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베를린에서는 제 11회 올림픽이 개최되었다. 그 시기의 독일은 나치에 의해 통치되고 있었고 대중의 비판적인 의식을 다른 곳으로 돌릴 우민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 가운데 정부는 체육이라는 장르를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좋은 방향이라고 판단하여 올림픽을 유치하게 된다. 그리고 영화 올림피아는 이 올림픽을 담은 다큐멘터리형 기록영화이다.
    이 영화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게 갈린다. 과연 나치의 정권 유치를 위한 선전 영화인가, 아니면 기념비적인 행사를 기록하는 영화인가.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 바라보면 상당히 세세한 부분에서 디테일이 담겨있는 완성도 높은 기록영화이다. 모든 경기를 필름에 담고 모든 걸 편집하고 인체의 아름다움과 체육의 숭고함을 표현한 감독의 각고의 노력은 영화를 보다 보면 부정할 수 없어진다. 이 작품의 감독인 레니 리펜슈탈은 촬영된 분량 약 250시간을 편집하고 음향과 음악을 더하는 것을 모두 관리 감독했다. 그녀가 정부로부터 엄청난 투자와 지원을 받아 정치적인 가치가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은 사실이나 정치성을 초월하는 그녀의 노고는 무시할 수 없다. 이 작품은 상당히 다양한 각도에서 경기 촬영을 진행했다. 한 경기, 한 경기, 넘어갈 때 마다 여러 컷의 장면들이 등장하고 다양한 시점에서 기록된 경기는 올림픽의 현장성과 역동성을 강조한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마라톤 장면은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느껴지는 컷 편집을 통해 긴 거리를 완주하는 선수들과 동화되는 느낌을 준다. 또한 다양한 경기에서 선수들의 표정과 동작을 클로즈업 해서 촬영하고 일부분에서는 슬로우모션을 활용해 동작의 디테일까지 보여준다.
    이처럼 이 작품은 과거에 만들어졌지만, 높은 완성도와 현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나치의 선전 영화라는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 히틀러의 흔적이 나오고 계속해서 군중 속의 히틀러를 한 컷씩 잡는다. 이 영화는 총통에게서 고가의 지원을 받았기에 그의 등장이 이상하다고는 할 수 없겠다만, 시기상 이 영화가 나치의 정권 유치 차원에서 적극 이용된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대중을 지배하고 싶어 하고 그들의 의견과 관점을 한 곳으로 맞추고 싶어 하는 집단은 매우 일상적인 곳에 그들의 시각을 심는다. 특히 영화와 광고, 대중들이 쉽게 접하는 매체가 그 주를 이룰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런 선전이 한 시대에만 존재했다고 할 수 있을까? 난 지금도 크게 다를 것은 없다고 본다. 물론 예전만큼 노골적이고 아주 드러나게 표현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의 의견이 묵살되고 한곳으로 쏠린 의견을 전달하는 매체는 넘쳐나며 우리는 매일 본질이 가려진 기사와 뉴스를 본다. 결국 프로파간다는 다른 형태로 수많은 시대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영화를 감상하며 이 작품이 은밀하게 숨기고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켜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로운 시선에 대해 고민해 보길 바란다.

알렉산드르 프투쉬코 | 1935 | 72’

    외과 의사 걸리버가 세계를 돌아다니다 소인국, 라퓨타에 떨어지며 겪게 되는 이야기, 1726년 저작된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여행기』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봄 직한 명작이다. 유토피아와 같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를 그리며 당대 영국 정치를 신랄하게 풍자하던 조너선의 『걸리버여행기』는 300여 년이 지나 혁명이 휩쓸고 간 러시아의 공산주의 사회에서 재창작된다. 
    어느 맑은 날, 소년 소녀들은 직접 만든 작은 요트를 띄워 드넓은 바다로 여름 항해를 떠난다. 본격적인 모험을 떠나기 전, 선생님께서는 『걸리버여행기』를 읽고 가자며 아이들과 옹기종기 모여 책을 낭독하기 시작한다. 그를 듣던 한 소년은 비몽사몽 잠을 설치는데, 여기서부터 영화에서는 새로운 막이 열린다. 
    꿈속에서 소년은 외과 의사 걸리버가 되어 난파된다. 정신을 차려보니 조그마한 릴리푸트 백성과 정치가들이 모여 소년을 옥죄고 있다. 릴리푸트 사회는 지배 계층의 부패가 심한 불평등한 사회다. 국가의 최고 권력자, 왕이란 작자는 권력 실세들이 틀어주는 축음기로 연설하는 우스꽝스러운 꼴을 하고 있다. 표독스러운 얼굴의 정치인들은 소년을 두고 의회에서 소년을 죽일지 국가를 위한 무기로 사용할지 논의하다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소년을 이용하기로 결정 내린다. 그러나 이를 들은 소년은 백성들이 아니라 저들을 위해 무기와 군대를 육성하는 지배 계층의 탐욕에 분노한다. 마침, 릴리푸트의 지하에서도 부조리에 격분한 반란군이 혁명을 시도하고, 이를 지지하는 소년의 도움으로 결국 지배 계층을 물리치는 데 성공한다. 혁명의 성공을 만끽하던 찰나, 소년은 꿈에서 깨어나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러시아혁명이 일어난 후, 레닌은 영화를 혁명 전파의 수단으로 이용하고자 했다.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은 대중 예술로 사랑받아 온 인형극의 전통을 계승해 일찌감치 인형 애니메이션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알렉산드르 프투쉬코는 인형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합성한 러시아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The New Gulliver>(1935)를 발표했다. 그는 이 영화로 밀라노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러시아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각인시켰고, 러시아만의 공산주의적 색깔이 담긴 애니메이션 장르에 길을 개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