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안녕하세요, 모리입니다.
저의 기쁨과 슬픔, 혼란스럽던 모든 대학의 나날을 지나보내는 동안 언제나 돌아갈 품과 같았던 시떼에서의 활동이 이제 마무리된다니 복잡다단한 심정입니다.
무언가 매듭짓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에요. 오늘 상영당번이 끝나고, 올라가는 엔딩크레딧을 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시네마떼끄 활동을 하며 수도 없는 엔딩 크레딧을 보아왔지만, 막상 제 삶에서의 엔딩 크레딧을 올려보자니 막막한 미련과 아직 보내주지 못할 감정들이 덕지덕지 붙어 쉬이 마무리 지어지지 않네요. 한 편 보고나면 개운한 영화처럼 제 인생도 그렇게 단단히 매듭 지으며 나아갈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요.
학창 시절부터 홀로 헌 책방을 둘러보기 좋아했던 저는 시네마떼끄의 분위기를 보고 '이곳이 내가 가야할 곳이다'라는 직감을 느꼈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살아보지 못한 시대, 그때의 문학과 영화, 음악들을 탐닉하던 저에게 시떼는 또다른 향수를 자극하는 공간이었지요. (결국 이후 시떼 활동을 하며 제가 수집해온 한국 문화의 뿌리들을 모두 기획에 풀어낸 것 같습니다.)
수많은 이들의 애정으로 쌓아올려진 시네마떼끄는 곧,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장소가 됐어요. 집이 아니지만 집 같은, 언제든 열려 있는 아늑한 공간이었거든요.
정말 애정하는 공간이었던 만큼 이번 학기 관장을 하게 될 때 부담과 걱정도 많았어요. 신입위원 모집부터, 철야상영회, 올해 처음 준비한 대동제 부스와 시떼 대정비, (결국 결렬된) 모모와의 기획전 준비까지.. 일들이 많이 몰려왔는데, 제가 다 챙기려고 하면 꼭 하나는 놓치는 스타일이라, 실수할까봐 너무 두려웠어요. 그래서 매번 월요일 저녁 회의 시간이 다가오기 전마다 제발 이번 한 학기 활동 잘 마무리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꼭 좋은 마무리를 짓자고 수없이 저에게 되뇌이곤 했습니다.
다행히 저와 마찬가지로 시네마떼끄를 사랑해주는 위원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무사히 마무리지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지난 월요일에 24, 25분들께서 준비해주신 깜짝 졸업식을 받았을 땐 눈물이 터지더라고요. 정말 바라고 바라던, 후회 없는 마무리의 순간이 온 것 같아서.
시네마떼끄 활동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 중 하나는, 어떤 작품이든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저만의 관점으로 이를 해석해낼 수 있는 힘이었어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각양각색의 작품을 보고 이야기 나누었던 시간들이 저에겐 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떼에 발을 들인 첫순간부터 지나온 수많은 추억들을 곱게 엮어서 매듭지을 수 있을까요.
이 글을 빌미로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2년 반 동안 저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시간들을 선물해주신 학문관 343호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 인생 한 폭의 엔딩 크레딧은 이렇게 채워질 것 같아요.
