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멸망의 날, 사과나무를 심는 법🍎
첫 번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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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우리는 무얼 할 수 있을까. 뉴스에서는 지구 멸망까지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고, 온 인류가 하루아침에 다가온 멸망에 혼란해졌다고 해보자. 이 상황에서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모두가 알고 있는 명언처럼 사과나무를 심을 것인가? 아니면 그런 낭만 따위는 접어두고 어떻게든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누군가는 체념을, 누군가는 생존을 향한 집념을, 누군가는 두고 가는 것들에 미련을, 누군가는 잊지 못할 것들에 애정을 표할 것이다. 모두가 다 같은 지구에 살고 있지만 개개인의 멸망을 대하는 자세는 다채롭다.
당신이 사과나무를 심든, 훌쩍 다가온 멸망에 오열하든 어찌 됐든 간에 종말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린 무얼 할 수 있을까.
아래의 영화는 모두 지구 멸망의 상황에서 개개인의 다양한 태도를 다룬 작품들이다. 종말의 앞에서 누군가는 사랑을 외치고, 누군가는 묵묵하게 자신의 할 일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회고하고, 누군가는 세상의 끝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는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이 세상이, 나의 삶이 하루아침에 끝난다고 하더라도 인류는 결국 자신만의 신념으로 할 일을 찾아 그 끝을 맞이 하는 것이다.
당신에게 있어 인류의 멸망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그 멸망에 대한 태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던 우리에게 종말이 왔을 때 우리가 무얼 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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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까지 21일 Seeking a Friend for the Eng of the World
로렌 스카피리아 | 2013 | 101' | 화요일 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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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멸망보고서
김지운 | 2012 | 113' | 화요일 5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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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패밀리
サバイバルファミリー
야구치 시노부 | 2018 | 117' | 수요일 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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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나이트
Silent Night
카밀 그리핀 | 2021 | 90' | 수요일 5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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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마틸다’와의 충돌을 막기 위한 최후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며 종말을 눈앞에 두게 된 지구. 충돌까지는 단 3주밖에 남지 않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삶의 마지막을 앞두고 일생 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해보기도 하고, 또 때론 평화로운 일상을 그대로 영위하길 고집한다. 주인공 ‘다지’의 아내 ’린다‘는 눈앞에 닥친 종말 앞에서 그를 버리고 떠나길 선택한다. 홀로 죽지 않기 위해 결혼했지만 결국 종말 앞에 홀로 남게 된 다지는 공허함과 배신감, 외로움과 함께 다가오는 죽음을 그저 담담히 맞이하려고 한다. 그러던 중, 그는 아랫집에 사는 이웃 ‘페니’를 통해 아내가 오랫동안 외도를 해왔다는 사실과, 오래전 연인이었던 ‘올리비아’가 그를 다시 보고 싶어 한다는 편지를 전달받게 된다. 아내의 외도 사실에 절망하기도 잠시, 잊지 못한 첫사랑이 지구 종말을 앞두고 그를 그리워한다는 것에 다지는 잠시나마 공허함으로부터 벗어나 생기를 되찾는다.
그러나 종말에 대한 공포, 또는 삶의 무게로부터의 해방감 속에서 사람들은 점차 질서를 잃어간다. 더 이상 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도시가 폭동에 휩쓸리기에 이르자 그는 페니와 함께 도시를 떠나기로 한다. 그들은 서로에게 남은 얼마 되지 않는 삶을 서로가 구원해 주기 위해, 함께 먼 여정을 떠난다. 다지는 페니가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페니는 다지가 옛 연인 ‘올리비아’를 만날 수 있도록.
여행을 함께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삶과 취향 등을 알아가며 이내 서로를 향한 끌림을 느끼게 된다. 지구 종말을 앞두고 싹튼 새로운 사랑에 두 사람 모두 혼란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얼렁뚱땅 외면하기를 계속하지만, 올리비아와의 재회를 앞둔 순간, 다지는 페니에 대한 사랑에 확신을 가지고 그녀를 가족에게 데려다주기 위해 오래전 절연한 아버지를 찾아가기를 택한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종말 앞에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화해의 재회 끝에 다지는 비행기 조종사인 아버지에게 깊이 잠든 페니를 가족에게 데려다줄 것을 부탁한다. 종말을 3주 남짓 남겨둔 순간 일생의 사랑을 만난 아이러니 속에서 두 사람이 내리는 맹목적인 사랑의 선택들 끝에 종말은 눈부시게 찾아온다.
