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멸망의 날, 사과나무를 심는 법🍎
두 번째 |
|
|
당장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우리는 무얼 할 수 있을까. 뉴스에서는 지구 멸망까지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고, 온 인류가 하루아침에 다가온 멸망에 혼란해졌다고 해보자. 이 상황에서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모두가 알고 있는 명언처럼 사과나무를 심을 것인가? 아니면 그런 낭만 따위는 접어두고 어떻게든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누군가는 체념을, 누군가는 생존을 향한 집념을, 누군가는 두고 가는 것들에 미련을, 누군가는 잊지 못할 것들에 애정을 표할 것이다. 모두가 다 같은 지구에 살고 있지만 개개인의 멸망을 대하는 자세는 다채롭다.
당신이 사과나무를 심든, 훌쩍 다가온 멸망에 오열하든 어찌 됐든 간에 종말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린 무얼 할 수 있을까.
아래의 영화는 모두 지구 멸망의 상황에서 개개인의 다양한 태도를 다룬 작품들이다. 종말의 앞에서 누군가는 사랑을 외치고, 누군가는 묵묵하게 자신의 할 일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회고하고, 누군가는 세상의 끝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는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이 세상이, 나의 삶이 하루아침에 끝난다고 하더라도 인류는 결국 자신만의 신념으로 할 일을 찾아 그 끝을 맞이 하는 것이다.
당신에게 있어 인류의 멸망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그 멸망에 대한 태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던 우리에게 종말이 왔을 때 우리가 무얼 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 보자. |
|
|
월-E WALL-E
앤드류 스탠튼 | 2008 | 104' | 목요일 2시
|
|
|
러브, 데스+로봇
팀 밀러&데이비드 핀처 | 약 60' | 목요일 5시 |
|
|
칠드런 오브 맨
Children of Men
알폰소 쿠아론 | 2016 | 109' | 금요일 2시
|
|
|
12 몽키즈
12 Monkeys
테리 길리암 | 1996 | 129' | 금요일 5시 |
|
|
쓰레기에 뒤덮여 더 이상 어느 생명체도 살아가지 못하는 지구. 지구 폐기물 수거-처리용 로봇 ‘월-E’는 초거대 기업 BnL 사의 지구 정화 계획의 일환으로 생산되어 수백 년간 지구를 청소해 왔다. 그러나 인간의 예상보다 너무나 막대한 양의 쓰레기 탓에 세월을 이기지 못한 수많은 다른 월-E들은 모두 고장 나버리고, 오로지 한 대의 월-E만이 지구에 남아 외로이 일을 하고 있다. 오랜 세월 홀로 지내온 월-E는 여느 로봇들과는 달리 특별한 자아를 가지고 수백 년간 홀로 수집한 잡동사니 속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지구 탐사 로봇 ‘이브’가 나타나며 권태로운 월-E의 일상에도 변화가 생긴다. 신비롭고 강력한 이브에게 마음을 사로잡힌 월-E는 이브를 따라다니며 결국 그와 친구가 된다. 그러나 이브가 작은 식물과 함께 갑자기 수면 상태로 전환되고, 거대한 우주선이 그를 수거해가자 월-E는 이브를 위해 일생일대의 모험을 감수한다. 쓰레기로 뒤덮인 지구를 벗어나 무한히 넓은 우주와 은하를 가로지르는 월-E의 비행!
한 편, 이브를 태운 우주선이 향한 곳은 바로 인류가 700년간 머물러 온 거대 우주선 ‘엑시엄 호’다. 인류의 지구 귀환 작전을 위해 식물을 선장에게 전달해야만 하는 이브와 그것을 막으려는 세력의 음모 앞에 월-E와 이브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월-E와 이브, 그리고 ‘우린 지구로 돌아가야 한다’는 선장의 강한 신념의 힘으로 수백 년간의 표류 끝에 결국 지구로 귀환한 인류. 그들 앞에는 여전히 쓰레기가 빌딩처럼 쌓인 황폐한 모습의 지구가 있지만 마침내 고향에 돌아온 이들은 새로운 지구 문명의 재건을 꿈꾸며 힘찬 걸음마를 내딛는다.
