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ert Coin!🪙

 

  게임을 다룬 작에서는 주인공이 관객 대신 관문을 통과하고 승패를 겪는다. 그러니 이건 어쩌면 가장 ‘수동적인’ 영상의 모임이다. 그럼에도, 하나의 게임을 완벽하게 즐기려면 또 영화만한 것이 없다. 살짝만 어겨 볼까, 싶지만 그동안 키워 온 캐릭터가 아까워 차마 하지 못한 무모한 도전들을 누군가 대신해 주니 말이다. 가끔은 미련함에 내 머리까지 쥐어뜯게 만들던 사고뭉치 주인공도, 끝내 엔딩을 보고 속 시원한 크레딧을 선사하니 이보다 기특할 수 있을까.

 

  다음은 영화 안팎에 존재하는 게임을 소재, 또는 적극적인 이스터 에그로 활용한 영화들이다. 게임에 관심이 없어도 좋다. 이 생소한 세계는 생각보다 다정하다. 제작자들은 게임을 모르는 당신도 게이머들 곁으로 끌어앉히기 위해 누구보다 친절한 오프닝을 준비해 두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품이 우리에게 내미는 규칙이 캐릭터를 향한 것만큼 엄격하지 않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누릴 것. 유쾌함부터 스릴과 오싹함까지, 감독이 쥐어 주고 간 모든 코인을!

⭐️ ··· 부족하시다면, 다큐멘터리 <하이 스코어>(2020)를 통해 더 폭넓은 비디오 게임의 역사를 만나 보세요! 닌텐도와 세가, 던전 앤 드래곤에서 출발한 롤플레잉 게임의 세계, 아쉽게 5월 4주차에 함께하지 못한 캐릭터인 <슈퍼 소닉>(2020)의 소닉과 <모탈 컴뱃>(1995)의 리우 캉까지- 수많은 이야기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본 다큐멘터리는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목요일 2시

  아마 게임 ‘슈퍼 마리오’를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마리오를 떠올리기만 해도 그 익숙한 닌텐도 게임의 멜로디와, 아이템을 겟했을 때마다 울리는 경쾌한 효과음들이 떠오르지 않는가.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이렇듯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닌텐도 게임 ‘슈퍼 마리오’에 대한 추억을 다시 상기시킨다.

  마리오와 루이지는 서로를 정말 아끼는 형제다. 이들은 브루클린에서 배관공 일을 하는데, 일을 하던 도중 사고로 루이지가 배관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부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마리오 세계관이 시작된다. 하지만 둘이 도착한 세상은 정반대에 가깝다. 화려하고 밝은 색감의 버섯 나라에 떨어진 마리오와 달리, 루이지는 악명 높은 쿠파가 지배하는 악의 세계에 떨어지게 된 것이다. 마리오는 시종일관 루이지 걱정뿐이다. 루이지가 악마로 불리는 쿠파의 나라, 다크랜드에 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 마리오는 루이지를 구하기 위해 제일 먼저 피치공주를 찾는다. 마침 쿠파를 처리하려던 피치공주는 마리오의 능력을 시험한 뒤 함꼐 모험에 떠난다.

 

  막강한 전투력을 가진 다크랜드에 맞서기 위해 이들은 원숭이들의 나라인 정글 왕국을 찾아 군사를 요청한다. 국왕인 크랭키콩은 자신의 아들인 동키콩을 마리오와 대결을 시키는 등 쉽게 군사를 내어주지 않는다.

 

  선과 악으로 구분된 두개의 왕국과 정글 왕국의 조력자들이 등장하며 영화는 더욱 권선징악 구조의 클리셰에 가까워진다. 결말이 어느정도 예상 되는 흐름이지만, 동생 루이지를 구하려는 마리오의 영웅적인 캐릭터에 이입해 그를 응원하며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샌가 영화에 빠져들어 있을 것이다.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쿠파와의 치열한 싸움 끝에 마리오의 활약, 그리고 루이지의 도움으로 쿠파는 몸이 작아지는 버섯을 먹고 한 손 안에 들어오는 크기로 줄어든다. 마리오, 루이지와 버섯 왕국의 피치공주의 완벽한 승리다. 이제 마리오와 루이지는 함께 일상으로 돌아온다. 영화는 그렇게 우리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익숙한 게임 bgm과 함께 막을 내린다.