영화 속 종말이 다가온 상황에서 어떤 이는 죽음을 결심하고, 어떤 이는 애써 유쾌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 어떤 이는 늘 해왔던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또 어떤 이는 최후의 순간에 함께할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영화는 어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종말을 이겨내는 법을 보여주기보다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종말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 모두에게 삶에 대한 성찰의 순간을 선물한다. 종말의 순간 앞에 한없이 소중해지는 삶의 시간을 돌아보며, 우리는 당장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격언 속 마음을 짐작해 본다. 당장의 종말 앞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마음과, 오지 않을 다음 주의 청소용품을 구비해 놓으라 말하는 청소부의 마음 역시 이해해 본다. 종말 앞에서 가장 소중해지는 일상과 사랑에 대하여 떠올려 보고, 종말 앞에서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어지는 원망과 증오에 대해 떠올려 본다.
세상의 끝까지 21일,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글쓴이 옹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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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도 태어날 때부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다만 잊었을 뿐.’
당신은 인류의 멸망과 기원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는가? 기원이란 너무 먼 이야기 같고 멸망이란 아마 몇 세대 뒤의 인류가 겪을 일이라 별 고민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쯤 우리의 인류가 어떻게 멸망할지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세워본 경험 다들 있을 것이다. 매년 나오는 허무맹랑한 지구 멸망설들과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 어디선가 들어본 외계인 침략 등등 실은 우리 곁에는 수많은 지구멸망 시나리오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영화 <지구 멸망 보고서>는 그런 시나리오들을 아주 유쾌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이 영화가 제시하는 시나리오는 총 3가지이다. 좀비 바이러스, 로봇의 발전, 소행성 충돌, 아마 다 한 번쯤 고민해봤을 만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각각의 소재들을 풀어내는 과정은 상당히 흥미롭다. 인류 멸망 영화라고 하면 다들 스펙타클한 액션과 수많은 캐릭터들, 감동 스토리와 여운을 생각하겠지만 이 영화는 그런 연출 보다도 인간 개개인을 관찰하는 보고서에 가까운 형태로 작품을 진행한다. 좀비 바이러스를 겪는 한 남자의 이야기,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된 로봇의 이야기, 수상한 사이트에서 당구공을 배달시켜 지구로 외계인을 부른 소녀의 이야기, 결국은 너무나도 개인적이고 그래서 더 몰입해서 보게 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아마 줄거리만 읽으면 너무 어처구니 없을 것이다. 허무맹랑한 b급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국 개인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상당히 철학적인 논제들을 던져준다.
인간은 언제나 멸망할 수 있고 그 안에선 또 새로운 인류가 시작된다. 인간은 세상이 발전하며 자신이 만들어낸 무언가에 두려워 하지만 그 실체조차 명확하지 않으며 자신이 만들어낸 피조물이 인류의 발전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 결국은 그 존재를 없애는 선택을 한다. 이 영화는 결국 우리가 두려워하는 게 과연 무엇일까 라는 의문을 던진다. 언젠가는 멸망할 이 지구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만든다. 결국은 당구공처럼 언제가는 깨질 이 행성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인류의 존속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아주 먼 미래 같은 그 이야기를 이 작품과 함께 유쾌하게 즐겨 보길 바란다.
글쓴이 융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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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 전기는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있을까? 기상을 위해 울리는 알람 소리부터, 샤워에 필요한 수도 펌프, 사회 생활에 이젠 빼놓을 수 없는 노트북과 스마트폰 이용까지, 조금만 생각해봐도 우린 눈 뜬 순간부터 감기 전까지 온종일 전기에 의존하며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어느날 한순간에 전기가 사라져버리면? 야구치 시노부는 이런 발칙한 상황을 극사실주의적으로 그려냈다.
영화의 주인공은 도쿄의 어느 평범한 가족이다. 남편 스즈키 요시유키는 퇴근 후엔 TV에만 빠져 가족들의 이야기는 안중에도 없다. 아들 켄지와 딸 유이도 마찬가지. 다들 휴대폰을 꼭 쥐고 친구들과 이야기하기 바쁘다. 이들의 뒤치다꺼리를 맡는 아내 미츠에도, 생선 손질조차 어려워 결국 포장된 마트 음식을 주로 이용하는 주부다. 그러던 갑자기, 아침에 매일같이 울리지 않던 알람이 먹통이 된다. 엘리베이터와 스마트폰 충전도 되지 않아 한순간에 디지털프리(?) 인생이 이들 앞에 찾아온다.
당황스러운 정전에도 이들은 지금껏 굴려가던 일생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쓴다. 전철도, 택시도 돌아가지 않으니 자전거를 타고 급히 학교에 가거나, 땀 뻘뻘 흘려가며 걸어서라도 회사에 간다. 하지만 학교와 회사에 가서도 전기가 통 들어오질 않으니, 다들 할 수 있는 게 없어 꿀 먹은 벙어리처럼 멍-하니 앉아 있는 신세다.