영화는 인류가 앞으로 어떻게 지구에서 살아갈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엔딩 크레딧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그들이 앞으로 다시 지구 문명의 번영을 이끌어 낼 것이라는 긍정적인 암시를 느낄 수 있다. 고대 벽화에서부터 르네상스, 인상주의까지 차례로 흘러가는 애니메이션 속에서 일반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비관적인 전망보다는 지금까지의 인류 문명에 대한 찬사와 함께 앞으로 만들어 갈 또 다른 아름다운 문명에 대한 희망을 목격한다. 두 손을 꼭 마주 잡는 마음과, 가 본 적 없는 미지로 발걸음을 내딛는 용기를 가진 신인류(로봇+인류)의 미래를 희망으로 축복하며, 그들이 가진 크나큰 사랑의 마음처럼 드넓은 우주의 별들과 은하를 유영하는 아름다운 포스트-아포칼립스-스페이스 오페라의 스펙터클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글쓴이 옹심 |
|
|
팀 밀러&데이비드 핀처 | 약 60'
목요일 5시
|
|
|
러브, 데스 + 로봇은 SF 판타지를 기반으로 호러, 블랙 코미디, 미스터리, 사이버펑크 등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시리즈다. 매력적인 로봇들과 미지의 괴수들, 인간 문명의 존망과 포스트 아포칼립스, 환상적인 도시와 무한히 넓은 우주, 그리고 한 편에서 발견하는 소중한 사랑. 모든 에피소드들은 저마다 독창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관객들을 유혹한다. 이번에는 이러한 러브, 데스 + 로봇의 다양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들 중에서 인류와 지구의 멸망을 다룬 작품들을 모아 보았다. 보다 흥미롭고 독창적인 이야기들 속에서 아름답고 두려운 종말을 자유롭게 상상해보길 바란다.
1. 세 대의 로봇(Three Robots)
세 대의 로봇이 종말 후의 도시를 견학한다. 우리는 이들의 견학을 따라가며 철저한 로봇의 시각으로 인류 문명을 다시 조명해 본다. 이들의 시선 앞에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 인간의 시체는 그저 다른 사물들과 다를 바 없는 구시대의 흔적일 뿐이며 종말 후의 도시는 거대한 고대의 유적과 다르지 않다. 종말 이전의 인간 문명을 상상해 보며 불가해와 조소를 숨기지 않는 세 대의 로봇들의 대화 속에서 우리는 성찰 어린 블랙 코미디를 경험한다. 인류의 마지막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해보며 이들의 견학을 즐겁게 따라가다 보면 맞닥뜨리게 되는, 인류 종말 후 지구를 차지한 새로운 주인들의 정체 역시 발칙하고 흥미롭다.
2. 아이스 에이지(lce Age)
새로 이사 간 아파트에 놓인 옛날 냉장고. 문을 열어보자 그 속에 작은 문명이 있다. 원시시대부터 산업혁명까지 발전하는 데 단 10분도 걸리지 않는 냉장고 속의 작은 문명은 비행기부터 스타벅스까지 그대로 옮겨놓은, 현재 인류 문명의 축소판 같다. 격렬한 핵전쟁을 겪고도 다시 문명을 재건한 냉장고 속의 인류는 몇 시간도 되지않아 이내 다른 차원으로 소멸해버리기에 이른다. 냉장고 속 인류 문명의 존망을 지켜보며 역시 우리는 인류의 마지막을 상상한다. 결국엔 영원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우리는 계속해서 인류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일테다. 그러나 이렇듯 수세기를 넘나드는 인류 문명에 대한 관조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느끼는 것은 현재에 충실해야겠다는 다짐이다. 현재를 가장 충실하게 살아가되 과거를 잊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삶이 아닐까?