 

글쓴이 도라

조나 툴리스, 블레이크 J. 해리스 | 2020 | 92'

사이먼 웨스트 | 2001 | 101'

금요일 5시

  <툼레이더>는 북미 수익 1억 달러를 넘긴 최초의 게임 원작 영화로, 줄곧 쓰디쓴 실패를 경험했던 게임 원작 영화 역사상 최초로 흥행을 기록하면서 북미 흥행 1위를 2019년까지 유지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1996년부터 발매된 동명의 어드벤처 게임 시리즈를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는 오랜 세월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게임의 캐릭터 ‘라라 크로프트’를 강렬하게 영화 캐릭터로 재현하면서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켰다.

 

  <툼레이더>는 원작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저명한 고고학자였던 아버지의 실종 뒤에 일루미나티라는 비밀 단체의 음모가 있음을 알게 된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가 그 비밀을 쫓아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안젤리나 졸리가 맡아 연기한 이 당차고 강력한 모험가 캐릭터는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며 눈앞에 놓인 갈등과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러한 라라의 캐릭터는 2004년 개봉한 <킬 빌>과 더불어 21세기 여성 액션 캐릭터의 새로운 전형이 되었다. 라라 크로프트는 여성주연 액션 블록버스터의 흥행 가능성을 다시 한번 할리우드에 각인시켜 준 인물이었고, 또한 새로운 여성 히어로의 가능성을 제시한 인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호평과 동시에 원작 팬들을 포함한 관객과 비평가 사이에서는 영화 속 라라의 해석이 잘못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파격적인 액션과 남성의 통제에 구속되지 않는 당찬 면모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지만, 지나치게 섹슈얼한 어필에 주목한 나머지 아버지가 남긴 유물로 세계를 구하고자 하는 모험가로서 라라의 면모는 희석되고 ‘섹시 여전사’ 이미지로만 소비되었다는 것이다.

 

  영화는 로봇과 한바탕 전투를 벌인 뒤에 안젤리나 졸리가 벗은 몸으로 굳이 젖은 머리를 포물선을 그리며 터는 샤워 장면을 삽입하거나 가운을 벗는 모습을 카메라가 뒤에서 지켜보는 장면이 등장하는 식으로 캐릭터의 이미지를 섹슈얼하게 소비하고 있다. 안젤리나 졸리가 게임 속 라라 크로프트의 몸매를 최대한 재현하기 위해 패드가 몇 장씩이나 들어간 브래지어를 입은 채 현장을 뛰어다녔다는 비하인드 스토리에서는 씁쓸한 헛웃음이 터진다.

  이렇듯 영화 <툼레이더>는 여성 주도 액션 블록버스터의 성공과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 도상으로부터의 탈피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동시에 남성적 시선 속에서 재현된 여성 캐릭터라는 한계를 보여준다.

 

  또한 <툼레이더>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와 같은 유의 작품들이 피해 갈 수 없는 비판점 역시 가지고 있다. 영화 속 탐험가들은 동양의 유적과 유물에 대한 신비로운 환상과 그것에 대한 몰이해로 빚어진 오리엔탈리즘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양을 목소리 없는 타자의 역할에 위치시키고 거리낌 없이 그들의 유산에 소유권을 주장하며 무너뜨리고 파괴한다. 이렇듯 영화에서 주체로 설정된 서양 열강의 인물들이 약탈과 침략으로 이루어낸 세계 평화는 2025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시선에서 그다지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는 여느 다른 것들이 그렇듯 다양한 정체성이 공존하는 교차성을 갖는다. 인간이 그렇듯 영화 역시 결점을 반드시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그러한 결점을 비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다. 2018년 <툼레이더>는 15년 만에 리메이크되어 다시 한번 세상에 라라 크로프트를 내놓았다. 그 15년의 간극 너머 우리는 어떤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을까. 영화 너머의 가능성을 상상하며 <툼레이더(2001)>을 감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