하루 이틀이면 소동이 끝일줄 알았건만, 사태는 심상치 않다. 사흘, 나흘, 나아가 열흘이 넘도록 전 도시에 정전이 지속되니, 결국 사회는 점점 제 구조를 잃어가며 혼란해지고, 다들 앞으로의 생존을 걱정하며 분열하기 시작한다.
이때 보통의 할리우드 영화같았더라면-마동석같은-근육 빵빵에 생존력 만렙인 누군가가 위기상황을 극적으로 헤쳐나갔겠지만, 아쉽게도 스스키 가족들은 너무나 평범하다 못해, 오합지졸에 틈만 나면 싸우기 일쑤다. 어떻게든 가장 요시유키가 가족들을 이끌어 가려 하지만, 평생을 전기에 의존하며 살아왔던 나머지 전기 없는 도시에서의 생존은 쉽지가 않다.
스즈키 가족의 고군분투를 따라가다 보면 때로 답답하고 화가 나지만, 필자 또한 저 상황에서 얼마나 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떠올려보면 이들의 모습이 최선임을 인정하게 된다. (당장 지금도 스탠드 밑에서 노트북을 펼쳐놓고 글을 쓰고 있으니...) 아무리 돈이 많고 아는 게 많아도, 우리가 기대고 있는 기술이 쏙 빠지면 인간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리곤 한다.
우리는 우리 삶의 몫을 얼마만큼 져가며 살고 있는 걸까, 당장 돈도,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줄 에너지도 없어진 상황에서 이 도시는 얼마나 텅 빈 허울이 되고 마는걸까. 대도시 도쿄에서 스즈키 가족이 꼬질꼬질해진 모습으로 비굴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그래서일까, 기나긴 비-전류 생활 끝에 맞이한 스즈키 일가의 모습은 더욱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손으로 한 올 한 올 만들어나가는 옷, 직접 농사 지어 얻은 작물로 먹는 밥, 해가 지면 자연스레 잠드는 일상은 모든 게 혼란하고 뒤엉켜버린 현대 사회보다 조금은 번거롭지만, 인물들의 얼굴엔 이전보다 밝은 미소가 띠고 있다. 너무나 모든 게 추상화되어 돌아가는 세상 속, 직접 몸을 부대끼고 손으로 만지며 느끼는 ‘인간다운 삶’의 모습을 감독은 제시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글쓴이 모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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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 그리핀 | 2021 | 90'
수요일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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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가스를 품은 태풍이 전세계를 휩쓸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가운데 가족들이 한데 모여 죽기전 마지막 파티를 즐기고 있다. 정부는 시민들이 편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독약을 하나씩 배부한 상황. 그러나 빈민들이나 노숙자들은 이조차도 받지 못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비밀로 하려고 하나 이미 아이들은 이런 뉴스를 알고 있고 아트는 독가스가 오든 어떻든 스스로 독약을 먹는걸 거부한다. 그리하여 마지막으로 달려가며 그들의 선택과 결과를 관객이 보게 되었을때 예상가능하나 어쩔수없이 신선한 충격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인간 본성과 심리적 갈등을 탐구한다. 넬은 가족을 위한 희생과 감정 억제를 통해 인간의 감정적 부담을 드러내며, 사이먼는 실질적인 준비와 갈등을 통해 인간의 현실적 대응을 보여준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종말에 대응하지만, 그 과정에서 모두 심리적, 감정적 갈등을 겪게 된다. 결국 '사일런트 나이트'는 종말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간이 자신의 방식으로 대응하려는 모습을 통해, 인간 본성의 복잡성과 극한 상황에서도 희망과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심리적 반응과 행동 방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미래는 안갯속처럼 뿌옇고 불확실하다. 그러니 용감하고 착한 사람들도 아무것도 모르고 잘못된 판단을 한다. 이 영화에서도 친구가 동성 애인을 칼로 찌른 것은 애인이 더 끔찍한 죽음을 맞는 것을 막으려고, 고통받지 않고 단번에 죽으라고 한 사랑의 행동이었다.
우리는 내일이 생의 마지막일지라도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철학자와는 격이 다른, 보통 사람들이다. 개인적으로는 노화나 질병이나 사고, 사회적으로는 전쟁이나 환경오염이나 기후 변화로 생은 반드시 끝나겠지만, 남은 시간이 특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의미한 크기의 소행성이 다가오거나 핵폭탄이 터지거나 해서 자신의 마지막이 정확히 언제인지 알게되었을 때,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 사일런트 나이트는 이러힌 생각에서 시작한 영화로, 지구 종말과 그앞에 놓인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질문한다. 거기에 영국식 유머를 곁들여 또 다른 생각거리까지 주는 블랙 코미디적 요소도 담고 있다.