3. 요거트가 세상을 지배할 때(When the Yogurt Took Over)
만약 요거트가 세상을 지배한다면 어떨까? 이 단편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엉뚱하고 기상천외한 상상을 구현했다. 지표상 가장 우수한 DNA를 요거트 발효균에 이식한 결과 자각을 가지게 된 요거트. 그들(?)은 인간에게 세계의 각종 고질적이고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을 내주는 대신 오하이오 주를 100년 간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요거트가 내놓은 방안을 그대로 실천하지 않아 인류는 전 세계적인 경제 파탄을 맞게되고, 결국 인간의 능력으론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자 요거트가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반대세력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요거트가 정권을 잡은지 10년. 인류는 행복하고 부유하며 건강하다. 그러나 요거트는 다른 생명체가 있는 항성을 찾아 우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만약 요거트가 인류를 버리고 다른 행성으로 이주한다면 인류는 어떻게 될까? 우리는 이 엉뚱한 에피소드 속에서 그동안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지적 능력이 뛰어난 고등생명체라고 자부해왔던 우리의 오만함과 무지함, 인간중심적인 사고를 돌아본다.
4. 자동 고객 서비스(Automated Customer Service)
모든 일상이 로봇에 의해 자동화된 선셋 시티. 이곳의 주민들은 이동, 스포츠, 미용은 물론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것 마저 로봇들의 도움을 받아 해결한다. 주인공 역시 청소로봇 ‘배큐봇’을 이용 중이다. 그러나 어느 날, 액자 위치를 두고 배큐봇과 다툼을 벌이게 되고, 배큐봇은 살상모드로 변경되어 눈(인식카메라)에 보이는 모든 생명체를 파괴해버린다. 급작스러운 사태에 배큐봇을 제작한 회사에 상담 요청을 하지만 인간 상담원과의 상담까지 대기 시간은 6시간 14분. 자동화된 인공지능 목소리에 의존해 배큐봇의 위협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애쓰지만, 인공지능 목소리는 소중한 반려 동물을 희생시킬 것을 강요하고 배큐봇은 교활하게 인간의 전략을 피해 버린다. 위기의 순간, 서로의 데이터를 연결하고 소통하는 거대한 로봇의 위협으로부터 인간은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에피소드는 아주 오랫동안 인간들이 상상해왔던 자동화된 사회와 고도로 발달된 로봇에 대한 공포를 전형적인 모습으로 재현하고 있다. 모든 것이 로봇에 의해 자동화된 탓에 인간은 자신의 생활 공간임에도 실질적인 지배 권한을 갖지 못하며, 무능하다.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모두 눈, 코, 입 또는 얼굴 자체가 제거된 형태로, 감정과 목소리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이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두려움의 존재다. 우리는 이러한 인간과 로봇의 대결 구도에서, 과연 주체와 타자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될 수 있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5. 세 대의 로봇: 출구 전략(Three Robots: Exit Strategies)
앞서 만나보았던 세 대의 로봇이 이번에는 인류가 종말을 앞두고 꾸렸던 생존의 장소들을 탐험한다.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였던 인간들의 생존 기지들을 견학하는 세 대의 로봇들. 그 중 ‘기술장자’들이 공해에 세운 ‘시스테딩’에서 가상 비서 ‘엘리나’를 발견하게 된다. 가상 비서이지만 인류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엘리나를 보고 로봇들은 이 곳에서 로봇들의 반란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앞선 편에서는 인간 문명의 멸망이 환경 재난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면, 이 에피소드에서는 로봇들이 반란을 일으켜 인간들이 몰살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결국 그 모든 종말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마주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오만함, 그리고 잔인함이다.
