 터지고 세상 모든 것이 재설정된 것일까. 시간은 모호하다. 그는 집이 아직 집이 아니었을 때, 그곳이 그냥 공간이었을 때로 돌아간다. 이제 유령은 집에 발을 들이는 C와 M의 모습을 본다. 이윽고 불협화음에 M이 잠에서 깼던 그 날 밤과 연결된다. 영화 속에서 시간은 선형적이고 딱 나누어떨어지는 무언가가 아니다. 공간이 오래 남아도 사람은 떠나간다. 오래 전 잃어버린 내 삶은 시간이 지나고(혹은 시간이 되돌아가고) 같은 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집이 생기고, 여럿이 이곳에서 살아가고, 또 떠나가는 모습과 함께, 그 자리에는 낡고 헤지고 오래된 유령이 있다. 

유령은 M이 남기고 간 쪽지와 마주한다. 그 내용을 정말로 읽은 것일까? 안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었기에 그렇게 오랜 시간 기다린 것일까? 영화는 이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어쩌면 관객에게도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래. 사랑하는 이의 죽음과, 나의 죽음과, 죽음 이후의 시간, 그리고 오래되어 빛 바래가는 공간의 감촉과 부피를 느꼈다면.

오늘로 <SIX FEET UNDER> 두 번째 편지가 마무리되었어요. 이번 기획이 죽음을 상상하기 위해 존재한다면, 다음 편지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릅니다. 다음 주 편지에는 남겨진 이들과 애도를 담은 <보내는 마음으로>라는 기획이 담길 예정입니다. 이미 와서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요? 아니어도요. 죽음과 추모, 연달아 생각하기에 좋을 것 같아 꼭 두 주 연속으로 상영하기로 했었는데요. 죽음과 추모, 어떤 기획이 먼저가 될지 함께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지금 보시는 순서로 결정이 났지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음 편지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읽으시면서 생각해보셔도 재미있겠습니다. 이번 주는 이걸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벌써 시험을 보기 시작해서 많이들 바쁘실 것 같네요. 다만 너무 지치지 않기를 바라요! 

그럼, 월요일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