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참상은 비참했지만 그것은 순리처럼 변화를 남겼다. 영화도 예외는 아니었다. 2차 세계대전이 지나간 폐허의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 제작 경향으로 떠오른 것은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이었다. 

  종전과 함께 무솔리니 정권이 몰락하면서 이탈리아의 영화 산업은 중심을 잃었다. 1940년대 이탈리아 영화 산업은 파시즘의 선전이나 통속적인 내용을 다룬 ‘백색전화’라 불리는 영화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는데, 이때 네오리얼리즘 영화는 백색전화를 비판하면서 문화적 갱생과 사회 변화를 위한 힘으로서 등장했다. 네오리얼리즘은 파시스트 정권과 전후 이탈리아 현실에 대한 영화적 대응이었다.

  이탈리아가 1945년 봄에 해방되자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낡은 방침들을 바꾸고 싶어 했다. 감독들은 소위 말하는 “이탈리아의 봄(Italian Spring)”을 목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전쟁으로 훼손된 스튜디오를 뒤로하고 감독들은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즉흥적인 구도에서 비전문 배우를 기용하여 전후 이탈리아 서민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포착한 네오리얼리즘 영화는 이전까지의 관습화된, 폐쇄적인 낭만적 사실주의의 세계를 깨부수고 나왔다. 

  할리우드 주류 영화에서 줄곧 생략되곤 했던 삶의 일상적인 장면을 네오리얼리즘의 카메라는 묵묵하게 포착한다. 네오리얼리즘 영화들은 실제 삶의 사적이고 고요한 일상을 영상에 남겼고, 그렇게 영화의 시간은 삶의 면면으로 확장되었다.

  이번 세계영화사 주간에는 전후 삶의 빈곤과 고통을 섬세하게 포착한 비토리아 데 시카부터, 무정한 시대 속 고요한 시선으로 휴머니즘을 이야기한 로베르토 로셀리니, 네오리얼리즘의 소재를 서정적이고 신비롭게 다루면서 그것을 상상과 모호성의 영화로 전환시킨 페데리코 펠리니 등 대표적인 네오리얼리즘 감독들의 영화를 다룬다.

  영화와 현실이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가를 모색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으로의 여정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이 새로운 사실주의의 진정성은 여전히 우리 마음 깊은 곳을 울릴 것이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휴대-영화>의 눙입니다. 🥸

  이번 한 주는 세계영화사를 주제로, 공휴일인 금요일을 제외하고 총 여섯 편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주제에는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을 담았는데요, 세계대전 이후로 전쟁의 후유증이 크게 남은 유럽에서 등장한 영화 제작 경향 중에서도 가장 주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준비된 세트장과 전문배우들보다는 야외 촬영과 비전문 배우들을 통해 당대 서민들의 고통을 가감없이 드러내려고 한 감독들의 시도가, 이탈리안 네오리얼리즘의 특징적인 부분입니다. 🇮🇹

  시네마떼끄는 정규 회의 시간 이후 짧은 세계영화사 세미나 시간을 가집니다. 아직 이탈리안 네오리얼리즘 시대는 다루지 못했지만, 영화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것의 변화와 맥락을 배워갈 수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무언가를 좋아하며 역사적인 맥락을 파악하는 것은 별로 해 보지 않은 저에게도, 영화가 등장하고, 그것이 어떠한 맥락에서 다양한 변화를 맞이했는지 배워가는 것은 흥미로운데요. 이렇게 세미나 시간을 통해 배운 세계영화사 내용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는 것 또한 저희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세계영화사 주간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또한, 시네마떼끄는 영화상영뿐 아니라, 영화 자료 아카이빙이라는 또 다른 큰 목적을 가진 영화관으로, 다양한 영화 자료와 더불어, 옛 영화 DVD도 일부 아카이빙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카이빙한 자료를 관객들에게 상영하는 것은 단순히 보관하는 것을 넘어, 영화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하기에, 세계영화사 주간이 다시금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시네마떼끄의 세계영화사 주간은 저희에게 큰 의미가 있는 주간입니다. 네오 리얼리즘과 관련한 영화가 궁금하신 분들은, 이번 주 시네마떼끄에 방문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다양한 영화를 보시며, 세계영화사 주간이 저희뿐만 아니라 관객 여러분들께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