6. 나이트 오브 미니 데드(Night of the Mini Dead)
젊은 연인이 공동묘지에서 사랑을 나누던 중, 묘지를 잘못 건드린 탓에 온 세상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졌다. 미니어처로 제작된 작은 도시들은 작은 좀비떼들에 의해 점령당하고, 미니어처 세계 각국은 가히 엄청난 스케일(?)의 좀비 사태의 무대가 된다. 대량 좀비 학살은 물론 방사능 사고로 돌연변이 거대 좀비까지 출현한 가운데, 결국 전 지구를 날려버리기에 이른 인구. 그러나 넓디 넓은 온 우주 속에서 인간의 종말은 물론 지구의 소멸은 작디 작은 죽음(Mini Death)일 뿐이다. 작디 작은 좀비떼들에 의해 작디 작은 지구가 멸망해 버린 밤(Night of mini dead). 보다 거시적인 좀비 아포칼립스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추천!
글쓴이 옹심 |
|
|
이 영화는 알폰소 쿠아론이 묵시록적인 세계의 끝에서 인류의 가능성을 탐구한 작품이다. 세계는 계급, 인종, 종족에 따른 차별과 폭압으로 가득 찼다. 집시를 포함한 유색인종은 닭장 같은 거리 감옥에 수감돼 있다. 그러니 흑인 여성인 키가 임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정부는 그녀의 아이를 흑인 상류 계급 여성의 아이로 둔갑시킬 게 뻔하다. 이 와중에 다른 세계로 나아가려는 이들이 있다. 특히 여성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줄리엔은 소신대로 반정부 인사로 살며 키의 아이를 보호하고, 키는 두려움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미래호를 타기 위해 이를 악문다.
기존 SF영화의 극도로 비현실적인 미래사회는 여기에 없다. 이 영화가 무서운 건, 미래가 지금 현실과 놀라울 만치 비슷하기 때문이다. 타인(종)에 대한 거부와 무관심, 질병과 공해, 비생산적인 활동, 말초적인 쾌락, 죽음과 공포의 조장, 폭력, 증오, 살인, 혼란, 전쟁.
임신한 소녀 옆으로 세 사람을 배치해 종교적 의미를 부여한다. 반체제 활동을 했던 과거를 접고 삶의 무의미함을 이유로 돈과 현실에 안주하는 차가운 인물이 된 테오, 여전히 반체제운동에 앞장서며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줄리안, 딥 퍼플과 롤링 스톤스의 옛 노래와 마약이 삶의 낙인 늙은 히피 재스퍼가 그들이다. 하지만 셋은 희망이 아닌 그것을 향한 끈일 뿐이다. 낭만적이지만 회고적이고 도피적인 재스퍼, 조직의 이해관계와 실패한 혁명의 반복에 휘말린 줄리안은 물론, 마침내 변화된 삶을 선택하는 보통 사람들의 영웅 테오에게도 죽음은 가차없다. 이 영화가 희망을 거는 건, 아기 예수처럼 소외되고 가난한 곳에서 태어난 생명과 그녀의 흑인 엄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무차별적으로 인간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어딘가 가슴이 답답해지고 괜시리 걱정을 하게 된다. 그건 인간이 본래 선해서도 아니고, 그저 같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죽이지 않는 이치는 당연하게끔 받아들여져 왔기 때문이다. 생명의 탄생이 끊겨버린 배경에서 그 생명을 지키려는 자들과 반대쪽에선 또 다른 생명을 앗아가는 자들의 이미지가 대비됨으로써 생명의 존재가 강조된다.
글쓴이 해그리드 |
|
|
테리 길리암 | 1996 | 129'
금요일 5시
|
|
|
“보라, 비영리단체가 음흉하고 혁명적인 음모단으로 바뀌었다!”