시떼가 영원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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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
안녕하세요, 초코입니다. 저도 드디어 졸업을 하게 되었네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아직은 실감이 잘 나지 않지만, 방학 때마다 세미나를 앞두고 정신없이 영화를 몰아보던 기억, 상영 당번 때 분주하게 움직였던 순간들, 그리고 매주 월요일마다 있었던 정기회의까지… 시떼는 제 삶의 한 부분을 채워주었던 공간이었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그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시떼에 누구보다 애정이 많은 부원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거 같습니다.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기엔, 늘 조심스럽고 어딘가 머뭇거렸던 순간들이 꽤 많았거든요. 시떼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제 주변에서만큼은 제가 꽤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고 자부했는데, 막상 이곳에 들어오고 나니 영화에 진심인 분들이 너무 많아 놀랐습니다. 그렇게 세미나를 준비하며 많은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얼른 졸업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또한 저는 여전히 영화를 잘 모릅니다. 관심 없는 감독이나 영화사 이야기가 나올때면 고개만 끄덕이며 조용히 검색해본 적도 많고, 어려운 영화는 중간에 끄기도 하며, 줄거리조차 기억나지 않는 영화들도 꽤 있으니까요. 그런 순간들이 쌓이다 보니, 다들 좋다고 말하는 영화가 저에게는 잘 와닿지 않을 때마다 ‘난 영화 보는 눈이 없는건가?’ 싶어서 이따금씩 위축되기도 했던거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늘 ’관객’의 자리에만 머무는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영화를 덜 좋아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렇게 많은 영화를 보고 나서도 이상하리만치 싫증이 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힘들 때면 또 제일 먼저 찾게 되는 게 영화였으니까요. 틀어놓기만 해도 괜히 위로받는 듯한 기분이 드는, 어쩌면 그래서 저는 계속해서 영화를 찾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시떼에서 보낸 시간은 그런 면에서 저한텐 특별했어요. 영화를 혼자 보기만 했다면 몰랐을 것들을, 같이 보고 이야기 나누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자연스럽게 배워갈 수 있었거든요. 같은 장면을 두고도 전혀 다른 해석이 오갈 때마다 새로웠고, 누군가의 페이퍼를 읽으며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시떼 활동이 아니었다면 펑생 보지 않았을 거 같은 영화들 중에 지금까지도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작품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이제는 페이퍼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하며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회의에 늦을 일도 없다는 사실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만큼 충분히 머물렀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떼에서 보낸 시간은 문득문득 떠오를 것 같아요. 특히 마지막 회의날의 기억은 훗날 제가 삶에 있어서 좌절하는 순간이 왔을 때 다시 일으키게 해주는 기억들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영화를, 그리고 시떼를 오래도록 좋아하고 응원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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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털
안녕하세요… 여러분 23융털입니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과연 언제 시떼를 졸업할까 싶을 정도로 정말 긴 시간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일인가요 눈 깜박하니 벌써 졸업이네요.. 속이 후련할 줄 알았는데 막상 정든 곳을 떠나려고 하니 눈물이 찔끔 흐릅니다 ㅎㅎ.. 저는 3학년이 된 지금 누군가가 대학에 들어와서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시떼에 들어온 거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여기 안들어왔으면 뭐하고 살았을까 싶네요. 좋은 경험들,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 순간 순간을 버티게 해준 따뜻한 정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영화를 좋아해서 들어온 시떼에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얘기를 하고, 취향을 쌓고 그 모든 것들이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저를 버티게 해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시떼는 저에게 나에 대해서 그리고 이 세상에 대해서 많은 걸 알려준 곳이니까요 ㅎㅎ
이 공간에 들어와서 ‘마지막’을 생각해 본 적이 전혀 없는데 이제 진짜 이 모든 순간이 추억속에 잠긴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정말 묘해지네요. 방학 때 당연히 30-40편씩 영화를 보는 것도, 영화제에서 만나는 것도, 상영실에서 수다 떠는 것도, 똥영화 보고 후기를 나누는 것도, 좋아하는 영화를 말하며 서로 웃는 것도, 이제는 모든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워서 미칠지경이에요… 왜 모든 것에는 끝이 있을까요. 아쉬움이 있어야 끝이 아름답다는걸 알지만, 알면서도 너무 야속하게 느껴져요. 아마 시떼에서의 기억이 너무 좋았어서 그런 것 같아요. 끝이 있는걸 알고 들어왔지만 진짜 끝을 맞이하니,, 시원섭섭합니다. 이제는 저도 시떼의 흔적이 된다는게 신기하네요. 하지만! 종종 놀러올게요 학교에 이만큼 아늑한 곳은 없으니!