글쓴이 해그리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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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ENTARY with 이화시네마떼끄
#13: <럭키, 아파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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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좀 살자, 편하게’
우리는 모두 편안한 일상을 꿈꾼다. 안락한 나만의 공간 속에서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향기와 함께 이리저리 치인 나를 위로할 따뜻한 요새를 원한다. 하지만 살다 보면 이 거대한 대도시 속 온전한 나만의 공간을 갖는 것은 너무나 버겁게 느껴진다. 답답한 현실에 치이며 돈을 모으고 대출을 받고 소위 ‘영끌’을 한끝에 나만의 ‘집’을 살 자격이 주어지더라도 빚을 갚으며 그 공간을 온전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마냥 순탄치 않다. 영화 <럭키, 아파트>는 이러한 현시대 속 내집마련의 현실과 아파트라는 상징적인 공간에서 시작해 사회의 복잡한 단면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주인공 선우는 그녀의 동성 연인 희서와 함께 여느 누구와 마찬가지로 편안한 일상을 꿈꾼다. 영끌해서 얻은 둘만의 집에서 함께 살아갈 따뜻한 미래를 그린다. 하지만 집을 샀다는 기쁨도 잠시, 그들의 일상은 점점 ‘불편함’으로 덮여간다. 선우의 실직과 함께 찾아온 경제적 문제, 선우의 다친 다리, 날이 서 있는 주민들, 금이 가는 관계, 그리고 자꾸만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알 수 없는 악취까지 안락한 둘만의 삶은 점점 제어할 수 없는 부분까지 침범당한다. 선우의 실직으로 경제적인 부담을 온전히 떠안은 희서는 회사일 만으로도 날이 서 있고 한순간에 백수가 된 선우는 뭐라도 해결해 보려 애를 쓴다. 하지만 집안에서 거슬리던 냄새로 시작한 문제는 한동안 쌓여 있던 둘 사이 앙금까지 건드린다.
집을 사고 잠깐이나마 얻었던 안정감이 무색하게 사회의 만연한 혐오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녀들 앞에 재등장하고, 둘의 관계는 다른 이들이 공격할 수 있는 무기가 되어 돌아온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자꾸만 코끝을 스치는 악취는 이미 버거운 일상을 더 불편하게 만들고 지울 수 없는 형태로 그녀들의 삶에 떠다닌다. 선우와 희서는 계속해서 냄새가 난다고 말하지만, 그 거대한 아파트 속 누구도 그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불편함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마땅히 얘기해야 할 것을 말해도 다들 ‘너만 좀 참아’라는 차가운 반응만 돌아올 뿐이다.
영화는 우리의 거대한 사회를 작은 아파트에 빗대어 표현한다. 301호와 401호만 겪는 일이 아닌 결국은 이 사회를 구성하는 너와 내가 겪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듯 우리의 가까운 현실을 바라보게 만든다. 아파트라는 거대한 집단에 숨어 모두가 남이 겪는 불편함을 외면하고 싶어 하고 그 과정 속, 소외된 사람들은 ‘남 일 같지 않은’ 서로를 향해 위로를 건넨다.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은 계속해서 나를 둘러싼 사회를 생각하며 내게 당연했던 것이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된다.
선우와 희서는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서로를 챙긴다. 하루하루 살아가며 그녀들 앞에 또 어떤 문제와 벽이 등장할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남 일 같지 않은 상황의 타인에게 따뜻한 정과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며 과연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담백한 질문을 던진다. 누군가를 미워하는데 시간을 쓰는 게 당연해진 이 시대에 과연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나와 다른 이들을 대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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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구가 내일 멸망한다면...🌎
안녕하세요! 새로운 기획안과 함께 찾아온 <휴대-영화>입니다. 여러분은 만약 내일, 24시간 후에 지구가 멸망한다면 그 전까지 무엇을 하실 건가요? 어쩔 땐 세상이 정말 멸망해 버렸으면 하다가도, 막상 멸망을 맞이하게 된다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느껴질 것 같아요. 일단 그래도 사과나무는 안 심을 것 같습니다ㅎ😅 영화의 다양한 인물들이 대신해서 멸망을 대비하고, 맞이하며 체험할테니, 여러분께서는 영화를 보시며 당장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최선의 하루하루를 보낼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영화 재밌게 관람해주시길 바랍니다!
이화 시네마떼끄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343호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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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 시네마떼끄
ewhacinemathequ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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