지구 종말론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던 혼돈의 세기말, ‘인간의 존재는 지구를 파먹는 벌레가 아닐까’ 하는 이야기들이 나오던 그때, 어느 미치광이 종말론자가 인간 멸종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너무나도 강력했던 그 바이러스는 전 세계 인구의 99프로를 멸절시키며 극소수의 살아남은 인간들만이 지하에서 간신히 삶을 연명하게 한다. 어두침침, 답답하고 음습한 지하에서의 삶은 지상에서와는 달리 너무나 척박했다. 높은 빌딩과 기계들로 세운 화려한 문명은 수북이 먼지가 쌓여 동물들의 차지가 되고, 바이러스 출현 이후의 인류는 지하에 꽁꽁 숨어 ‘벌레’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지하의 석학들은 지난한 연구 끝에 타임머신을 개발해 내고, 문제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 시점으로 사람을 보내 백신을 연구하자는 아이디어를 고안한다. 그 ‘지상회복프로젝트’의 지원자로 선발된 사람 중 한 명은 바로 ‘제임스 콜’(브루스 윌리스), 공권력에 저항하다 중형을 선고받아 장기 복역을 하고 있는 죄수다. 그는 뛰어난 기억력의 소유자로, 한 번이라도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거의 완벽하게 복기해 내며, 높은 폭력성을 지녀 맨손으로도 사람을 끔살 시키는 요주의 인물이다.
영화는 콜의 미래와 과거를 점선처럼 추적하며 실마리를 연결해 나간다. 과학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안고 향했던 콜의 첫 과거 회귀는 실패였다. 계획에 따르면 그는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을 1996년에 갔어야 했지만, 기술적 오류로, 바이러스 확산의 핵심 단체인 ‘12 몽키즈’가 등장하지도 않은 1990년에 떨어졌다. 맨몸으로 도시 한복판에 나타나 계속해서 인류가 멸종할 것이라 외치는 콜은 삽시간에 미치광이로 몰려 정신병원으로 끌려가고 만다. 그곳에서 콜은 정신의학자 ‘캐서린’(매들린 스토우)과 저명한 생명공학자 코인즈 박사의 아들 ‘제프리’(브래드 피트)를 만난다. 희번덕한 눈빛의 제프리는 미치광이처럼 보이지만, 자신이 미친 게 아니라 현대 시스템이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거라며, 사회의 맹점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의문의 인물이다. 콜은 자신이 찾는 ‘12 몽키즈’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고,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자신은 돌아가야 한다고 읊조리고, 콜의 이야기를 들은 제프리는 멋진 계획이 떠올랐다며 콜이 정신 병원을 탈출하도록 돕는다. 그렇게 콜은 어두컴컴한 지하의 삶이 기다리는 현실로 돌아가고, 1990년 여정은 끝이 난다.
비록 바이러스 표본의 위치를 알아내진 못했지만, 첫 여정에서 충실히 임무를 수행해 낸 콜은 거듭 과거로 돌아갈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지상회복프로젝트를 통해 감옥에서의 사면을 바랐던 그는, 과거로 돌아갈수록 지하에 갇혀 사는 자신의 ‘현재’가 현재가 아니기를 바라기 시작한다. 바이러스가 퍼지기 이전, 깨끗하고 푸른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는, 아름다운 햇살과 하늘이 펼쳐진 과거가 자신의 현실이 되기를 바라며, 과거의 사람들이 그에게 말하듯 머릿속에 담긴 암울한 미래와 과학자들의 명령이 환상이기를 콜은 점점 욕망한다.
“난 미래를 몰랐으면 좋겠어. (미래를 알고 있다는 정신 착란으로부터) 완쾌되고 싶어.”
콜은 아주 오래전부터 어떤 꿈을 반복해서 꾸었다. 어릴 적 부모님과 여행길에 공항에서 목격했던 총격 사건인데, 갖가지 스티커가 붙은 철제 가방이 지나간 뒤에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어떤 남성이 총에 맞아 쓰러지고, 금발의 여성이 울부짖으며 달려오는 내용이었다. 이 꿈이 그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려는지는 모르겠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할수록 콜은 점점 자신이 겪는 일들과 꿈이 하나 둘씩 이어져 간다는 것을 알아낸다.
