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에서 본 작품들 중 가장 마음을 움직였던 작품을 묻는다면 주저 없이 <스윗, 스윗하트>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순록 씨가 먼저 보시고 제게 강력 추천을 해 주셔서 열심히 취소표를 구한 끝에 보게 된 작품이었는데, 비록 이 영화를 보느라 서울로 올라오는 막차를 놓칠 뻔했지만… 그럼에도 후회는 남지 않는 선택이었습니다.

  영화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시골 마을에서 고모할머니 ‘젤라’와 여름방학을 보내게 된 소년 ‘니코’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 소년은 이제 막 인생의 첫 상실을 경험했어요.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보다도 믿고 의지했던 베이비시터 ‘비올레타’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더 이상 그와 함께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돌봐줄 이 없는 소년이 떠밀리듯 도착한 곳은 이탈리아 남부 조용한 시골마을에 위치한 고모할머니 젤라의 집입니다.

  원하지 않았던 귀성길이었기에 당연하게도 니코의 시골 생활은 고되기만 합니다. 수 세기는 버텨온 듯한 고풍스러운 건물과 입에 맞지 않는 음식, 낯선 아이들 사이에서 소년은 손에 쥔 작은 휴대폰에 의지해 보려 하지만 이내 그마저도 젤라에게 압수당하고 맙니다. 여기에 더해 집안을 맴도는 기이한 존재들의 흔적은 그가 좀처럼 이곳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죠. 마을 할머니들은 타로 점을 치면서 니코가 그것들을 감각하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어린 소년은 도통 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한편 휴대폰 없이 무료함을 이겨내 보라는 젤라의 말에 또 한 번 떠밀리듯 집 밖으로 나서게 된 니코는 명랑한 왈가닥 소녀 ‘로사’와 가까워지게 되면서 마을 아이들과 어울리는데요, 그렇게 점점 마을에 적응해나가던 니코는 곧이어 저택 여기저기 서린 유령의 정체와, 젤라가 숨겨온 아프고 외로운 비밀에 대해 알게 됩니다.

  금기는 깨어지기 마련이고 비밀은 실토되어야 하니까요. 젤라는 니코에게 모두가 쉬쉬하는 유령의 존재처럼 오랫동안 숨겨온 자신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동안 무뚝뚝하고 무서워만 보였던 할머니의 아픔을 알게 된 소년은 자신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털어놓죠. 서로의 상실을 나눠 가진 두 사람 사이의 불편한 긴장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던 유령의 존재와 함께 자연스럽게 점차 사라져나갑니다.

  그러나 영화는 후반부에 이르러 또 한 번의 큰 상실을 다룹니다. 이에 대한 니코의 상심도 크지만 젤라의 상심은 그보다 더 심각하게 드러납니다. 그토록 강경하고 고집 세던 젤라는 슬픔에 젖은 채 침실에 누워만 지내고, 그런 할머니를 위해 니코는 혼자 정성 들여 저녁 식사를 준비하지만, 젤라는 물도 음식도 마다한 채 닫힌 문밖으로 나오지 않죠. 소년은 실망하지만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그는 이제 자신의 상실, 자신의 슬픔에만 매달려 있지 않고, 다른 이의 상실과 슬픔을 함께 감각하고 위로합니다. 그리고 함께 상실을 이겨내고 있는 두 사람의 곁에는 마을 공동체의 위로와 배려가 있습니다. 그렇게 함께 아파하고 공감하면서 천천히 상처를 딛고 일어난 할머니와 손자는 처음으로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해변으로 나갑니다.

  영화 속 니코의 성장을 보면서 괜스레 가슴이 시큰해졌어요. 아무리 마주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상실의 감각, 그리고 그것을 타인과 함께 극복하는 방법을 배운 이 여름방학은 과연 아이에게 어떤 날들로 남았을까요? 엔딩 속 따사로운 햇볕과 부서지는 파도 속에서 천진하게 어울리는 아이들의 웃음이 지나치게 아름다워서, 왠지 기억 저편 숨겨진 내 상실의 기억마저 그 아름다움으로 위로받는 것만 같았답니다.

  삶과 죽음, 상실과 회복, 아이와 노인의 이미지가 명징하게 대비되는 중에서도 아름다운 이탈리아 시골의 소박하고 따듯한 풍경이 눈부시게 빛나는 이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끊임없이 그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뿜어냅니다. 첫 장편 작품임에도 이토록 높은 완성도와 아름다운 연출이라니,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앞선 로카르노 영화제에서의 수상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마르게리타 스팜피나토 감독의 차기작을 눈여겨 보아야 할 듯 합니다.

  아직 국내 개봉이나 상영 소식은 없는 듯해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영화 <스윗, 스윗하트>에 대해 알리고 싶어 몇 줄 후기를 써 봤습니다. 혹시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작품을 보신 분이 있다면 어떠셨는지 살짝 말씀해 주시면 좋겠네요😊 학문관 343호 이화 시네마떼끄는 언제나 영화 이야기에 열려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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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국제영화제의 또 다른 묘미는 다양한 굿즈죠! 올해 부국제는 30주년을 맞아 더욱 다채로운 굿즈를 준비해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중 제가 가장 관심 있게 본 굿즈는 영화제의 역사와 가치를 기념하기 위해 역대 포스터와 풍경을 담아 부산지방우정청과 협업하여 제작한 기념우표첩 및 엽서 세트였는데요, 아쉽게도 우표첩은 구매하지 못했지만 대신 영화제 풍경이 담긴 기념엽서를 구매했답니다. 영화제의 역사가 느껴지는 아날로그함과 현대의 트렌디함이 적절히 섞인 디자인이 참 아름답지 않나요?

  외에도 2025 BIFF의 슬로건이 프린팅된 티셔츠부터 캔 뱃지, 스티커, A3 포스터와 클립펜 등등… 자제를 한다고 했지만 한바탕 굿즈샵 털이를 해버리고 말았네요😅 특히 와펜 뱃지가 실물이 참 예뻐서 마음에 들었는데, 허접한 마감 때문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와펜 부분만 실종되어버렸다는 슬픈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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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사 부사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