저는 시떼를 졸업하지만 아마 사회에 나가서도 제가 이곳에서 쌓은 시간과 생각들은 변치 않고 제 옆에 있을 것 같아요. 참 다행이죠? 이론적으론 끝이지만 추억은 제가 잊지 않는 이상 끝나지 않으니까요 ㅎㅎ 저와 함께 해준 부원들 너무너무 고맙고 저의 기획안 그리고 시떼의 영화를 보러와주신 관객분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저의 대학 생활 가장 큰 폭을 차지 했던 시떼는 이제 안녕이지만 저와 시떼의 기억은 관 닫힐 때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여기서 본 영화들, 나눈 이야기들, 공유한 생각들 잘 가져갑니다. 언제나 열려있는 학문관 343호에 제가 함께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미련은 철철 넘치지만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나에게 최고의 추억을 선물해준 시떼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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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처음 들어올 때는 2년 반이라는 시간이 너무 멀게 느껴졌는데, 이제 이 인삿말을 마치고 나면 정말로 졸업이라는 게 참 현실감이 없네요. 선배 위원분들의 말대로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후련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오면 시간이 멈춘 것 같다고 말하고는 했었어요. 졸업해서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여기에 있는 상영 기기들을 모두 최신식으로 바꿔 버리자고 말하면서, 새벽에 기숙사에서 내려와 잠들 때까지 영화를 몰아보면서, 관객분들의 뒷자리에 몰래 앉아 같은 장면에서 웃고 눈물을 훔치면서…. 좋은 꿈을 꾸는 것처럼, 문 밖의 두려움과 괴로움은 잠시 잊은 채 지금 이 순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먼 훗날에도 저는 이 기억이 제 대학 시절의 버팀목이었다고 생각할 거예요.
원치 않는 경험에도 깨달음이 있듯 극장에서 나오면 좋든 싫든 그 작품을 보기 전의 나와 본 후의 내 세계는 달라졌다고 느낍니다. 시네마떼끄 덕분에 저는 한층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듣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 일조해 주신 관객분들과 운영위원분들 모두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합니다.
많은 말을 하고 싶었는데 자꾸 말문이 막히네요. 처음 페이퍼를 쓸 때 부족한 표현력에 답답했던 과거의 내가 떠오릅니다. 이 작은 극장 안에서 한 편의 영화가 스크린에 오르는 데에는 정말 많은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래야 비로소 한 편만큼의 경험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그래서 모두에게 가슴 깊이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안녕 학문관 343호 다음에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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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
안녕하세요, 도라입니다!
1학년 때 면접 보러 당시에는 낯설었던 학문관에 갔던 것부터, 끝나고 떨리는 마음으로 기숙사로 올라왔던 것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나요. 첫 오티때 생각보다 더 넓고 이것저것 다양한 것들로 가득한 공간을 보고 설렜던 것도 엊그제 같고요. 취향도 멋지고 똑똑한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나 하고 의문이 들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매 학기 새로운 멋진 분들을 벌써 열 분이나 더 만나니 이제 졸업할 때가 됐네요.
시떼에서 5학기를 함께 지내며 좋아하는 걸 열심히 좋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살면서 이렇게 아늑한 공간에서 편한 사람들과 같은 관심사를 공유할 기회가 또 있을까 싶을 만큼이나 저에게는 시떼가 너무나도 소중해요. 왠지 다음 학기에도 상영 당번표를 쓰고 매주 와서 관객분들을 맞아야 할 것 같은데... 기분이 싱숭생숭하네요ㅎㅎ 학교생활은 조금 한가해지겠지만 가끔 허전한 기분이 들 것 같아요. 사실 활동이 끝나도 공강 시간이 생기면 늘 그랬던 것처럼 동방에 갈 게 뻔하니 이런 말을 하기도 좀 민망하지만요.
종종 벌써 5학기나 학교에 다녔는데 도대체 뭘 하고 지냈나 싶기도 하고, 그 전의 저와 달라진 것도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무력해질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시떼에서 함께 봤던 몇십 편의 영화와 여러분과의 실없기도, 진지하기도 했던 대화들을 떠올리게 돼요. 졸업하고 한참이 지나도 동방 특유의 먼지? 냄새만 맡으면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오를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4, 25분들 그리고 앞으로 함께하게 될 운영위원 분들의 시떼는 어떨지도 너무 기대돼요. 지금까지 시떼에서 함께해준 운영위원 분들과 고심해서 기획한 소중한 영화들을 보러 찾아와주신 관객 분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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