<12몽키즈>는 현대 사회를 향한 철학적 비판과, 섬세한 복선 연출을 굉장히 잘 활용한 수작이다. 콜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인류의 종말과 점점 얽혀나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브래드피트의 광기 어린 연기와 젊은 시절의 브루스윌리스를 보는 것도 감상 포인트 중 하나이다. 영화의 중후반부엔 콜이 캐서린과 히치콕의 영화를 보러 가는 장면이 있다. 나무의 나이테를 가리키며 자신의 인생을 짚어보는 영화 속 인물들을 보며 두 사람은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영화는 바뀌지 않아, 바뀔 수가 없지. 하지만 볼 때마다 달라 보이는 건 내가 다르기 때문이겠지. 다른 내용을 보는 거지.” “이미 일어난 일들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고칠 수 없다면, 꽃 향기나 맡는 게 좋겠군.”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복합적인 의미를 불러일으키는데, <12몽키즈> 역시 사건이 일어나는 시대가 1996년으로 설정된, 이미 지난 시절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두 사람의 상황 또한 닫힌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 속이라는 점에서 관객에게 메타적 질문을 남긴다.
필자는 <12몽키즈>를 7년 전 어느 주말 방송에서 우연히 처음 마주했었다. 영화도, 세상도 잘 모르던 그 시절에도 이 영화의 임팩트는 강렬히 남아, 항상 부고의 명작 1순위로 남아있던 작품이었다. 이후로 한 번도 보지 않다가 2024년이 되어서 다시 마주한 이 영화는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흑화한 제프리와 12몽키즈를 보며 미술관 작품에 테러를 하며 기후위기로 몸부림치는 비영리단체들이 그려졌고, 치매에 걸려 삶을 정리 중이라는 현재의 브루스윌리스와, 젊은 시절 그의 모습이 담긴 영화의 대조를 보며, 삶의 유동성과 영화의 부동성 또한 깊이 느끼게 되었다. 그 때문에 정해져 있는 앞날임에도 고군분투하는 <12몽키즈>의 인물들이 더욱 인상 깊게 남았다. 이미 일어난 바꿀 수 없는 미래, 더 크게는 바뀌지 않는 시나리오에 닫힌 인간들의 몸부림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삶 또한 죽음이라는 확고하고도 변하지 않는 진실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닫힌 미래는 인간에게 무력감을 준다. 그 무력감은 평화주의를 거부하는 제프리처럼 인간을 극단적으로 흑화시키기도 하고, 콜처럼 미래와 현실의 문제를 부정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무얼 하든 끝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어느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이 온다. 이는 어느 길도 선택하지 않는 무력한 회의주의와는 다르다. 누구나 ‘명확한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생기는 단단한 여유감이다.
“이미 일어난 일들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고칠 수 없다면, 꽃 향기나 맡는 게 좋겠군.” 지구의 종말을 마주하기 앞서 인간은 누구나 한 명 분의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나 결말을 앎에도 다시 보는 영화가 있듯이, 끝을 앎에도 살아가는 삶에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 매 순간순간이 우리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콜과 캐서린의 닫힌 결말은 변하지 않지만, 그들이 겪은 우여곡절과 감정선들,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들은 겹겹이 쌓여가는 시간 속에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의미로 되살아난다.
글쓴이 모리 |
|
|
🎥만약 지구가 내일 멸망한다면...🌎
안녕하세요! <휴대-영화>입니다. 앞선 영화들은 잘 보셨나요? 지구 멸망이라는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낸 영화들이 많아 재밌게 즐기셨을 것 같습니다. 이제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조금 더 어두운 분위기로, 멸망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며, 자신의 ‘사과나무’는 무엇일지 생각해 보시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끝까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제 정말 겨울이 온 것 같아요. 그동안은 가을 같다가 겨울 같다가, 계절이 왔다 갔다 했던 것 같은데... 이제 진짜 겨울이네요! 옷 따뜻하게 챙겨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휴대-영화>는 다음 주, 24-2학기의 마지막 기획과 함께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화 시네마떼끄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343호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
|
|
이화 시네마떼끄
ewhacinematheque@gmail.com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